지난 1년 동안 원유 가격이 50%나 급등하면서 석유 업계는 찬가를 불렀지만 다른 기업들에게는 공포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출처= BNN Bloomberg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1년 동안 원유 가격이 50%나 급등하면서 석유 업계는 찬가를 불렀지만 다른 기업들에게는 공포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 폐기를 줄곧 주장해 오면서(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9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했다) 유가는 지난 6일,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다. 월가는 이미 엑손모빌(ExxonMobil), 쉐브론(Chevron), 셰일가스 거인 콘티넨탈 리소스(Continental Resources) 같은 회사들의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유가로의 회귀는, 주유소에서 갤론 당 3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미국 운전자들 뿐아니라 초콜릿 회사 허쉬(Hershey), 페인트 등 종합 건축자재 회사 셔윈 윌리엄즈(Sherwin-Williams) 같은 대기업 CEO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높은 유가가 그들의 이익을 갉아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손실은 특정 화학제품, 종이 포장, 소매, 운송 및 포장식품 회사들에게 더 심각하다.

화학제품 제조업체는 원유를 주요 성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히 취약하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 따르면 글로벌 폴리머 생산 기업인 폴리원(Polyone), 산업용 화학제품 회사 유니바(Univar), KMG 케미칼(KMG Chemicals) 같은 회사들은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원유와 석유 추출품이다.

특수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이스트만 케미칼(Eastman Chemical), 헌츠만(Huntsman), 셔윈 윌리엄즈 같은 회사들도 석유를 많이 사용한다.

셔윈 윌리엄즈의 알렌 미스티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만남에서 “원자재 비용이 완전히 길을 잘 못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들 뿐 아니라 굿이어타이어(Goodyear Tire & Rubber) 같은 타이어 및 고무 회사와, 오토존(AutoZone), 어드밴스 오토파트(Advance Auto Parts), 에이디언트(Adient) 같은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도 석유는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비용이다.

소비재 회사에게 유가 상승은 이중고가 될 수 있다. 생산 비용이 상승할 뿐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처분 자금이 줄어들어 소비마저 감소하기 때문이다.    출처= CNN 캡처

소비재 회사들도 원자재, 특히 원유의 가격 상승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초콜릿 회사 허쉬, 화장품 회사 에스테 로데(Estee Lauder), 세정제 회사 크로락스(Clorox), 쿠키 회사 몬델리즈(Mondelez), 생활용품 브랜드 처치앤드와이트(Church & Dwight) 같은 회사들도 석유 및 석유 제품이 비용의 최소 18%를 차지한다. 이들 회사들은 제조, 포장 및 고객 배송에 주로 석유를 사용한다.

소비재 회사로서 석유를 많이 사용하는 또 다른 회사로는 포스트-잇 제조사인 3M, 하겐다즈를 만드는 제네럴 밀스(General Mills), 식품기업 JM스먹커(JM Smucker) 등이 있다.

이들 회사의 CEO들은, 그들이 이미 원자재,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 한 이후 가격이 더 비싸 진 철강 및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 비용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초 세탁기 관세 파동을 불러 일으켰던 미국 가전의 대명사 월풀(Whirlpool)의 마크 비처 CEO도 최근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유가는 70달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압박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재 회사에게 유가 상승은 이중고가 될 수 있다. 생산 비용이 상승할 뿐 아니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가처분 자금이 줄어들어 소비마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도 높은 유가에 대비하고 있다.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의 더글러스 파커 CEO는 지난 4월 26일 유가가 지난 해 여름에 비해 60% 상승했다고 밝히면서, “단기간에 이와 같은 대폭 상승은 모든 항공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좋은 소식은, 많은 주요 기업, 특히 항공사들은 에너지 가격이 낮을 때 이를 고정시키기 위한 헤지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이 즉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은, 특히 미국과 세계 경제가 아직 건강할 때 에너지 비용 상승을 고객에게 전가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 4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 이하로 떨어졌다.

유가 급등은 수요 강세와 러시아와 OPEC 회원국들의 생산 감축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최근에는 석유 시장이 베네수엘라의 생산 급감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 부활 같은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들썩거렸다.  

중개 회사인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PVM Oil Associates) 타마스 바르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가 현실화되면 미국 유가는 배럴당 75달러까지 올라 패닉이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란의 주요 고객들인 중국, 인도, 한국, 유럽 연합 등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합류할 것인지 여부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지 못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들의 노력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형이 핵 협정 파기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가는 다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

첫째 석유 거래업자들은,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 업체들이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려 70달러 유가 시대에 대응할 것인지를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다. 미국 생산량 증대가 시장을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어느 시점에서 유가가 스스로 진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PVM의 바르가 애널리스트는 "수요 붕괴는 어떤 상승이라도 억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