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3일 밤 1차 협상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만 말했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대표들이 3일 밤 협상 1차전을 마쳤다. 이들은 양국간의 무역 협상이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낼 수 없는 어려운 협상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 차례의 협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 주 동안, 금융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융 서비스와 자동차 부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가속화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점을 지적하면서도, 미국과의 긴 스파링에 대비하고있다.

중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은 선의를 보여 왔으며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서로의 의도를 먼저 이해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및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3일 오후부터 중국 협상가들과 논의를 시작했지만, 미, 중 어느 쪽도 4일까지 진행될 협상 첫 라운드에 대해 어떤 논평도 하지 않았다.

미국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피터 나바로 백악관 제조업 담당 국장 등이 대거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은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가 혼자서 이들을 상대하고 있다.

3일 밤 별다른 성과없이 무역 협상을 끝낸 미국 사절단은 미국통이자 경제에 정통한 왕치산 부주석이나 시진핑 주석을 직접 면담케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FT는 전했다.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에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우리는 서로 어떻게 대처할지를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내년 1년을 다 보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양국을 분열시키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알게 되겠지요."

중국 정부 대변인도 미국 대표단이 도착하기 앞서, “중국은 보호 무역 전쟁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협상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보는 이유도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중요한 문제, 특히 중국 국영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이용하려 한다는 (중요한 기술이나 지적 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부과한 관세나 여러 제한 조치들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전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갈 협상을 준비하면서도,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관세 협박을 실제로 이행할 경우 중국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고 약속했던 미국 농산물, 특히 대두 같은 상품의 대체 공급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4월부터 미국의 대두 수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대두 수입국이며 지난 해 120억 달러(13조원)의 대두를 중국에 수출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대신, 아르헨티나, 캐나다, 브라질에서 대두를 구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북부 농업 지대의 지방 정부에도 대두 재배를 지시했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창춘(長春)시가 주변 지역으로 발송한 긴급 통지에는 대두 재배 확장이 지방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되어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중대한 정책 변화를 보일 의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번 협상에 대규모 사절단을 승인했다.       출처= WorrdPress.com

양국 정부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쟁에 대해 완전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중국 산업 정책의 방향이다. 미국의 불만은,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게 금융 및 기타 보조금을 지원하고, 미국 기업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기술을 이전하도록 강요하는 등, 실제로 정부가 기업에서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관리들은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해 중국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 것이지, 중국이 그들에게 불공평한 이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응한다.

지난 주말 칭화대학교에서 열린 중국 정부 관리, 학계, 국영 기업 경영진 및 해외 논평가들이 참여한 포럼에서, 중국 국영 석유화학 기업 <중국중화그룹>(SINOCHEM Group)의 닝 가오닝(寧高寧) 회장은 "보조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월스트리트저널이 그의 원고를 확인했다).

포럼에서 닝 회장과 그 외 여러 발언자들은 중국 정부는 기업들이 첨단 제조업 및 미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을 뿐이라며 정부를 옹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양위민(楊偉民) 수석경제고문은 "미국은 첨단 기술 제품을 생산하고 중국은 티셔츠나 생산하라는 것이야말로 부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국영 부문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일련의 연설과 공식 행사에서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술을 조속히 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은 자동차 같은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완화를 제안하고 양국간 자유무역협상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광범위한 협상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경제 협력체인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과 법적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중국을 경제 정책의 초점으로 삼았다. 그는 중국에 대해 관세 위협이나 기타 제한을 부과하면서도 시 주석이 위엄 있는 지도자라느니 친구라느니 하는 찬사를 보내는 혼합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태양광 패널,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는 또 중국 수입 제품에 대해 1500억 달러에 상당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지적 재산권에 관한 분쟁으로 미국내 중국 투자를 제한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사절단이 미국을 떠나는 날,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 군·정부기관과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들이 중국산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이런미국 경제 사절단의 방중 시점에 맞춰 미·중 무역 협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화웨이와 ZTE 기기는 국방부의 인력, 정보 그리고 명령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정보에 비추어 보면, 그들이 계속해서 미군기지에서 휴대전화를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고 밝혔다.

▲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베이징에 도착한 라이트하이저 대표.       출처= Asia Times 캡처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줄곧 "국가 자본주의가 들어와 우리의 기술을 훔치고 우리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해 왔다.

이에 대해 중국은 농산물, 자동차, 항공기 등 미국 제품에 대한 자체 관세로 대응했다. 또<퀄컴>(Qualcomm)과 <베인 캐피털>(Bain Capital) 등, 미국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수 협상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이번 미국 고위 관리들의 중국 사절단에는 래리 쿠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이 대거 포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중대한 정책 변화를 보일 의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런 대규모 사절단을 승인했다.

이번 사절단을 평가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나바로 국장은 중국에 대해 거칠고 광범위한 접근 방식을 추진하면서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며, 므누신 재무장관과 쿠들로 보좌관은 시장 갈등의 신속한 해결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금융 서비스 부문을 맡고 있는데, 이는 다른 이슈들보다는 의견 차가 크지 않아 해결에 보다 가까이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사절단의 지나치게 큰 규모와 소속 부서가 각기 다르다는 것이 빠른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 영빈관 조어대(釣魚臺. Diaoyutai)에서 열리는 협상 테이블에 대표단 전체가 참여해 비슷한 등급의 중국 관리들로부터 통역을 통해 답변을 들을 경우, 회담이 몇 시간 동안 길어 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에 요구할 사항을 작성하는데 해당 업계에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단체는 미국 정부에, 미국 금융 서비스, 생명 공학, 클라우드 컴퓨팅, 전기 자동차 등 여러 산업에서 외국인 지분 제한을 해제하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해 달라고 촉구했다. 외국 기업을 자국 기업보다 덜 우호적으로 취급하는 법률과 규정을 없애고, 지적재산권 법을 강화해야 하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없애고, 국경간 데이터 흐름 제한도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업계의 이런 아이디어를 전체적으로 수용할 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중국의 근본적인 변화다. 장기전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