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로봇은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일 것이다.  '페퍼'가 도쿄의 스시 매장에서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출처= SoftBan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사와노보리 테츠야는 10여년 전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할아버지와 큰 아버지의 뒤를 이어 레스토랑을 열었지만 1년도 못돼 문을 닫았다.

"식당업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휴일도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하루 평균 16시간이나 일해야 했고, 완전히 지쳐서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지요. 게다가 요즘 음식 서비스 산업에서는 일손이 너무 부족합니다. 사람들이 매일 반복되는 이런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도 않지요.”

그는 일본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긴 근무 시간은 열심히 일하는 것의 척도로 간주되어 왔으며 전후 일본에서 일반적인 직장 문화가 되었다. 실제로 일본인들의 이런 문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일본 경제를 이끌어 왔으며 일본을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긴 근무 시간은 변함 없이 유지되면서, ‘과로’는 일본 기업과 정부까지 나설 만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정부가 외국인 숙련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기업들은 노동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산업 현장에 등장하기 시작한 로봇

식당 산업을 그만 둔 뒤 사와노보리는 로봇 사업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는 현재 일본 정부의 ‘500개 스타트업 초기 지원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고 있는 <커넥티드 로보틱스>라는 벤처 기업의 사장이다.

그의 회사는 올 여름부터 식당들이 다코야키(たこ焼き,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문어를 넣고 구운 인기 있는 거리 음식)를 만드는 작업을 도울 로봇을 판매할 계획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개발한 로봇이 식재료를 뜨거운 그릴 판에 굽고 타코야키를 요리할 수 있다.

사와노보리의 로봇은 요리를 하는 공정을 빨리 처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뜨거운 그릴 앞에 서 있어야 하는 요리사의 피로를 크게 덜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코야키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일본 음식을 요리하거나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도와주는 로봇도 만들 계획이다.

▲ 요코하마의 한 요양원 입주자들이 <후지소프트>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팔로’(PALRO)와 놀고 있다.      출처= Fujisoft

로봇의 도입을 시도한 또 다른 부문은 요양원이나 노인 보호 기관들이다. 재팬 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요양 시설은 2025년까지 약 38만 명의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늘어나는 일본의 노인 인구를 돌보는 일은 점점 더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주위이 돌봐 줄 사람이 없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은 노인을 돌보는 일자리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미 의료 환경 전반에 걸쳐 이런 노동 집약적인 일을 자동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 1월, <나고야 대학병원>과 일본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의 계열사인 <도요타 산업>(Toyota Industries)이 약이나 시험 견본을 병원 주변으로 직접 배달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로봇들은 야간 근무 중에도 운영되기 때문에 기존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여 줄 수 있다.  

또 <후지소프트>(Fujisoft Incorpopated)는 노인 요양 시설 입주자들에게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안내하거나 기본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 들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이른 바 반려 로봇 ‘팔로’(Parlo)를 개발했고, 일본의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병을 가진 노인들을 돌볼 수 있고 ‘파로’(Paro)라는 비슷한 이름의 또 다른 로봇을 개발했다. <리켄 연구소>(RIKEN-SRK)가 개발한 ‘로베어’(Robear)라는 로봇은 곰 새끼처럼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지만, 거동하기 힘든 환자들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들어 올리거나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가장 잘 알려진 로봇은 <소프트뱅크>(SoftBank)의 로봇 ‘페퍼’일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일본의 실제 매장에서 2000대의 페퍼가 고객 관리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 <리켄 연구소>가 개발한 ‘로베어’(Robear)라는 로봇은 곰 새끼처럼 큰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지만, 거동하기 힘든 환자들을 침대에서 휠체어로 들어 올리거나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출처= RIKEN-SRK

스타트업을 보는 일본의 시각 변화

일본의 로봇 산업 발전은 주로 필요에 의해 추진되고 있지만, 최근의 혁신을 주도하는 주인공들은 스타트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이들을 보는 정부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본사 사무실을 실리콘 밸리에서 일본으로 옮긴 <세븐 드리머스 연구소>(Seven Dreamers Laboratories)라는 스타트업은 세탁물을 개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CEO인 사카네 신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만 해도 일본의 창업 시장과 실리콘 밸리의 창업 시장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요즘에는 일본에서도 스타트업을 보는 관점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대기업들은 스스로 혁신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들은 대기업에서 혁신하는 것이 더 이상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스타트업들과 손을 잡기 시작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