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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아우디의 ‘르망 24시간 레이스’ 우승 비결’
주태산 기자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8.05.13  10:37:56
   
 

<제약의 마법> 애덤 모건·마크 바든 지음, 이종인 옮김, 세종서적 펴냄

이 책은 3년 전 단신으로 소개됐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읽기가 다소 불편했다. 하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혁신을 이뤄야 하는 요즘 시장환경에서 이만큼 설득력 있는 책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저자들은 한계 또는 제약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3가지 반응을 보인다고 정리했다. 피해자, 적응자, 개혁자다. ‘피해자’는 ‘이런 제약이 왜 나에게 주어지는가’라는 피해의식에 빠져 자신의 야망을 축소한다. ‘적응자’는 제약에 직면해서도 자신의 야망을 축소하지 않고 어떻게든 그 야망을 실현한다. ‘개혁자’는 제약을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제약을 크게 변모(개혁)하는 과정에서 더욱 야망을 키운다.

‘개혁자’ 단계의 대표적 케이스가 인도의 아라빈드(Aravind) 안과병원이다. ‘닥터브이(V)’로 불리던 안과의사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는 백내장을 앓는 수많은 빈곤층 인도인들이 치료비가 없어 시력을 잃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은퇴 후 자택을 개조해 안과를 개업했다. 환자 3분의 1에게만 치료비를 받고 나머지 3분의 2에게는 무료로 진료했다. 운영비를 고민하던 닥터V는 미국 여행 때 맥도날드 햄버거대학에서 일관 생산공정을 보고 이를 진료시스템에 도입했다. 접수·시력검사·안압검사· 혈압검사·사전상담·의사처방 등 모든 과정을 분업화했다. 그 결과 서비스가 빨라졌다. 의사당 백내장 수술건수가 일반 안과의 10배 이상으로 급증하면서 의사들의 숙련도가 향상되어 세계 최고의 백내장 진료병원으로 명성을 얻게 됐다. 영국 국립의료원과 비교하면 연간 안과 수술건수는 60%에 달하고, 수술비는 1000분의 1에 불과하며, 수술 후 합병증 발병건수는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저자들은 피해자가 개혁자가 되는 방법으로 노선 의존증 타파하기, 일을 추진하는 질문하기 등을 제시한다. 노선의존증은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으로도 불린다. 어떠한 결정이나 기술이 한 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관성과 전환비용 때문에 그 경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유니레버는 토마토 납품업자의 손실량을 50%까지 줄여줄 방법을 찾기로 했다. 조사해보니, 업자들은 토마토를 기계수확하면서 시각스캐너를 통해 초록 토마토는 5%만 통과시켰다. 초록 토마토를 10% 허용해도 제품 맛에는 차이가 없었다. 5%는 과거 다른 이유로 설정된 납품규정이었다. 유니레버는 이 낡은 규정을 바꿨다. 그러자 토마토의 손실량이 크게 줄어 농부들의 수확량과 이익이 증가하고, 유니레버의 이익률도 상승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美해군의 항공기는 정찰용이었다. 그런데 전쟁 중에 항공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다. 해군은 항공기를 핵심전력으로 삼기로 했지만 배 위에 수많은 항공기를 싣고 다니며 이착륙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때부터 함정엔지니어들은 전함설계도라는 기존의 경로의존성을 완전히 깨버렸다. 이들은 갑판의 상부구조물을 옆면으로 돌리고, 장비들은 배 아래로 옮겨 배의 균형을 잡는 밸러스트로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갑판 위에 평평한 공간을 마련했다. 짧은 갑판을 활주로로 사용하기 위해 비행기 발사기를 만들어 이륙 시 더 빨리 추진력을 얻도록 하고, 착륙 시 바퀴에 와이어가 걸리도록 했다. 날개 접는 비행기를 개발해 갑판 이래 보관했고, 엘리베이터로 이동시켰다. 오늘날의 항공모함이 이렇게 탄생했다.

‘질문 던지기’도 제약을 뚫고 개혁자가 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일종의 화두를 제시하는 효과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일상의 경쟁을 지켜보고 더 큰 질문을 하는 것을 자신의 역할로 생각한다. 일명 ‘10배 크기의 질문’이다. 기존의 해결책보다 10배의 효과를 가지는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말한다. 이케아도 이런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 위에 올려놓을 카페라떼의 가격보다 딱 2배 많은 금액(최종소비자가 5유로)으로 간단히 생산할 수 있고 디자인도 훌륭하고 튼튼한 커피테이블을 만들어 볼까요? 수익도 내면서요.” 이 질문에 답을 내려면, 기존의 익숙한 디자인-생산과정이나 점진적인 혁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국 이케아는 주택의 문(門)을 만드는 사람들을 찾아가게 됐다. 해법은 문을 절반으로 잘라 5유로 탁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보통 레이스용 차량 개발팀에게 부여되는 미션은 ‘최고의 속도’다. 하지만 아우디 ‘R10 TDI’의 수석 엔지니어는 이렇게 물었다. “우리 경주차량이 다른 회사차보다 느리다면,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개발자들은 궁리 끝에 사상 처음으로 경주용 차에 디젤기술을 집어넣었다. 르망레이스는 하루 종일 달리기 때문에 여러 차례 급유나 타이어 교체를 위해 ‘피트 스톱(도중정차, Pit Stop)’을 해야 한다. 따라서 연료효율성이 높은 디젤엔진을 사용한다면 피트스톱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그해 우승은 아우디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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