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쾰른 시 외곽 전원마을, 아담한 2층집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한영준(ARTIST HAN YOUNG JOON)작가. “화실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정도로 작업에 몰두 한다”고 했다.

“24년 전 무작정 나선 길이었지요. 돌아보면 ‘아, 이 길이 틀리진 않았어!’라고 스스로 작은 용기를 더하며 나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길을 찾으려 수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한 결실이리라 여깁니다. 여름날 한 줄기 쏟아지는 소낙비 같은 영감으로 찾아 왔어요. 지난해 가을 밤,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잠자리에 들던 순간 마치 번개처럼 스쳐갔는데 그림구상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회화와 판화의미를 결합한 합성어 ‘끌 말러라이(Kkeul Malerei)’기법을 착안, 최근 서울을 찾은 재독(在獨) 한영준 작가(韓榮俊. HAN YOUNG JOON)를 인사동 한 카페서 만나 인터뷰 했다. 그는 마산상업고등학교(현, 용마고)를 졸업하고 1994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뉘렌베르크 소재, 빌덴덴 퀸스테 아카데미(Akademie der bildenden Künste)에서 회화전공 졸업하고 현재 쾰른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기법에 대해 궁금했다. “대학시절 익혔던 동판화기법이 발돋움되었다고 여깁니다. 제가 판화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끌 말러라이’작업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저의 고유한 회화적 기법인데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작업방향을 전개할 수 있지요, 그런 면에서 저 자신도 궁금하고 흥분도 되고 기대가 큽니다.”

작업은 캔버스 위에 다채로운 색깔로 물감을 겹겹이 쌓아올린다. 한 겹이 마르면 다시 그 위에 물감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 다음 끌 작업이 시작된다. “물감특성상 오래두면 딱딱하게 굳어지기 때문에 끌로 파 낼 때 상당히 많은 힘이 새끼손가락에 들어갑니다. 처음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어요. 작업욕심은 생기는데 손가락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후 요령이라고 할까, 물감이 굳어지는 성질을 파악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