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조선 후기 설화의 단골손님인 봉이 김선달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당대의 명망있는 양반과 부유한 상인, 위선적인 종교인들을 골탕먹인다. 백미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장면인데, 현지 물장수를 미리 포섭해 대동강 물을 돈주고 판매하는 것처럼 꾸며 한양에서 올라온 상인을 속이는 대목이다. 돈에 눈이 뒤집힌 사람들에게 통렬한 일격을 가하는 한편, 내심 공공재의 가치에 대한 의미있는 고찰까지 끌어내는 하이라이트다.

문제는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엄연히 '사기꾼'이라는 점이다. 그는 소유권을 가지지 않은 대동강 물을 마치 자기의 것으로 속여 한양 상인들에게 넘겼다. 당시도 마찬가지지만, 현재의 법 관점에서 봐도 그는 바로 고소를 당해도 할 말이 없다.

▲ 피키캐스트의 애완용 돌이 분양되고 있다. 출처=피키캐스트

21세기 봉이 김선달'들'의 진지한 사업
21세기에도 봉이 김선달들은 존재한다. 다만 공공재를 겁없이 넘기는 불법이 아니라 정당한 사업의 틀에서 의미있는 마케팅 인사이트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이걸 돈주고 판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상품을 판매하지만, 그 행간에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 색다른 관점이 숨어있다.

콘텐츠 플랫폼 기업 피키캐스트는 지난 4월6일 이색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이른바 '애완용 돌' 분양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며 마치 무념무상의 돌이 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애완용 돌을 분양하겠다는 발칙한 상상. 진지해서 더 공포스럽다. 피키캐스트는 애완용 돌을 수익사업으로 삼아 판매하지는 않았지만, 분양 이벤트에만 무려 4만1000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피키캐스트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돌·팔이 의사’를 컨셉으로 총 82개의 ‘애완용 돌’을 분양했으며, 입양보증서와 7가지 힐링 콘텐츠 QR코드 등을 함께 제공해 독특한 재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지점은, 피키캐스트의 애완용 돌 분양은 마케팅 차원의 무료 서비스로 이뤄졌으나 실제 '돌'을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관상용이나 특별한 산업 목적을 가진 광석이 아니다. 그냥 돌이다.

1975년 미국의 게리 로스 달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돌을 애완용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판매하기 시작한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고, 게리 로스 달이 무심코 "나는 애완용 돌을 키워"라고 말하며 실제 사업이 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돌에 '순종 페트락'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 약 4달러에 판매해 6개월동안 150만개를 팔았다.

냉정히 말해 순종 페트락은 길거리 돌 수준은 아니다. 멕시코의 한 해변에서 채취한 골재기 때문에 1센트 수준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1센트의 골재를 애완용 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4달러에 판매, 6개월만에 150만개를 팔아치운 것은 보통 수완이 아니다.

2009년에는 페트락의 후예가 등장했다. ICT의 시대답게 USB 포트를 돌에 연결한 'USB 페트락'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USB 기능은 없고, 순수하게 관상용이다. 돌 이상의 가치는 없지만 가격은 약 8달러다.

▲ USB와 만난 돌. 출처=갈무리

판매는 아니고 렌트의 개념이지만, '닭'을 빌려주는 곳도 있다.

2013년 미국 펜실베니아에 거주하는 농부 톰킨스가 '렌트 더 치킨'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이 350달러를 내면 닭을 빌려준다. 맞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닭이다. 일종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를 연상하게 만들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닭을 왜 빌려줄까?"

렌트 더 치킨 비즈니스의 기저에는 지역 먹거리 운동이 깔려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바로 닭을 빌리며 얻는 고객의 사용자 경험이다. 렌트 더 치킨의 주요 고객은 자녀교육에 닭을 활용하려는 사람이거나, 취미생활로 닭을 키워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다. 신선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이면에 '생각하지도 못한 인사이트'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없다. 그냥 닭에 대한 호기심을 나누는 수준이다.

▲ 렌트 더 치킨 비즈니스 홈페이지가 이뤄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2015년 미국에서는 감자에 고객이 원하는 사진이나 문구를 붙여 배송해주는 포테이토 파셀이라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커뮤니티에 장난처럼 올라온 한 장의 사진. 감자에 우편을 붙여 배송을 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일종의 '특별한 감자 배송 비즈니스'가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그 이상의 뜻은 없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를 포장해 판매하는 비즈니스도 있다. 미국 뉴욕에 서주하는 저스틴 지나크가 시작했으며, 뉴욕 타임스퀘어 주변의 쓰레기를 주워 정성스럽게 포장해 아크릴박스에 넣어 판매한다. 대통령 취임 등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면 한정판 쓰레기 에디션도 등장한다. 특정 지역의 쓰레기를 한정판으로 묶어 판매하면 번개처럼 완판신화를 쓴다.

▲ 쓰레기 에디션이 팔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왜 팔까? 왜 살까?
돌과 쓰레기를 팔아도 돈이 되는 시대. 세상이 미친 것일까? 내가 미친 것일까?

비즈니스가 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먼저 마케팅 차원에서 돌에 애완용이라는 콘셉을, 쓰레기에 한정판이라는 콘셉을 부여한 대목이다. 단순한 골재나 쓰레기를 아무런 이유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가 깃드는 순간, 돌과 쓰레기는 무한의 가치를 부여받는다. 자연스럽게 사용자 경험의 확장이라는, 글로벌 ICT 업계를 관통하는 플랫폼 인사이트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기발한 비즈니스가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포테이토 파셀은 반짝 관심을 끌었으나 이후로는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쓰레기를 판매한 저스틴 지나크는 제품과 포장의 중요성을 중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일종의 휘발성 프로젝트를 단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진지한 비즈니스로는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온열기를 팔고, 남극에서 에어컨을 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줬다. 사업 다각화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의미창출 측면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