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지난 1일 넷마블은 자산총계가 5조~10조원인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게임업체가 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된 건 지난해 넥슨에 이어 두 번째, IT업계에서는 카카오, 네이버, 넥슨에 이어 네 번째다. 넷마블은 2000년 당시 방준혁 의장이 8명의 직원과 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회사다. 스타트업이 18년 만에 ‘준대기업집단’이 되고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성공스토리의 원동력이 무엇이고 종착지는 어디일까?

넷마블은 설립 초기 청소년을 주 타깃으로한 게임을 개발했다.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과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1년간 270억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했다. 설립 후 3년 만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방 의장은 2004년 넷마블을 CJ에 매각했다. 그 후 넷마블은 CJ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2005년엔 넥슨지티(당시 넥슨하이)가 개발한 온라인 FPS 게임의 히트작인 ‘서든어택’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든어택은 그다음 해에 동시접속자 수 25만명을 기록했고 인기가 이어져 2008년엔 게임전문 조사 사이트 게임트릭스에서 106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위력을 보였다.

▲ 넷마블 방준혁 의장. 출처=넷마블

그러나 넷마블은 암흑기를 거쳐야 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비스하고 선보인 32개 게임 대부분이 흥행에 실패했다. 게다가 회사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한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이 넥슨에게 넘어가며 회사 존립을 위협받았다. 

회사를 떠난 창업자 방준혁 의장은 2011년 넷마블로 복귀했다. 당시 넷마블은 연 매출 2000억원대에 영업이익은 적자인 상황. 대책이 필요했다. 방 의장은 사업 주력업종을 기존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바꿨다. 그즈음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이 마무리되던 시기였다. 선데이토즈의 모바일게임 ‘애니팡’이 큰 인기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PC게임 시장의 비중이 훨씬 크던 때였다.

넷마블은 2012년 출시한 모바일 레이싱 게임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모바일게임을 연달아 빵빵 터트리며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3년엔 야구게임 ‘마구마구2013’,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두의마블은 최단기간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 넷마블은 모바일게임을 성공시키며 좋은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출처=넷마블

승승장구하던 넷마블은 2014년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서 약 53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넷마블은 CJ에서 독립하고 사명을 ‘넷마블게임즈’로 변경했다. 사명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이후 다시 넷마블로 변경됐다.

2014년 이후로는 모바일 RPG가 넷마블에 많은 매출을 안겨줬다. 넷마블은 그해 3월 턴제 RPG ‘세븐나이츠’를 출시했고, 2015년과 2016년 각각 액션 RPG ‘레이븐’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을 선보였다. 세븐나이츠는 출시 이후 꾸준히 구글 매출 TOP10을 유지하며 누적 다운로드 1300만을 돌파했다. 리니지2레볼루션은 출시 1개월 만에 누적 매출 2000억원을 넘었고, 아시아 6개국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에서 최고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 넷마블 매출액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 넷마블의 대표 모바일 RPG게임 세븐나이츠와 리니지2레볼루션 이미지. 출처=넷마블

넷마블의 자산이 5조원을 넘기고 준대기업집단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매출 급증과 유상증자에 따른 현금 실탄 덕분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이 그 이전 해에 비해 61.60%증가한 2조4247억원을 기록했다. 유상증자로 2조7000억원 가량을 손에 넣었다. 조 단위의 매출을 낸 것은 국내외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컸기 때문이었다. 넷마블의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2분기 이후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넷마블은 처음으로 넥슨에게 매출액 1위를 자리를 빼앗았다.

넷마블의 자회사 매출도 실적이 커지는 데 영향을 줬다. 넷마블은 일본, 미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법인이 있다. 매출액이 큰 자회사를 살펴보면, 리니지2레볼루션을 개발한 ‘넷마블네오’가 지난해 3000억원을 기록했고, 캐쥬얼게임 쿠키잼을 개발한 미국의 개발사 ‘잼시티’ 4160억원, 세계적인 모바일 게임회사 카밤은 254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 넷마블의 국내외 주요 관계회사 현황. 출처=Dart

덩치가 커진 넷마블은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을 투자한 게 대표적인 예다. 넷마블은 이 투자로 빅히트 엔터의 지분을 25.71% 보유하게 된다. 취득예정일은 다음달 4일이다. 이런 행보를 우려하는 투자자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넷마블은 회사 본연의 사업인 게임 사업에 꾸준히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럼에도 올들어 실적은 저조하다. 넷마블은 지난달 30일  상대적으로 저조한 1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직전 분기 대비 각각 26.2%, 17.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각각 62.9%, 20.0% 주는 등 감소폭이 더 컸다. 영업이익이 준 것은 예견된 결과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렇다할 신작을 내놓지 못했고 넷마블을 지금 위치로 키워준 모바일 MMORPG 게임을 포함한 다른 일반 장르 모바일게임도 실적이 감소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 연간으로 어떤 실적을 내놓을까? 증권가는 대체로 전망이 좋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5일 론칭한 ‘해리포터: 호그와트 미스터리’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앞으로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등 대형 RPG 출시가 예정돼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 넷마블이 1분기 실적부진을 딛고 쾌속순항을 할지에 게임업계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