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즐겨 시청하는 TV 채널이 있는데 집을 구입하거나 판매 혹은 집을 새롭게 고치는 내용 등을 주로 방송하는 부동산 전문 케이블인 HGTV(Home & Garden Television)이다.

미국인이 어떤 집을 선호하고 어떤 인테리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데, 종종 해외의 집을 구매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외국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은 해외로 발령을 받아서 나가느라 일시적으로 머물 곳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해외 주택 구매를 원하는 많은 사람은 은퇴를 앞두고 노후를 해외에서 보내려고 한다.

평생 나고 자란 고향과 고국을 놔두고 왜 굳이 해외에서 뒤늦게 생활을 하려나 싶다. 하지만 이들은 늘 꿈꿔왔던 생활이라면서 날씨가 따뜻하고 해변이 가까운 곳을 찾아달라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주문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한다.

실제로 노후에 한정된 자산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는 많은 미국 은퇴자는, 해외에서 은퇴를 해 적은 노후자금으로 오랫동안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2016년 미국 국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은 약 900만명이며 이 중 55만명이 해외에 거주하면서 사회보장연금을 받고 있는 은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00년의 40만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 내 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의료비용이 부담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은퇴자가 늘어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55만명이라는 수치는 실제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이보다 더 많은 숫자의 은퇴자들이 해외에서 은퇴기간 전체 혹은 일부를 보내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월 200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도 미국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이 해외 은퇴 미국인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은퇴장소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코스타리카, 멕시코, 파나마 등이다.

코스타리카는 연례국제은퇴지수(Global Retirement Index)에서 지난해 4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월 500달러 정도면 가구가 완비된 방 2개짜리 집을 임대할 수 있고, 바다가 보이는 주택도 약 20만달러 이하에서 구매가 가능한 점이 강점이다. 또한 의료보험이 외국인도 쉽게 가입할 수 있어서 월 95달러면 부부가 모두 가입 가능하다.

한 달에 약 2500달러면 부부가 편안하게 코스타리카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멕시코는 지역에 따라서 생활비가 다르기는 하지만 한 달 1500달러에서 3000달러 수준이면 2명 부부가 주택 임대와 건강보험까지 모두 포함해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다. 특히 해변이나 산, 도시 등 자신이 원하는 지역을 골라서 머무를 수 있는 등 선택의 여지가 많다.

멕시코는 미국과 바로 인접해 미국을 오가기가 쉽다는 점도 각광받는 이유다.

파나마도 코스타리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편인데 외국인들이 거주증을 취득하기가 쉬워서 인기가 높다. 특히 수도인 파마나 시티 이외의 지역에서 거주한다면 한 달에 1500달러로도 충분히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의 비용은 미국과 비교하면 40%에서 75% 수준으로 낮은 데다, 미국에서 받는 소셜시큐리티연금이나 은행 이자에 대한 세금을 전혀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연례국제은퇴지수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는 말레이시아가 한 달에 약 1500달러로 편안한 생활이 가능하고 2500달러로는 럭셔리한 생활도 가능해서 은퇴하기 좋은 국가 5위로 꼽힌다.

영어가 통하고 다른 국가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선진국에 근접했다는 점도 강점인데 미국과의 거리가 꽤 멀어서 미국인들의 은퇴 지역으로는 상대적으로 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