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여부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경제재재를 부활하면 이란의 원유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유로 유가가 오르고 있다. 유가뿐만 아니라 금값도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값은 최근달러 강세와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의 타격을 받아 내림세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불안으로 위기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릴 것이라는 통념에 비춰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전망이다.

물론 중동리스크가 별탈 없이 해결된다면 금값은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BK자산운용의 외환전략 부문  보리스 슐로스버그 전무이사는 최근 미국 CNBC방송에 "금값은 발작하듯 부침을 보였는데 요즘은 달러 강세로 하락을 겪고 있다"면서 "지정학 리스크는 금값 상승을 도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값은 강달러와 미국 이자율 상승 때문이라면서 "이자율이 상승하면 실질 수익을 주지 않는 금은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지정학 위기기 생기면 금은 안전한 피난처가 될 것이며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5년 채택된 이란 핵협정에 문제가 있다며 영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와 독일, 이란과 함께 체결한 핵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며 이란은 재협상 의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트 대통령은 12일까지 탈퇴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동리스크가 부각돼 최근 원유가격이 치솟고 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을 만큼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금값은 올들어 달러강세와 미국 국채금리 상상의 직격탄을 맞았다.지난 1월25일 온스당 1362.90달러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4일에는 온스당 1314.7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와 견준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로 본 달러 가치는 줄곧 상승세다. 지난 4일엔 전날에 비해 0.2% 오른 92.58을 나타냈다. 올들어 4일까지는 0.63% 올랐다. 선물시장에서 금값은 달러로 표시되는 데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내리는 운명이다.

달러 가치는 미국 경제가 건실하 강세를 띠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실업률이 1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3.9%를 기록할 만큼 순항하고 있다. 지나달 새 일자리 창출 건수가 16만4000개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지만 여전히 완전고용상태를 보일 만큼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올해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이를 네 번으로 한 번 더 늘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달러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미국 경제가 순항하고 Fed가 공세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는 한 금값이 상승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주식시장과 같은 위험자산의 호황도 금값의 상승을 막는 요인임은 굳이 말이 필요없다.

현재의 금 값은 올해 초 개장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월2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2월물은 온스당 1316.1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에 비해 0.5%(6.80달러) 오른 것이었다. 이후 1월 중순 정점을 찍었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이 대로라면 지난해 약 14% 오른 금값 상승률을 올해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과 인도 등 금수요국에서 금수요가 급증하고 중동리스크가 부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고치인 2011년 8월 온스당 1900달러라는 영화를 찾기란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