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회원은 얼마나 돼요?” 수년간 한복 문화 활동 모임을 이끌고 있는 필자가 자주 들었던 질문이다. 실제로 한복 모임 회원 중 남성 회원과 여성 회원의 비율은 1:9 정도다. 그나마 활동하는 남성 회원들 중에는 한복이 좋아서 들어온 사람 반, 한복을 입은 여성을 촬영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반이다. 남성 회원 스스로 한복을 입기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전통한복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얼마 전, 필자의 SNS로 ‘예쁜 남자 한복이 없어서 못 입는다’는 메시지를 보낸 30대 남성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적당한 업체를 소개해줘야 하는지, 상대의 취향을 물어보아야 하는지 언제나 고민이다.

남자 한복은 겉옷이 발달한 옷으로 속옷이 발달한 여성 한복과는 구성이 다르다. 저고리와 치마만 입어도 한복의 느낌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여성 한복과는 다르게, 고의·적삼(저고리와 바지) 위에 전복, 답호, 창의, 도포 같은 겉옷을 걸쳐야 ‘한복스럽게’ 보인다는 것도 한계 아닌 한계다. 보다 간편하게, 편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겉옷을 생략하고 고의 적삼만 구성해 관리가 편한 옷감으로 만든 ‘개량한복’은 19세기에 나타나 의식 있는 학자들과 역사를 중시하는 학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나갔다. 하지만 시대 배경의 영향으로 특정 정치색을 지닌 사람이나 고리타분한 사람, 나이 든 사람이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말았다. 거기에다 가격경쟁과 품질하락으로 당시 개량한복은 ‘머슴 옷’ 같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완전히 이미지가 무너져 버렸다. 2016년을 정점으로 여성 한복은 패션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지만 남성 한복 시장은 점점 더 축소되는 중이다. 전체 (전통)한복 시장의 축소는 한복 수요 급감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현장의 상인들은 특히 남성 한복의 씨가 말라가고 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과거 여성 한복 시장도 현재 남성 한복 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공장형 한복 사이즈, 분명히 개인의 사이즈를 재 완성품을 받았지만 이상하게 불편한 크기, ‘원래 그렇다’는 말로 소비자의 입을 막았던 한복 시장의 분위기. 이때, 소수의 여성 한복 소비자는 자신의 신체 사이즈와 전통 복식에서 등장하는 형태의 한복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부분 상인들은 골치 아픈 소수 소비자의 요구를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중 소수의 상인들은 신흥 한복 소비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진짜 한복’의 모습과 역사, 복식에 대한 공부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딪힌 ‘전통스럽지 않다’는 반응에도 적극적으로 맞서 대응했다. 우리는 우리의 것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여성 한복 시장이 처음부터 현재처럼 선택권이 많거나 소비자 중심 시장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복을 맞추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가질 수 있는 디자인 선택권, 입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달리 지을 수 있다는 폭넓은 가능성, 그리고 한복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쌓아 상세한 주문 요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상인들은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조끼허리 모양으로만 만들었던 치마의 길이를 조절 가능한 끈, 무명 끈 등으로 바꾸어 본다거나 19세기 이후 사라진 속고름을 새롭게 만든다거나, 감추었던 치마 끈을 드러내어 장식적 요소로 활용한다거나. 이 과정에서 말기에 대한 갑론을박은 정말 치열했다. 당시 새로운 한복의 매력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제 한복 제조업체를 창업했다. 지금의 다양한 여성 한복 시장은 한복을 더 많이 입고자 노력했던 여성 한복 소비자들이 이루어놓은 소산이기도 한 것이다.

▲ @vairocana

무엇이든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하지만 지금, 예쁜 남자 한복이 없어서 못 입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직접 자신에게 맞는 한복을 찾아 입거나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여성 한복으로 상당한 매출을 벌어들인 업체에서 남성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품을 제작해도 실제로는 거의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거의 대부분 재고로 남아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하며 새로운 디자인도 나올 리 없다.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러니 그나마 출시되는 상품들도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소량생산). 악순환이다. 생활한복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문제다.

과연 남자 한복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쁜 상품이 없어서, 입을 만한 것이 없으니까 손 놓고 누군가 자기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자기에게 어울리는 남자 한복이 어떤 것인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입어보려는/알아보는 시도를 할 것인가. 남자 한복의 미래는 바로 남성 한복을 입는 남성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