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가 갑질은 이제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조 전 전무의 갑질에 이어 등장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순간의 공분은 있었지만 재벌가의 갑질을 특이한 현상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갑질을 ‘재벌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한다는 말이다.

이는 재벌가의 갑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새롭게 등장하는 갑질에 무덤덤해진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갑질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변 환경이 갑질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다.

어떤 전문가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자기중심으로 행동하고 큰 목표를 향해 가면서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그저 도구로만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른 전문가들은 재벌가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권력의 최정점에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만큼, 자기중심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분노를 잘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재벌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갑질은 존재한다. 업무상 ‘을’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게 욕설이나 막말을 해 스트레스를 준다거나, 영업사원들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일까지 사회에서 권력이 존재하는 한 갑질은 늘 발생한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선임병의 갑질을 당해 봤을 것이다. 군대 내 폭력은 갑질의 정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직장생활을 한 사람들 중에서는 ‘사무실에서 상사가 재떨이를 던졌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업무 지시와 갑질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갑질은 누구나 권력을 갖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재벌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할 수 있는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갑질을 일상적인 일로 여기면 안 된다. 인간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도덕은 물론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갑질은 근절돼야 한다. 즉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돼서는 안 된다.

갑질을 어떻게 막을까? 전문가들은 갑질을 하는 본인의 의식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재벌가를 포함한 사회 도처에서 갑질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면 개인의 의지로는 갑질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그 핵심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작게는 갑질 현장을 찍거나 녹음해 공론화하는 방법부터, 크게는 총수 일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하다.

감시를 강화해야 갑질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개인의 ‘자율’에 기대서는 갑질을 근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사회 도처에서 확인한 만큼, 타율로라도 갑질을 막는 시스템을 막는 게 현명한 일 같다. 

키워드

#갑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