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LG전자의 LG G7 씽큐 공개 기자회견이 용산역에서 열렸을 때,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일찍 도착해 LG G7 씽큐를 체험한 후 잠시 대합실로 나와 노트북을 켜고 기사를 쓰고 있는데 아주머니 몇 명이 쭈볏거리며 말을 걸었습니다.

 

그 분들은 제가 누구인지, 여기서 뭐 하는지 꼬치꼬치 캐묻더니 LG전자 오픈 스튜디오 간판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본 후 "무슨 행사냐"고 물었습니다. 기자들만 대상으로 하는 자리라 들어가지 못해 더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LG전자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자리라고 말해줬습니다.

아주머니는 무릎을 탁 치고는 말합니다. "독립군 기업 LG잖아. LG는 무조건 잘 풀려야 해"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 어깨까지 툭툭 치며 말합니다. "기자 양반, 잘 써줘"

▲ LG G7 씽큐 체험 현장에 기자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아름다운 LG의 길

구인회 LG 창업주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당시로는 거금인 1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칼날이 매섭던 시절, 발각되면 집안이 풍비박산날 일이지만 구 창업주는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이 일화는 최근 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며 '독립군 기업=LG'라는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비단 독립군 기업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대중의 LG에 대한 사랑의 이유는 LG가 걸어온 길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대한민국을 강타했을 당시, 삼성과 SK를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줄줄이 논란에 휘말렸지만 LG만은 무풍지대였습니다. 물론 LG가 K스포르재단과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출연금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무엇보다 LG는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지주사를 설립해 투명한 경영환경을 구축했고, 장자승계원칙에 입각한 지배구조도 잡음이 생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중의 LG에 대한 사랑은, 다른 대기업의 변칙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LG만의 '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LG의 조직 문화도 유명합니다. '인화'입니다. LG는 이를 바탕으로 사람중심의 경영을 했으며, '사람이 먼저다'에 열광하며 현 정부를 탄생시킨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LG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LG는 우리 사회의 숨은 수퍼 히어로를 찾아 LG 의인상을 수여하고, 떠들썩한 이벤트 대신 조용한 선행을 택하는 보기 드문 기업입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슨 폴이 지난 3월 2018 기업평판 지수를 발표한 가운데, LG가 25위를 기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참고로 삼성은 35위였습니다.

LG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자, 대중들이 알아서 LG를 옹호하고 밀어주는 '팬'이 되기도 합니다. LG전자가 지난해 12월부터 소방관들이 입는 방화복 전용 세탁기를 개발해 생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SNS를 통해 'LG의 선행을 알리자'는 자발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소방관들을 위해 특수한 세탁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LG전자가 평창 동계 올림픽 후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를 장기간 후원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대중들은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자'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대기업 방문지로 LG를 찾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 부총리는 “협력 업체 상생에서 모범이 되는 대기업”이라면서  “상생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기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국가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내년 총 19조원을 투자해 1만명 고용에 나설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심지어 2차, 3차 협력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상생협력 노력이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보이지 않도록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달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합리적 의심

독립군 기업, 깨끗한 지배구조, 상생의 경영가치. LG는 국민기업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러나 최근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기에 껄끄러운 일들이 벌어져 마음 한 구석이 무겁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LG전자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3억2400만원도 부과했습니다. 2014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24개 하도급 업체에게 제조를 위탁한 부품의 납품단가를 소위 '후려쳤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김 부총리 방문 당시 '상생을 위해 너무 집중하다가 혹여나 실수할 수 있으니 도와달라'고 말하던 LG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총수 일가의 탈세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검찰은 9일 국세청의 고발에 따라 LG그룹 재무팀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계열사 주식을 자녀들에게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입니다. 지난해 LG상사가 지주사인 (주)LG 자회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LG상사와 LG그룹 계열사 거래에 석연치 않은 점이 포착됐고, 국세청이 LG상사 세무조사를 기점으로 총수 일가의 주식 변동을 살피던 중 혐의를 잡았다는 말이 나옵니다.

LG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요. 일각에서는 검찰의 9일 압수수색을 음모론으로 보기도 합니다. 삼성과 관련된 수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LG도 도매급으로 '엮었다'는 파격적인 주장부터 '독립군 기업 LG를 탄압하려는 그림자 정부의 계략'이라는 SF적 발상도 난무합니다. 이러한 음모론은 거론할 가치도 없습니다.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LG에 대한 대중의 사랑이 지나치게 과대포장된 것은 아닌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마음줄 곳 없는 기업들만 득실거려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기업 한 곳에 무리하게 증폭, 왜곡된 사랑을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LG는 훌륭한 기업이지만,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기업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