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이제 서울과 평양의 시계가 같은 시간을 가리키게 됐다. 북한이 한국보다 30분 느렸던 ‘평양시간’을 5일 0시를 기준으로 30분 앞당기면서 남북한의 표준시가 다시 같아졌다. 2015년 8월 북한이 ‘평양시간’을 도입한지 2년 10개월 만의 시간 통일이다. 기쁜 소식이지만 독일 시계 브랜드 글라슈테 오리지날은 다소 난감하게 됐다.

 

▲ 18K 화이트 골드 케이스를 장착한 세나토 코스모폴리트. 출처=글라슈테 오리지날

이야기의 시작은 2015년으로 되돌아간다. 8월 15일이었다. 북한이 1912년 일본이 강제로 정한 타임 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기존 서울, 도쿄와 동일한 GMT -9를 대신해 GMT -8.5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시 글라슈테 오리지날 CEO 얀 가마드(Yann Gamard)는 한국 지사에 전화를 걸어 이와 관련한 문의를 했고 같은 해 11월 평양 표준시가 반영된 시계를 제작했다. 세나토 코스모폴리트라 이름 붙인 시계는 ‘평양시간’을 포함해 전 세계 36개 주요 도시의 시간을 알려줬다. 18K 화이트 골드로 제작한 세나토 코스모폴리트는 5000만원대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기를 끈 모양이다.

 

▲ 12시 방향의 서울 현재 시각보다 30분 늦은 평양 시간을 알려주는 세나토 코스모폴리트. 출처=글라슈테 오리지날 공식 홈페이지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올해 ‘평양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또 한 번 선보였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장착한 세나토 코스모폴리트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 바젤월드에서 공개된 세나토 코스모폴리트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평양시간’을 알려준다. 세나토 코스모폴리트가 ‘평양시간’을 보여주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 시각이 11시 15분이라고 치자. 이때 ‘평양시간’이 궁금하면, 8시 방향에 위치한 시티 창(DST는 서머타임, STD는 표준시를 의미) 부분에 평양 순안공항의 공항 코드인 FNJ가 보일 때까지 4시 방향 크라운을 회전시키면 된다. 그럼 시계 중앙의 시침과 분침이 함께 돌아가며 서울보다 30분 느린 10시 45분을 가리키게 된다.

 

▲ 2018년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으로 다시 태어난 세나토 코스모폴리트. 출처=글라슈테 오리지날

그러나 5월 5일 0시를 기점으로 글라슈테 오리지날 세나토 코스모폴리트의 평양 시간 기능은 쓸모없는 기능이 됐다. 잘못된 평양 시간을 전하는 것을 제외하면 세나토 코스모폴리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시, 분, 스몰 세컨즈, 날짜, 듀얼 타임, 두 개의 낮/밤 인디케이터,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까지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72시간의 넉넉한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며, 2018년 버전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장착해 가격대도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써 구현한 기능이 쓸모없게 돼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찜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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