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분양시장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신규 분양현장에서 무등록 분양대행업체가 속해 있을 경우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기로 방침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이코노믹리뷰>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향후 분양승인을 받는 신규 분양현장에서 분양대행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분양현장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양대행업체에 건설업 등록증이 없을 경우, 분양승인을 내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지자체의 이 방침으로 인해 분양현장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반응이다. 서울시 이외에도 수원시 등 분양 물량이 대거 예정된 지자체들은 분양승인 시 해당 현장의 서류를 꼼꼼히 살펴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의 분양대행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는 현장은 총 11곳 4772가구로 5월 전국 분양물량의 약 10%를 차지한다. GS건설이 분양하는 ‘고덕자이’와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신촌’도 이달 중 모델하우스를 개관한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서초구 서초동 우성1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서초 우성1차’를 공급한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신길8구역을 재개발하는 ‘신길파크자이’도 분양이 예정돼 있다. 분양 물량이 몰려 있는 곳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이번 달 전국에서는 총 66곳에서 5만9400가구(오피스텔 제외)가 공급되며 이 중 4만8311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는 지난 3월 분양실적이 1만5724가구(일반분양 기준)였음을 감안할 때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당장 분양이 예정된 현장 대다수가 건설업 등록증이 없는 분양대행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이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등록 분양대행 업체가 업무를 진행할 경우 언제든지 영업정지 위험에 놓이게 된다. 결국 일부 현장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실제 서울에서 5월에 분양이 예정돼 있던 ‘ㄹ’ 건설사는 분양 일정을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말까지 미룰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계약 직전에 있었던 분양대행사가 건설업 등록증이 없기 때문이다.

‘ㄹ’ 건설사 관계자는 “해당 대행사가 건설업 등록증을 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무부서에서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분양대행사들의 경우 영세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건설업 등록을 할 경우 운영비가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분양대행사 중 건설업 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곳은 시행업을 병행하는 일부에 불과하다. 그동안 건설업 등록증은 분양대행사가 건설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분양대행 업무를 할 때 필요한 고려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선착순 추첨과 관련해 분양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분양대행사의 업무능력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국토부에서 분양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 따른 건설업 등록에는 종합건설업 등록과 전문건설업 등록이 있다. 이 중 종합건설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5억원 이상의 자본금이 필요하며 사무실은 물론 해당 업종의 기술자격을 가진 기술자가 적게는 5명 이상 있어야 한다.

수도권 지역 위주로 분양대행을 한 ‘F’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업을 등록할 경우 한 달 인건비만 2000만원에 달한다”면서 “일반적으로 분양대행사가 건설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한 현장에서 계약해 있는 기간이 4~5개월에 불과한데 인건비로 2000만원이 매달 나간다면 대행사 입장에서는 수익이 남지 않고 결국 몇몇 대행사가 독점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장 업무를 모르는 국토부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청약 관련 업무는 투명한 절차 이행과 청약신청자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 적법하고 적정한 능력을 갖춘 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그간 미등록 업체가 분양업무를 대행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켜, 지난 3월부터 관련 규정에 따라 자격을 갖춘 업체가 분양대행 업무를 수행하도록 관계기관에 지도감독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