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C녹십자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유행성출혈열 백신 한타박스주. 출처=GC녹십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GC녹십자가 국내 1호 신약으로 개발한 유행성출혈열(신증후출혈열) 예방백신 한타박스주가 허가취소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조건부' 허가라는 꼬리표를 뗐다. 한타박스주는 위해성관리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검증을 받게 된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중앙약사심의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한타박스주 용법‧용량 변경 및 장기면역원성 결과 타당성’을 심의한 회의록에 따르면 중앙약심위원들은 논의 후 한타박스주를 위해성관리계획 대상 약물로 변경해 60개월 동안 추적관찰 후 장기면역성을 확인하기로 했다.

위원들은 또 임상시험결과를 토대로 용법‧용량(접종횟수)을 3회에서 4회로 늘린 것에 대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한타박스주가 예방하는 유행성출혈열은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들쥐 등 설치류의 분변으로 감염돼 환자를 사망하게 할 수 있는 질병이다. 매해 세계에 약 50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에서 약 4~7%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1990년 한타박스주를 백신 접종 후 장기간 항체를 보유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장기면역원성에 관한 임상 3상 결과를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달면서 판매를 허가했다. 조건부 판매허가는 임상 2상만 마친 신약이더라도 심각한 질병을 두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안전성을 검증하고 판매허가를 한 뒤 임상 3상을 진행하는 제도다. 

한타박스주는 시판 후 20년이 지나도록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허가가 취소될 뻔한 적이 있다. 조건부 판매허가 후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으면 허가조건 미이행으로 허가취소가 가능하다. 

2014년도 국정감사에도 해당 사실이 지적됐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유행성출혈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3년 동안 1261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에서 군인 2명을 포함한 18명이 사망했다.

식약처는 2014년 한타박스주를 마땅히 대체할 의약품이 없다는 점을 들어 허가는 유지하면서 용법‧용량을 변경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도록 했다. 이에 GC녹십자는 2015년부터 접종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려 임상시험을 수행했고 식약처의 기준을 넘는 결과를 얻어냈다.

녹십자가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1차 평가변수인 기초접종 1개월 후 항체가 생성되는 비율인 항체양전율은 80.97%로 식약처의 기준인 55% 이상으로 나타났다. 

2차 평가변수는 추가접종 후 1, 2, 4, 12, 24, 36, 48, 60개월 시점의 항체양전율 등이다. 이는 추가접종 후 4개월 시점까지의 결과가 식약처에 제출됐다. 이외에도 수동면역시험과 유용성 논문이 제출됐다.

중앙약심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유행성출혈열 환자의 혈청 중에 포함된 항체의 양을 측정한 값인 항체 역가 기하평균(Geometric mean antibody titer, GMT)의 측정 데이터값이 약 300정도라는 식약처의 대답을 듣고 “그렇다면 해당 임상 결과 값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바이러스 백신에서는 대부분 접종 후 GMT 값이 많이 올라가는데 이렇게 올라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중앙약심위 위원들은 “다른 허가조건인 장기면역원성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면역원성 결과가 낮다 보니 다시 효과 문제로 돌아가는 것은 잘못된 논의”라면서 지난번 약심 결과에 따라 기초접종 3회, 추가접종 1회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에 이의가 있는지 의견을 받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한타박스주의 허가가 취소되면 중국 백신을 투여해야 하는데 중국 백신의 효과가 더 우월한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두 백신을 모두 사용하지 않는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500여명 가량 발생하고 있는 발병률이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허가 이후 위해성관리계획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조건부 허가를 허가로 바꿔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견에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3분의 2 이상의 위원들이 동의했다

이에 식약처는 한타박스주가 임상 3상을 통과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해당 백신을 ‘조건부’ 품목허가에서 ‘일반’허가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한타박스주는 ‘조건부’라는 꼬리표는 뗐지만 앞으로 장기면역원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다. 식약처는 위해성관리계획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한타박스주를 검증하게 된다. 확인결과 장기면역원성이 떨어지면 한타박스주의 효능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해성관리계획은 5년 동안 장기면역원성을 확인하겠다는 계획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행정처분 등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장기면역원성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