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게티이미지)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남북 관계가 해빙모드로 돌아서면서 건설사 채권시장도 연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9일 IB(투자은행)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 발생 금액 증액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달 회사채 300억 원 발행에 나선결과 공모액의 다섯 배에 육박하는 1480억 원이 수요예측에서 쏟아졌다. 이에 당초보다 200억 원을 증액한 500억 원으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건설은 ‘BBB급’ 으로 3년간의 장기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별 민간평가사 금리(민평금리)가 6%대 보이며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한화건설 유영인 재무실장은 “올해 한화건설 해외 플랜트 관련 리스크 해소와 더불어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에서 매출이 지속돼 실적 개선이 예상됐기 때문”이라며“시장 신뢰를 확인한 만큼 하반기에도 공모채 발행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역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존 발행 금액 대비 6배가 넘는 수요가 몰렸다. 지난 2일 3년물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몰린 자금은 3440억 원. 이 건설사는 지난 2월 1000억 원 내외 규모로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여파 등으로 갑작스럽게 발행을 연기했다. 하지만 최근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남북 경협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건설업종 회사채시장 투자심리가 높아진 영향으로 이 같은 인기를 모은 것이다. 롯데건설 청약경쟁률은 6.9대 1로 이는 2012년 4월 수요예측제도 도입 이후 롯데건설이 발행한 회사채 중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이다. 이에 건설사측에서는 채권 발행금액을 최대 1000억 원까지 증액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지난해 10월 1300억 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에 한참 못 미치는 180억 원의 매수 주문만 받는 굴욕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달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 원 수요예측에서 219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올해 초 공모 회사채 문을 두드린 현대건설과 태영건설, 대림산업의 경쟁률은 각각 4.27대 1, 2.34대 1, 3.41대 1로 모두 자체 사상 최고 경쟁률을 경신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건설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0대 건설사들의 공·사모 회사채 물량이 감당될지 미지수였다. 공·사모 회사채 물량만 2조3400억 원에 달하지만 그동안 건설사 회사채는 시장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계속된 건설사들의 해외손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어 기관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건설업계의 실적호조세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한 수혜까지 기대되면서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이 연일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우 애널리스트는 “과거사례에 기반하면 남북 관계 개선으로 건설산업 발주가 진행될 경우 국내 건설사 전반에 수혜가 예상된다”며 “대북이슈는 현 시점에서의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견조한 실적전망치에 더해지는 추가 호재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1분기 영업실적도 회사채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환입금이 발생하면서 해외 부문 실적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실제 GS건설은 1분기 영업이익은 390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년 동안 벌어들인 것(3190억 원)보다도 많았다. 해외 현장에서 180억 원이 환입됐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박형렬 애널리스트는 “현재 진행중인 해외 악성 프로젝트 대부분이 올 상반기 종료될 예정인 만큼 국내 부문의 이익이 예상 수준을 유지하고 해외 부문이 예상보다 개선될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사의 실적 서프라이즈 강도는 강화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