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건설업 등록증이 없는 분양대행사들의 분양대행이 본격적으로 금지되면서 분양사업장들이 혼란에 빠졌다. 대다수의 사업장들에서 분양대행은 마케팅과 홍보부터 계약자 서류접수 등의 업무를 해왔기 때문이다. 건설업 등록증을 갖고 있는 분양대행사는 소수에 그치고 건설업 등록증을 구비할 여건이 되는 곳 역시 손가락에 꼽힌다. 즉 대형급의 소수 분양대행사만이 앞으로 시행사로부터 분양대행 업무를 수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각기 다른 반응이다. 분양대행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하는 데 어째서 건설업 등록증이 필요하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영세 분양대행업체는 사업을 할 수가 없는 구조가 돼 시대가 역행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시행사 및 시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서 그동안 자격이 없는 분양대행업체에게 계약 업무 등을 맡기면서 시장을 교란한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수요자들, 즉 국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의견이 다소 갈리기는 하지만 분양대행사의 불법행위들을 털어놓으며 이 같은 시장 변화를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건설업 등록증이 분양시장의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데 필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등록 분양대행 업체의 분양대행 금지가 생겨난 배경에는 강남의 한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미계약분의 선착순 계약에서 불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해당 단지는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로 인해 로또 아파트로 불리면서 미계약분을 잡으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 상황에서 업무를 담당한 분양대행사도 불법 행위에 노출됐다. 만약 건설사 정규직원이 그 업무를 진행했다면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물론 분양대행 업계도 이번을 계기로 양성화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한다. 미분양이 급증했던 시대에 등장했던 만큼 사기분양이나 조직분양 등의 단어로 미분양 물량을 팔고 이익을 챙겨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인식 역시 곱지가 않다. 특히 분양은 그저 컴퓨터 한 대를 판매하는 수준이 아닌, 한 사람의 일생에서 살 수 있는 물품 중 가장 비싼 아파트라는 품목을 판매하는 것인 만큼 전문성 역시 구비되어야 한다.

건설업자가 분양대행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법이 2007년에 생겨났지만 이 법을 10여년간 무시했다는 부분 역시 분양대행업계에서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 법을 분양대행업계가 무시를 한 것일까 아니면 건설사 혹은 시행사가 무시를 한 것일까.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해당 법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등록 분양대행사에 그동안 일을 맡긴 것은, 어찌 보면 불법 하도급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 법이 그동안 이렇게 지켜지지 않는 줄 몰랐다”고 한다.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10여년 동안 지켜지지 않았음을 몰랐던 국토부의 무관심과 비용절감을 위해 무등록 업체에게 일을 맡겨왔던 시행사·건설사, 그 사이에 이익을 취해온 분양대행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 후폭풍을 분양대행사가 고스란히 받게 됐다는 점은 고려해 봐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