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가격 인하 전쟁’이 치열하다. 맥도날드가 지난해 새로운 ‘달러 메뉴’를 출시한 이후 타코벨, 던킨도넛, 버거킹, 웬디스 등 서로 가성비 좋은 ‘달러 메뉴’를 내놓으며 가격 인하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전혀 딴판이다. 국내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가격 인상 경쟁을 벌이거나 인건비 절감 등 소비자 트렌드와는 전혀 맞지 않은 마케팅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격인상이란 관행에 안주하는 한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 신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달러 메뉴' 출시 경쟁

▲ 미국 맥도날드가 올해 출시한 '1달러, 2달러, 3달러 메뉴'. 출처=맥도날드 홈페이지 캡처

8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올해 1월 4일부터 맥치킨과 소시지 부리또를 1달러에, 베이컨 맥더블과 맥카페 음료를 2달러에, 트리플치즈버거와 해피밀을 3달러에 판매하는 할인메뉴를 부활시켰다.

타코벨은 맥도날드에 대응해 같은 달부터 나쵸프라이를 1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웬디스도 같은달 4가지 제품을 4달러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해 아직까지 하고 있다. 던킨도넛츠는 지난달 '2달러, 3달러, 5달러 아침메뉴'를 출시해 가격인하 전쟁에 가세하는 등 업계의 가격인하 전쟁은 불을 뿜고 있다. 

언론의 평가는 우호적이다. CNBC는 새로운 '달러 메뉴' 출시 이후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41%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소비자트렌드 분석 전문 회사인 NPD의 보니 리그스(Bonnie Riggs) 애널리스트는 '달러메뉴' 판매량이 1분기에 13%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리그스 애널리스트는 “외식업계가 소비자를 유인해 다양한 마켓팅을 하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가 메뉴 출시는 패스트푸드 업체의 매출증가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 외신은 지난달 30일 2013년 이후 ‘달러 메뉴’ 감소로 위축된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이  지난 1월 ‘1달러, 2달러, 3달러 메뉴’ 출시로 1분기에 원상태로 회복됐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패스트푸드 업계는 어떨까

한국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미국의 추세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 롯데리아가 지난해 11월 가격을 올린 것을 신호탄으로 KFC가 12월 값을 올렸고 올해 들어서는 맥도날드와 맘스터치가 2월에, 버거킹이 3월에 가격 인상을 택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원자재와 인건비, 임대료 상승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리아는 전체 제품 74종 가운데 버거 12개, 세트 15개, 디저트 1개, 음료 5개의 가격을 올렸다.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는 3400원에서 각각 100원, 200원씩 올랐고, 바닐라·딸기·초코 셰이크는 1700원에서 2100원으로 400원 올랐다. 

KFC는 치킨, 버거, 사이드, 음료 등을 포함해 총 24개 메뉴에서 최소 100원에서 최대 800원까지 가격을 올렸다.

맥도날드는 버거 12개, 아침 메뉴 5개 등 총 27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메뉴인 빅맥은 4400원에서 4500원으로 100원 올랐다. 가격 인상 폭이 가장 큰 메가멕과 더블쿼터파운더치즈 제품은 각각 5500원과 6400원에서 300원씩 올랐다.

버커킹도 대표메뉴인 와퍼 등 12개 제품에 100원씩 가격 인상을 택했다.

가격 인상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패스트푸드 업계가 ‘릴레이 가격 인상’을 하면서도 인상 폭이 작도록 해 소비자들이 쉽게 체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소비자의 반발을 고려해 롯데리아와 KFC 등은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상술을 부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패스트푸드 시장 규모로 봤을 때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달러 메뉴’를 출시해도 영업이익이 유지된다"면서 "우리나라의 시장규모가 작아 매출 유지를 위해서는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면서 "물가상승률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또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무인주문시스템을 경쟁하듯 도입하고 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이 줄면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겨눈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장의 40%가 키오스크(무인주문대)로 주문을 받고 있다. 맥도날드는 올해 전체 매장의 절반에 키오스크 설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맘스터치도 최근 경기 파주, 전남 여수 등을 중심으로 20여개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뿐이 아니다. 임대료가 솟는 곳은 어디든 매장을 철수하는 업체도 있다. 맥도날드는 임대료 상승을 이유로 핵심 상권인 신촌, 광화문, 강남 등의 매장은 정리하고 임대료가 싼 교외로 나가 운전 중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매장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 안일한 마케팅 안주하지 말아야

이처럼 패스트푸드 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무인시스템을 도입하지만 이는 현재 급변하고 있는 소비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가심비' 즉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식생활 패턴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아침을 늦게 먹는다는 의미의 ‘브런치(Brunch)’를 넘어 점심과 저녁시간 사이에 식사를 한다는 의미의 ‘러너족(Lunch와 Dinner의 합성어인 Lunner)’와 ‘딘치족(Dinner와 Lunch의 합성어인 Dinch)’도 등장했다.

▲ 직장인과 대학생은 최근 들어 하루 평균 식사 횟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식생활패턴이 예전과 크게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출처= 잡코리아와 알바몬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직장인과 대학생 22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세 끼를 먹는다고 답한 사람은 30.1%에 그쳤다. 반면 58.8%는 하루 평균 두 끼만 먹는다고 답했고, 한 끼만 먹는다고 답한 사람도 9.1%나 됐다. 이들이 러너족이나 딘치족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는 지난해 2월 ‘카드 사용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15시부터 17시 사이 카드 사용 증가율이 156%~161%나 된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매장에 손님이 없어 ‘브레이크 타임’ 안내문을 걸어야 했다면 이제는 러너족과 딘치족의 활동시간이 된 것이다.

이들을 겨냥해서 가격을 내리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판매 시간대를 정한다면 패스프두드 업계가 가격인상이 아니더라도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전문가의 견해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관계자는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점심시간에만 ‘맥런치 세트’에 한해 할인을 해왔지만 점심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려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3월부터 하루 종일 가격을 할인하는 ‘맥올데이 세트’를 출시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