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쳐서 내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서, 미등록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외국인 보호소로 보내버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을 모두 보여줘도 믿으려 하지 않고 가짜 신분증이라고 코웃음을 친다면? 마치 꿈을 꾸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스파이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미국에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한두 건의 실수가 아니라 수백, 수천명의 사람들이 실수나 잘못된 서류, 잘못 기록된 증거, 혹은 부실한 수사 등으로 이유 없이 체포되고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되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인 ICE(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는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잘못된 서류나 정보, 수사 부실 등으로 인해, 미국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ICE 요원들에 의해서 붙잡혀 외국인 보호소에 갇힌 사람들을 풀어준 경우만 해도 1480명이나 된다.

법무부의 자료와 이민국 재판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된 사례도 더 있어서 실제로 ICE에 의해서 구금된 사람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ICE가 매년 체포해서 구금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10만명 정도다. 미국 시민자가 실수로 구금되는 경우는 일부지만, 당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기도 하는 문제다.

특히 자신이 미국 시민임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체포된 사람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미국 시민을 착각해서 체포하는 가장 흔한 경우는 부모가 이민자인 2세나 본인이 이민자인 1세의 경우다.

잘못된 서류나 같은 이름을 지닌 다른 사람의 기록으로 오판을 해서, 해당 인물이 미국에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판단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리알토의 주택 관련 자재유통업체 홈디포에 방문했다가, 미국 국토안보부 직원들에 의해 주차장에서 체포된 정원사는 처음에는 왜 국토안보부 직원들이 자신을 데려가려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멕시코에서 태어났지만 유년기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그의 부모가 시민권을 받으면서 10대에 시민권자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외국인 보호소에서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가족이 여권과 시민권증서를 가지고 와서 제시했지만 ICE 직원들은 이를 고려하지도 않고 코웃음만 쳤다. 결국 이 정원사는 며칠 밤을 보호소에서 보낸 후에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풀려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이름 스펠링이 잘못 적혀 있는 데서 오해가 시작됐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ICE 직원들은 이런 오류를 고치려 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정원사는 IC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2만달러의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날을 보호소에서 보내면서 고객들의 전화를 받지 못하고, 작업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해고를 당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여성은 ICE가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아서 외국인 보호소에 1번이 아닌 2번이나 구금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과테말라 출신인 이 여성은 ICE가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구금해서 알몸 수색까지 당했다.

그녀는 남편이 여권과 신분증을 들고 와서 시민권자임을 증명하기까지 ICE 보호소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아무리 자신이 미국 시민이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았던 ICE 직원들과 불안증 때문에 먹던 약까지 뺏긴 경험으로 인해서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마약 판매 혐의로 징역을 살고 있던 한 남성은, 불법체류자로 오인받는 바람에 징역형을 모두 살고 나서도 3년 반이나 더 감옥에 묶여있어야 했다.

아버지와 함께 이민 와서 시민자였던 그는 ICE가 아버지와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의 정보를 이용하면서 아들인 이 남성이 불법으로 미국에 거주한 것으로 단정지은 것이다.

무려 1273일이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감옥에 있어야 했던 그는 오류가 확인된 후 풀려나서 ICE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8만2500달러의 보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