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14 억 중국인이 먹기 시작하면 어떤 상품이건 가격이 뛰고 수급대란이 난다는 통설이 있다. 지난해 크루아상(버터가 많이 사용되는 빵)이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프랑스에서 버터 대란이 일어났다. 가격은 180%나 뛰었다. 이런 중국인들이 생수를 마시기 시작했다. 중국 수질을 신뢰하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생수에 지갑을 열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생수업계가 출렁이기 시작했다. 채 1조도 안 되는 작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지친 국내 제조업체들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11일 국내 생수업계에 따르면, 제주용암수의 오리온,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아이시스의 롯데칠성, 제주삼다수를 판매하는 제주개발공사는 규모가 커지는 중국 생수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500ml 병 제품 기준 중국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653억위안(약 10조9400억원)으로 평가됐다.  한국의 약 14배 규모다. 2021년에는 1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유로모니터는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대용량 생수까지 포함한 중국 생수시장은 이미 지난해 2000억위안(약 34조원)으로 커진 것으로 추정한다.

▲ 중국 생수 수입규모(2016년 기준). 출처= 한국무역협회

현재로선 중국에서 생수를 생산하고 있는 농심이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농심은 2013년 백두산에 이웃한 마을 얼다오바이허에 생수 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다. 이 생수 공장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도인 옌지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이 마을에서 백두산 천지까지는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 마을에 있는 농심의 생수 공장은 축구장 40개 크기와 맞먹는 30만4000㎡의 터에 연면적 8만4000㎡의 규모로 건설했다. 연간 100만t(500ml 기준 16억병)을 생산할 수 있다.

농심은 식품업체지만 생수유통에 관한한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1998년부터 16년간 제주삼다수 유통을 했다. 2012년 제주개발공사와 맺은 계약이 만료되자 그간 쌓은 생수 유통 노하우와 구축한 탄탄한 유통망을 살려 생수업에 뛰어든 것이다. 백산수는 한국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출시한 제품인데 평가는 좋다. 지난해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700억원,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농심이 제조·판매하는 백산수. 출처= 농심

안명식 옌볜농심 대표는 “백두산 천지는 중국인들이 신성시여기는 곳으로 옌볜에서는 주정부 고위직이나 부자들이 백산수를 마시고 있고 식당 손님 10명 중 9명은 백산수를 찾는다”면서 “이 같은 호응에 백산수 판매를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옌지시 교육청이 초·중등 학생 급식에 생수를 포함하기로 했는데 학부모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백산수가 선정됐다.

제과업체 오리온도 2016년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취득해 생수시장에 진출했다.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용암해수산업단지’에 3만㎡ 규모의 생산 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창 공사를 하고 있다. 오리온은  이 공장에서 미네럴 워터 등 기능성 물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초코파이로 쌓은 높은 인지도가 있는 만큼 중국 프리미엄 생수시장에 진출할  경우 승산이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생활·뷰티기업 LG생활건강도 화장품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과 쌓은 인프라를 이용해 중국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음료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htb 등을 차례로 인수하는 등 생수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라콜라음료가 제주개발공사에서 삼다수 유통권을 따냈다. 같은해 경북 울릉군과 ‘추산용산수’를 활용해 먹는 샘물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생수를 수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의 움직임을 주목해 볼만하다.

국내 생수시장 부동의 1위인  ‘제주 삼다수’의 제주개발공사는 점유율이 41.5%로 2,3위 업체와 큰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중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삼다수 출시 20주년을 맞아  올해를 글로벌 생수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미주와 중국지역에서는 ‘제주워터’, 동남아 시장에서는 ‘삼다수’로 브랜드명을 나눠 출시하는 등 이원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제주개발공사에서 조제하고 LG생활건강과 광동제약에서 유통하고 있는 '제주삼다수'. 출처= 제주개발공사

제주개발공사는 현재 일본, 미주,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총 18개국에서 삼다수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아시아시장 성장률은 12.5%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 사이판은 무려 전체 생수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롯데칠성도 양은 작지만 미국, 러시아, 홍콩,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2016년 24만 상자, 2017년 32만 상자로 절대 물량은 적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높은 편이다. 

▲ 롯데칠선이 판매하는 아이시스. 출처= 롯데칠성

우리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시장에 안착해 시장 진입이 말처럼 녹록하지 않다. 한국무역협회가 2016년 발표한 ‘중국 생수 수입 규모 및 국가별 점유율’에 따르면, 프랑스가 중국 생수시장의 60.39%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이탈리아(14.47%), 피지(7.67%), 뉴질랜드(7.67%)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시장 점유율은 고작 1.75%에 그친다. 상위 5위라지만 수출 규모는 90만9000달러(9억7444만원)로 대단히 작다. 이병희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우리 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중국 내에서 우리기업들 간 경쟁도 격화될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희 교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고 해외 수출 시 운송 수단이 선박으로 한정되는 등 제약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육로망이 확보되면 국내 생수 제조 업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수시장은 진입문턱이 낮은 만큼 육로가 확보되면 우리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고 그결과 중국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