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중국의 샤오미가 홍콩 거래소에 상장하며, 신리앙(中信里昻),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공동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샤오미는 이번 상장을 통해 100억달러의 자금을 유치할 전망이며,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가치가 큰 중국 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샤오미의 미래비전은 어디에 있을까? 상장을 통해 확보할 금액의 활용처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 중앙에 앉은 사람이 레이쥔 샤오미 회장. 출처=갈무리

샤오미의 스마트폰 전략

샤오미는 2010년 레이쥔 회장이 설립했으며, 철저한 저가 스마트폰 전략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했다. 처음에는 무기력했다. 2013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18.5%로 부동의 1위, 화웨이가 12%로 2위, 레노버가 11.7%로 3위, 쿨패드와 ZTE가 각각 10.4%, 9.5%로 4위와 5위를 달렸다. 당시만 해도 중국 시장 1위에 빛나는 삼성전자의 영광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2014년 2분기 샤오미의 기습이 시작됐다. 단숨에 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꿰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2.3%의 점유율로 2위로 내려갔으며 레노버, 쿨패트, 화웨이가 나란히 3, 4, 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이 되면 샤오미는 사실상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맹주가 된다. 샤오미에 밀린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샤오미는 철저한 중저가, 가성비 스마트폰을 내세우는 한편 온라인 기반 유통판로를 고집하며 중국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도 오래가지 못했다. 화웨이가 단숨에 1위를 차지하나 싶더니 갑자기 비보와 오포가 무서운 기세로 샤오미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1위에서 밀려난 샤오미는 심각한 위기론에 직면했다.

‘당장 샤오미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으나 샤오미는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전략에만 집중하면 인도를 중심으로 중국 외 시장을 빠르게 공략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특허권 협력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카피캣’의 오명을 벗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그 결과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누르고 1위에 등극했으며,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의 뒤를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시장 석권의 핵심전략이던 온라인 중심 판로 개척을 인도 시장에서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유연한 유통 전략도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 샤오미가 만든 스마트 운동화. 출처=갈무리

진짜 사업 다각화는 아이템 세분화

샤오미는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으나 화웨이와 비보, 오포 등에 밀려나 위기와 직면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출하량이 늘어나며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다만 샤오미 스마트폰 전략이 홍콩 거래소 상장에 이은 중국 톱3 테크 기업의 진짜 비결은 아니다. 핵심은 샤오미의 만물상 전략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역성장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반짝 상승하고 있으나 하드웨어 폼팩터의 변화는 요원하다. 설상가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점점 길어지고 있어 제조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 매출 비중을 줄여 콘텐츠 분야 매출을 키우는 이유다.

샤오미는 시작부터 ‘스마트폰은 우리의 주력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소프트웨어 미유아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의 연결을 위한 동력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했을 뿐, 핵심은 미유아이가 만드는 온라인 생태계에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의 언론인 허옌이 쓴 <샤오미 인사이트>에서 레이쥔 회장은 창업 초기 직원들을 불러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최종 목표는 미유아이로 세상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에 미유아이 생태계를 이식하는 것이 목표며, 미유아이는 다양한 기기로 퍼져야 한다는 것이 레이쥔 회장의 철학이다. 샤오미가 ‘미펀’으로 불리는 샤오미 팬덤을 통해 활발한 의견교환으로 미유아이의 생활밀착 기술을 키우는 한편, 건전지부터 공기청정기, 운동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샤오미의 홍콩 증시 상장 문서에도 힌트가 있다. SCMP에 따르면 샤오미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중 30%를 스마트폰과 TV 등 주력 상품군에 사용하고 30%는 생활용품, 30%는 글로벌 시장 확대, 10%는 일반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미래성장동력으로 활용할 자금의 30% 중 일부만 스마트폰에 사용한다는 대목이 의미심장하다. 샤오미의 미래는 스마트폰에 있지 않다는 뜻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하드웨어 점유율을 늘려 몸집을 불리고, 인도 등 글로벌 전략에 나서며 최대한 시간을 벌었다. 동시에 사물인터넷 전략을 미유아이로 담아내어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 방대한 데이터와 연결하는 방식을 노리고 있다. 샤오미 만물상 전략의 핵심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샤오미 수익의 핵심은 스마트폰이 아닌 사물인터넷 연관 산업"이라며 "국내 업체들도 샤오미처럼 전략의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샤오미 미유아이 전략의 성공을 100% 담보하기는 어렵다. 모바일에서 초연결로 변하는 현재, 비슷한 목표를 가진 경쟁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인공지능으로 풀어가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강력한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하드웨어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입하는 중이다. 샤오미의 미유아이도 하나의 후보군이라는 뜻이다. 샤오미가 모바일 앱(AP) 자체 제작 등을 통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것도 자기가 주도하는 초연결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샤오미가 홍콩 증시 상장 후 확보될 자금으로 ‘어떤 미래를 그릴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다양한 제품을 미유아이로 연결하는 한편,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 선언 등 글로벌 경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