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레드오션(Red Ocean)’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시장에 진입해 있어 ‘붉은(Red)’ 피를 흘려야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을 의미한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대표적인 레드오션 분야가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CU(BGF리테일), GS25(GS리테일), 세븐일레븐(롯데·코리아세븐), 미니스톱, 이마트24(신세계) 등 주요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농협하나로마트가 펀의점형 매장 ‘하나로미니’의 확장을 선언하면서 시장의 붉은 빛은 선홍색으로 바뀌고 있다. 편의점 시장은 선혈이 낭자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는 업계와 전문가의 시작은 정반대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 농협하나로마트 편의형 점포. 하나로미니 성남 유통센터점. 출처= 농협하나로유통

편의점, 오프라인 유통의 마지막 '희망'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유통채널, 즉 이커머스가 글로벌 유통업계 질서를 바꾸기 시작하면서 오프라인에 근간을 둔 유통업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시어스(SEARS), JC 페니(JC Penny)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며 수많은 매장의 문을 닫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연평균 10~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마켓에 비해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급기야 대형마트들은 매출은 부진한 점포들을 정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곳이 편의점이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산업 전체 매출은 2012년 11조7000억원에서 2017년 22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전년 대비 성장률은 다소 등락이 있었지만 마이너스였던 적은 없었으며, 연 평균 성장률은 14.25%였다.

▲ 출처= 국내 편의점 업계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편의점 수는 2만1221개에서 2014년 2만6020개, 2017년 7월까지 3만7539개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4만개를 돌파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신세계는 자사의 편의점 ‘위드미(With me)’의 브랜드 네임을 ‘이마트 24’로 바꾸고 24시간 의무영업·로열티·영업위약금이 없는 3무(無) 정책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다. 이마트24는 최근 3000호점을 넘어섰고 점점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농협도 가세했다. 농협의 오프라인 유통체인 ‘하나로마트’는 지난해 12월 경기 성남유통센터에 편의점 ‘하나로미니’의 문을 연 후 서울 관악구 문성로 2호점, 경남도청에 3호점을 오픈했다. 14일에는 충남 천안직산농협에 하나로미니 4호점을 열었다.

국내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한 소규모 단위 상품 수요 증가, 이러한 소비 형태에 최적화된 제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지난 몇 년 동안 ‘오프라인의 희망’으로 여겨지며 승승장구해왔다.

좋은 시절 지났다 vs 더 성장한다 

2015년 전년 대비 성장률 24.5%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편의점의 성장세는 2015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기 때문에 현재 업황 자체는 호조세지만, 최근 유통업계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곧 위기가 찾아온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편의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거의 유일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었지만, 2018년 이후 편의점 산업은 크게 2가지 이슈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 연구원은 “시간당 7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16.4% 오른 최저임금은 시간제 근로자인 아르바이트 사원들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편의점주들에게 적지 않은 인건비 부담을 안겨줄 것이며, 공격적 신규출점으로 인한 신규 점포와 기존점포의 경쟁 심화는 점포당 매출액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 신용평가·컨설팅 전문업체 한국기업평가 배인해 선임연구원은 “편의점의 성장 동력인 식품판매의 채널이 다각화되고 있지만 편의점 도시락을 이을 성장 아이템은 발굴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편의점업 성장 정체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련의 불안한 분위기는 일반 점주들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서울 쌍문동에서 CU를 운영하고 있는 김기수(60) 씨는 “이 동네에 올해에만 수없이 많은 편의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면서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편의점이지만,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단 몇 곳으로 정해져 있는데 왜 자꾸 인접한 지역에 편의점들이 생겨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불안한 시선에 대해 편의점 업계는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이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성장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다른 유통 채널에서 제공하지 않는 소비자 생활 밀착 서비스 제공, 기술 도입으로 편의점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편의점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채널이다. 이 같은 성장세는 단 몇 년 만에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들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과연 편의점은 오프라인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계속해서 남을 수 있을까.아니면 피가 튀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전장터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