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 레인지맨 GPR-B1000. 출처=지샥

[이코노믹리뷰=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 올해 지샥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GMW-B5000모델이다. 이태원 지팩토리에 150명의 인파를 줄 세운 이 모델의 기록을 깰 수 있는 모델은 아마 올해에는 없을 것이다. 최고의 화제작이 GMW-B5000이라면 최고의 걸작은 뉴 레인지맨 GPR-B1000을 꼽고 싶다. 최고의 화제작과 최고의 걸작. 올 상반기, 지샥의 저력이 대단하다. 

 

디지털로의 회귀

▲ 최초의 마스터오브지 DW-5500C. 출처=지샥

지샥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1983년의 첫 번째 지샥은 디지털로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작은 충격에도 시간차가 생기는 것이 당시의 시계였기 때문에 완전한 시간표기를 위한 선택이었다. 시간이 정확한 것은 물론이고 방수와 충격 보호도 가능한 획기적인 형태의 모델이었다. 그리고 6년 후인 1989년, 지샥은 아날로그 핸즈 방식을 채택한 모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지샥이  ‘시계’라는 해리티지를 계승하고 있으며,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간표기를 해도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후 80년대에서 90년대 전자시계의 유행을 주도한 지샥은 2000년대에 들어서 고급시계 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고급시계 라인은 동가격대 아날로그 고급시계와 경쟁하며 핸즈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충격으로부터 보호되는 지샥의 테크닉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올해 4월 지샥은 뉴 레인지맨을 통해 다시 디지털 화면으로 회귀했다.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 모두 제외한 가장 지샥 다운 지샥이다.

 

마스터오브지의 마지막 변화

▲ 기존의 마스터오브지 레인지맨GW-9400J–1JF. 당시 최신 모델이었지만 디지털 창의 왜곡이 보인다. 출처=지샥

마스터오브지 라인은 작년 모든 라인업이 진화했다. 테마에 맞게 기능이 강화되었고, 디자인도 전면 개선되었다. 뉴 레인지맨은 마스터오브지 라인의 마지막 변화이자 가장 궁극적인 변화다. 고급 라인의 아날로그에서 다시 전체 디지털 화면으로 교체된 것도 큰 변화지만, 이조차 기존에 없던 형태의 새 디자인이다. 

 

▲ 새로운 디지털 화면을 적용한 뉴 레인지맨 DW-5500C. 출처=지샥

새로운 디지털 화면은 뉴 레인지맨의 기능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화면에 표시한다. 스마트워치와도 비교해볼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담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스의 형태를 보면 최근 지샥의 진화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데, 고급 모델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의 베젤을 소프트 우레탄으로 감싸 터프함을 강조함과 동시에 스크래치로부터 자유롭다. 모든 것이 ‘있을 곳에 있는’절제된 디자인은 ‘생존의 기능미’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모델보다도 응축되어있는 터프한 디자인은 남자라면 틀림없이 가슴이 뛸 것이다. 기능이 작동하고 있는 디지털 화면을 보고 있으면 손목에 자비스를 착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 스마트폰과 연동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뉴 레인지맨 DW-5500C. 출처=지샥

기능은 더욱 놀랍다. 튼튼함과 정확함이라는 기존 지샥의 테마에 더해 ‘생존’이라는 코드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기존 고급 모델에 탑재된 2way 방식의 시간 보정 기능과 스마트폰과 연동한 위치표기 기능은 기본이고 목표 좌표를 설정하면 나침반 기능이 목표까지의 방향을 화살표로 알려준다. 마치 지도 어플에서 내가 가고 있는 방향과 갈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과 비슷하다. 뉴 레인지맨은 여기에 출발점을 설정하면 내가 지나왔던 길을 기억해 스마트폰의 맵과 연동하여 돌아가야 하는 길도 화살표로 알려주는 기능까지 있다. 걸어간 길 중간중간 체크해야 할 장소가 있다면(가령 물이 있는 곳, 베이스캠프 등) 애플리케이션 내부의 아이콘으로 포인트 좌표를 찍는 것도 가능하다. 뉴 레인지맨의 생존을 위한 내비게이션 기능은 길이 없는 곳을 다니는 탐험가에게 사라지지 않는 핸젤과 그레텔의 빵조각이다. 

 

▲ 뉴 레인지맨의 차징 킷(Charging Kit). 출처=지샥

다양하고 심화된 기능은 곧 많은 배터리 손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뉴 레인지맨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터프 솔라 기능을 극대화했다. 태양이 밝은 날에는 72분이면 완충이 되고, 빛이 전혀 들지 않는 밀실에 갇힌다 하더라도 시계는 29개월간 살아있다. 실제로 낮과 밤이 교차되는 곳에서 활동한다면, 반영구적으로 기능이 작동된다고 봐도 좋다. 혹시 29개월간 빛이 들지 않는 곳에 갇히게 된다면, 지샥에서 최초로 구현된 차징 킷으로 무선 충전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능들은 무려 -20 ° C에 달하는 가혹한 극저온에서도 작동된다. 극한의 환경을 두고 사람이 오래 살아있을 것이냐, 지샥이 오래 살아있을 것이냐로 내기를 해야 한다면 지샥에 걸겠다.

 

충격에 강할 것, 배터리가 오래갈 것, 침수에 강할 것. 그리고 생존할 것

▲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터프 솔라 시스템의 뉴 레인지맨. 출처=지샥

요 몇 년간 지샥의 행보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진화’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의 모델들은 목표로 하는 목적성을 강화했고, 신모델은 지샥의 부족한 자리를 메꾸고 있다. 그중에서도 올해 출시한 뉴 레인지맨 GPR-B1000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외관적 변화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고 등장했다. 너무나도 큰 변화는 놀라움과 걱정이 함께 동반되었지만, 실물을 접한 이들은 금세 뉴 레인지맨에 매료되었다. '가장 지샥에 가까운 지샥이 출시되었다’ 는 평이다. 시계 수집가들이 흔히 나누는 얘기가 ‘전쟁이 나면 어떤 시계를 찰 것이냐’다. 지금까지 지샥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충격에 강하고, 배터리가 오래가고, 침수에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뉴 레인지맨의 출시로 인해 정답이 아닌 질문이 바뀔 것 같다. ‘세계가 멸망한다면 어떤 시계를 찰 것이냐’ 

 

<참고문헌> 
G-Central, G-street history of G-SHOCK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아시아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