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즈니-폭스 간 인수 협상에 컴캐스트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뒤늦게 뛰어 들었다.     출처= Marvel Studios 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디즈니(Disney)가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의 대부분을 차지해 영화 및 TV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넷플릭스(Netflix)를 제치고 콘텐츠 왕좌 자리를 차지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는데, 컴캐스트(Comcast)가 그 계획에 훼방을 놓으려 하고 있다고 <CNN>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컴캐스트가 디즈니-폭스 거래에 대해 투자 은행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가 디즈니에 매각하기로 동의한 자산에 대해 컴캐스트가 약 600억달러(65조원)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디즈니가 제안한 것보다 약 80억달러(8조7000억원) 높은 금액이다.

컴캐스트가 제시한 입찰가에 대한 소식은 <로이터 통신>에 의해 7일 늦게 처음 알려졌다.

컴캐스트와 디즈니 사이에서 미디어 자산 우위 확보 경쟁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소비자는 케이블 구독을 줄이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옛날 방식의 비즈니스를 해온 회사들은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컴캐스트가 폭스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폭스의 자산 대부분에 대한 입찰을 고려하다가 12월 중순에 중단했다.

컴캐스트는 또 유럽 방송사를 인수하려는 폭스에 맞서기 위해 영국의 유료 TV업체 스카이(Sky Plc.)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 간의 결합이 어떻게 성사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디즈니에게 이번 거래는 전적으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장하는 문제다. 디즈니와 폭스가 합치게 되면, <엑스맨>(X-Men), <아바타>(Avatar) 같은 폭스의 유명 프랜차이즈까지 추가해 이미 확보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와 스타워즈(Star Wars)와 함께 라인업을 형성하게 되면서 디즈니는 명실 공히 국내 박스 오피스에서 전례 없는 지배력을 갖게 된다.

디즈니는 또 폭스의 모든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를 자사의 네트워크에 추가함으로써, 주력 스포츠 채널인 ESPN의 시청률 하락에 대비하는 조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는 여전히 라이브 시청자들이 많으며, 지역 네트워크를 시청하는 현지 팬의 충성도가 특히 높은 영역이다.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디즈니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새롭게 출시한 ESPN+ 서비스는 8일 UFC 독점 콘텐츠 계약을 따내는 등, 아직도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있고, 디즈니 브랜드 스트리밍 서비스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디즈니는 또 스트리밍 회사인 후루(Hulu)의 폭스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20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트리밍 회사 후루의 대주주가 되겠다는 계산이다.

▲ 디즈니냐 컴캐스트냐에 따라 폭스가가 보유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후루'의 지분 향방이 결정된다.     출처= Hulu

그러나 금융조사기관 BTIG의 리치 그린필드 미디어 애널리스트는 컴캐스트의 입장은 약간 다를 것이라고 말한다. 디즈니와는 달리 컴캐스트는 유통 업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캐스트의 움직임도 크게 다르진 않다. 디즈니와 마찬가지로 컴캐스트도 다양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AT&T의 다이렉트 TV 나우(DirecTV Now)나, 기존 케이블 패키지보다 저렴한 스트리밍 번들을 제공하는 구글의 유튜브 TV 같은 경쟁 업체 때문에 컴캐스트의 미국 내 케이블 사업이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캐스트가 폭스를 인수하게 되면 브라보(Bravo)와 E! 등의 채널을 가지고 있는 NBC유니버설(NBCUniversal)과 유니버설 픽쳐스 필름 라이브러리에 폭스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컴캐스트도 디즈니처럼 스트리밍 사업에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컴캐스트도 이미 후루에 대한 상당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폭스와의 거래가 성사되면 후루의 지분 과반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컴캐스트가 이번 거래에 참여할 것인지를 결정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AT&T가 법무부와 벌이고 있는 법적 소송에서 이긴다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거대 통신 회사인 AT&T가 대형 미디어 회사인 타임워너사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 연방 정부가 거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규제하는 클레이튼법 7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법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재판은 최근 끝났으며, 오는 6월 12일까지 판결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가 월가의 기대를 뛰어 넘는 분기별 이익을 발표하기 직전에, 디즈니에게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날아 들었다. 테마 파크에서의 성공과 신작 <블랙팬서>(Black Panther)의 대히트 소식이다. 지금까지 <블랙팬서>는 전 세계적으로 13억달러(108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는 폭스 인수에 컴캐스트가 개입된 것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부했지만,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가 이번 입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