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 벌어지면 3조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1일 발표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1%포인트 역전했을 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월평균 2조7000억원 빠져나갔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1.75%)은 한국 기준금리(1.50%)보다 높아 이미 한미간 금리는 역전했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1.25~1.50%에서 1.50~1.75%로 높아졌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때는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차례다.

▲ 국회예산정책처가 11일 발표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를 보면 과거 한미 기준금리가 1%포인트 역전했을 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월평균 2조7000억원 빠져나갔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예정처는 현재의 상황이 과거 2005년~2007년 상황과 유사하다고 봤다. 글로벌 경기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과 미국 경제가 동반 호조를 보이고 주식시장 역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2005년 역전 당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25~0.5%포인트 수준으로 현재의 격차와 동일하다. 이 기간 국내 증권∙채권시장의 여파는 크지 않았다. 2005년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4조4000억원 유출됐다. 월평균 9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같은 기간 코스피는 오히려 24.1% 올랐다.

그러나 2006년 5월~7월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포인트로 넓어지자 영향은 급격하게 커졌다. 3개월간 증권∙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순유출액은 무려 8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월평균 2조7000억원 꼴로 격차가 0.5%포인트 이하일 때의 3배에 이른다. 이 기간 코스피도 8.6% 폭락했다.

금리 역전이 진행 중인 최근까지는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한미 기준금리 역전 이후 외국인은 국내 증권∙채권시장에서 총 3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도 지난달 20일 종가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0.3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앞으로 한미 기준금리 차가 커지면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미국이 3월 인상 이후 연내 2회 추가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추가 인상 횟수가 3회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면 한국은 올해 기준금리를 1차례 올리는 데 그칠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나리오대로면 미국 기준금리는 최대 2.25~2.50%, 한국 기준금리는 1.75%로 올라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예정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주식시장에 대한 하락압력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 채권 수요를 낮춰 시중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통상갈등 확대 등의 문제를 고려해 다양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