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이 갈수록 나빠지는 거죠?”

“더 싸고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데도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사지 않습니다. 이 시장이 잘못 되어서 그렇습니다. 시장이 문제입니다.”

내가 아는 모 대표는 행사장이나 인터뷰에서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채로 이렇게 말을 하곤 했다. 그 분이 걸어온 길을 보면 엄청난 어려움 속에서도 결국 버티면서 남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적이랄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씩이나 굴러와서 번듯한 여러 사업체를 키워낸 회장님이었다.

회사의 전체적인 틀은 커져 가는데 속을 들여다 보면 의아했다. 처음에 일군 기반 위에서 여러 번의 M&A로 인해 외양은 커졌는데, 그 전체를 이루고 있는 기업 하나 하나는 매우 허약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주력 기업의 매출과 실적이 해를 거듭할수록 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차별화된 남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매출의 급격한 변동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갈수록 마이너스 폭이 커져만 갔다. 주가 흐름도 신통치 않았고, 무엇보다 시장에서의 평판이 좋은 흐름이 아니었다.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기업 인수나 추가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서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발행 주식수가 너무 많아졌고, 주식이 움직이기에는 너무 무거워져 버린 탓도 있었다.

 

‘내 제품을 사주지 않는 시장이 잘못된 것??’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장만 탓하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회사가 시장과 고객에 맞춰야지, 시장과 고객이 잘못 됐다고 얘기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더 저렴하고 우수한 데도 불구하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일까?’ ‘왜, 시장은 더 비싸고 품질이 그닥 좋지 못한 제품을 원하고 그 제품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울분에 찬 목소리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의 구조적인 카르텔이 문제라고 생각도 되지만, 그 분야에서 한 두 해 사업을 한 것도 아닌데, 여전히 시장이 문제라고만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의아했다. 총칼만 들지 않았을 뿐이지 비즈니스도 엄연한 전쟁이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불법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성을 함락시켜야 할 것인데, 번번이 ‘성이 함락되지 않는 것은 보통 성이 아닌 이상한 성이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의아했다.

요즘 웬만한 SNS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가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밴드, 트위트, 페이스북을 알게 된 것은 꽤 오래 전이지만 게으름과 무지의 소치로 거의 활용을 하지 않았다. 겨우 2017년 봄 무렵부터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전에는 적어도 남들에게 내놓을만한 무기 같은 콘텐츠가 없다면 시시껄렁한 이야기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늘 남이 포스팅한 내용을 몰래 몰래 눈팅만 했고, 또 내가 페이스북 공간에서 돌아다닌다는 것을 누가 알기라도 할까 봐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사실 제대로 포스팅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조차 잘 알지 못한 탓도 있었다. 눈으로만 글이나 이미지를 보고 ‘좋아요’를 한번도 눌러본 적이 없었다.

 

‘좋아요’는 좋은 글이 아닌, 줄만한 사람에게 주는 표식

칼럼을 쓰면서 홍보라도 할 겸해서 가끔 포스팅을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심혈을 기울여 쓴 좋은 글이니 읽어본 사람이 와 닿으면 ‘좋아요’를 눌러 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이 없잖아 있었다. 알고 지내는 사람 수가 얼마인데 했지만, ‘그깟 몇 백 명의 팔로우쯤이야 하는 기대’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무너졌다.

눈팅으로만 할 때는 심심풀이로 좋은 내용도 많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누구는 ‘오늘 날씨 좋다’ 같은 맥락도 의미도 별로 없는 내용에 수많은 ‘좋아요’가 달리는 반면에 읽어보면 정말 와 닿고 감동적이고 재미난 글이나 영상이라 하더라도 ‘좋아요’가 겨우 한 두 개 달릴까 말까 한 내용들도 많았다.

물론 기사나 글을 통해 사람들이 단지 좋은 글에 ‘좋아요’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좋아요’를 줄만한 사람에게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확인하기 전까지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했다. 페이스북 같은 SNS활동은 온라인으로 하는 사회생활이다. 그리고 ‘좋아요’는 그런 사회 생활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고 받는 품앗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단한 사업가나 선망의 대상인 슈퍼스타 같은 셀럽이 아니고서야 남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달아주는 수고로움에 게을렀다면 자신의 포스팅에 ‘좋아요’가 많이 달리기를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사람들 수준이 참 떨어지죠? 아니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글을 올렸는데, 좋아해 주질 않을 수가 있어요?”

“사람들은 진정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라고 좋은 글을 올려줬는데, 반응도 없다니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줄 생각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자가 가끔은 있다. 사람들은 거기에 의외로 냉정하다. ‘피가 되고 살이 되면 당신이나 많이 참고하셔요.’ 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좋아하거나 감동을 해서 ‘좋아요’를 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위를 둘러보라 설령 친한 친구라 할 지라도 내가 한번도 ‘좋아요’를 준 적이 없는데, 나의 포스팅에 ‘좋아요’를 남발할 헌신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결국 그 대표가 돌파구로 선택한 것이 언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던 탓에 회사에 무슨 일이 있을 때면 번번이 언론을 활용하곤 했다. 그 정도 규모의 회사에 언론 기자들이 대단한 관심을 가지기에는 부족했기에, 돈을 들여서라도 특집이나 기획기사 같은 것을 하곤 했다.

“해외 법인 인수를 해서 커졌습니다. 기업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일의 모습은 달라질 것입니다.”

대개가 이런 메시지였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가 나가면 하루 이틀 정도는 주식시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물론 초창기 주식의 발행수가 지금보다 현저히 작았을 때는 주가에 더 심하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게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잘 없었고, 또 사업을 벌인다고는 했지만 그게 언제부터 실적으로 연결되어서 어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은 없이 무조건 하겠다 벌이겠다 달라지겠다는 약속만 남발한 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주식 종목 게시판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찌라시로 낚시질을 일삼는다’는 둥 하는 글들을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기업이 제대로 된 사안들을 보도자료로 기사를 냈을 때도 투자자들은 마치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해 풍선이라도 띄운 것인 양 심드렁하게 반응들을 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포스팅 된 내용들을 보고 ‘좋아요’도 보내고 댓글도 달아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렇게 ‘좋아요’를 받는 사람들이 내가 포스팅한 내용에도 품앗이로 ‘좋아요’를 던져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좋아요’는 어떤 것이 있을까? 회사가 포스팅한 기사와 메시지에 ‘좋아요’가 많이 달리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먼저 회사가 그들에게 ‘좋아요’를 주는 것인데, 그 방법은 크건 작건 긍정적인 결과들을 내놓는 수 밖에 없다. ‘여러분들이 유증에 참여하고 주식에 투자해 주신 덕분에 인수한 회사에서 실적이 이렇게 나아졌습니다’라거나 ‘새로 벌인 사업이 이렇게 시작하고 결실을 봤습니다’ 같은 메시지가 될 것이다.

시장과 투자자가 바라는 ‘좋아요’는 줄 생각도 않고 오로지 ‘난 잘 되고 싶어요’라는 포스팅질만 해댄다면 그 결과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뻔하다. 페친들의 손가락질에서 조차 스킵되는 신세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