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포스코는 ‘초격차전략’을 위한 제품군을 다수 보유 중이다. 자동차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용 선박까지 다양한 전방 수요산업에서 필요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제품은 ‘기가스틸’이다. 기가스틸은 포스코가 지난해 개발한 인장강도 1기가파스칼(GPa)급의 강판이다. 1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도 10t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보통의 철강재는 강도가 높아지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드는 성형이 힘들다. 기가스틸은 강하면서도 성형도 쉽게 할 수 있는 고급 강재다. 이런 이유에서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단단하면서 잘 구부러지는 꿈의 강철’로 부른다. 강도와 가공성이 높아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가스틸은 경제성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알루미늄 소재에 비해 비용이 3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가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차체를 생산했을 때를 비교해 보면 알루미늄을 사용했을 때 소비재는 3.5배, 가공비용은 2.1배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기가스틸은 자동차 경량화에도 알루미늄보다 높은 효과를 자랑한다. 일반 차체 중량인 250㎏을 기가스틸을 사용해 218㎏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포스코는 2012년 자체 개발한 차체에 기가스틸을 적용해 동일한 크기의 기존 차체 대비 중량을 약 26% 절감시키는 쾌거를 일궈냈다.

기가스틸은 친환경 소재이기도 하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1㎏를 생산할 때 탄소배출량은 철은 2~2.5㎏인 데 반해 알루미늄은 11~12.6㎏으로 최대 6배 차이가 난다. 포스코 관계자는 “알루미늄 등의 대체소재 사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지만, 알루미늄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기가스틸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인류와 가장 가까운 소재인 철의 위상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광양제철소에 기가스틸 전용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연간 생산 규모는 50만t이다. 포스코는 1973년부터 현대, 기아, 대우 등 국내 자동차사에 열연강판 판매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미국, 일본의 자동차회사와 장기공급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자동차 완성차 업체에 강판 공급을 시작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력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글로벌 자동차 강판 메이커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포스코의 기가스틸은 쌍용자동차 G4 렉스턴, 르노삼성의 SM6 등에 적용되고 있다. G4 렉스턴에는 프레임에 기가스틸이 대량으로 쓰인다. 심재홍 쌍용자동차 책임연구원은 “기가스틸을 적용한 쿼드프레임으로 기존 초고장력강판이 성형성에서 약점을 보인 것을 보완할 수 있었다”면서 “각 부품의 단면을 증가시키면서도 무게 상승을 최대한 억제했고, 특히 충돌 흡수부는 4중 구조로 적용해 충돌 성능이 최고 등급인 별 5개까지 올라갔다”고 호평했다.

김교성 포스코 기가스틸 상용화추진반장은 “기가스틸을 0.5㎜ 이하로 생산하는 기술 개선이 이뤄지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슬림하면서도 높은 강도가 필요한 노트북, 대형 TV, 냉장고 등 고급가전에도 충분히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능 철강 ‘고망간강’, 내식성 뛰어난 ‘포스맥’… 미래 수요 적극 대응

고망간강은 산업적으로 효용성이 크다고 알려진 망간(Mn)을 3~27%까지 첨가해 만든 철강제품으로 망간 함유량에 따라 내마모성, 비자성(자성이 없는 성질), 고강도·고성형성, 극저온인성(극저온에서 강재가 깨지지 않는 성질) 등 다양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강종이다. 활용 범위도 층간소음 방지 바닥판부터 극저온용 LNG 탱크까지 다양하다.

주요 적용 사례로는 세계 최대 석유 회사 엑손모빌의 오일샌드 슬러리파이프용 소재가 있다. 포스코와 엑손모빌은 지난해 3월 공동개발한 슬러리파이프용 고망간강의 양산과 공급에 합의했다. 슬러리파이프는 오일샌드의 슬러리(모래, 물, 오일 혼합물)로 마모가 빨리 돼 유지 보수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문제였다. 엑손모빌은 포스코의 고망간강을 적용한 파이프로 유지 보수기간을 줄였고 이에 따른 오일 생산량 증대 등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고망간강 바닥판은 지난 2014년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2015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바닥충격음 차단성능 중 가장 우수한 등급인 1등급을 받아 철강재 최초로 1등급 기준을 충족했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데 큰 장점을 발휘하는 이 제품은 기존 비철강재 바닥판 대비 중량 충격음을 10데시벨(㏈) 이상, 경량충격음을 20㏈ 이상 줄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제품을 적용하면 아이들이 뛰어 놀더라도 아래층에서 실제 느끼는 진동 수준은 조용한 도서관 수준인 4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극저온에서 깨지지 않는 성질인 ‘극저온인성’이 대폭 강화된 극저온용 고망간강은 영하 196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재다. 이런 이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과 이송을 위한 탱크 제작에 적합한 소재로 인기가 많다. 그간 사용된 니켈합금강보다 용접성이 우수하고, 가격도 니켈합금강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일신로지스틱스와 함께 경남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포스코의 고망간강으로 제작된 연료탱크를 탑재한 LNG추진 벌크선 명명식을 개최했다.

▲ 포스맥이 적용된 미디어 레지던스. 출처=포스코

 

포스맥(PosMAC)은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으로 부식이 잘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공기 중 염분이 높고, 해풍이 잦고, 강우량이 많은 도서해안에 설치된 철골 구조물에 적합한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포스맥은 특히 절단면 내식성까지 확보한 소재로 기존 소재와는 차별화를 추구했다. 이 제품은 아연, 알루미늄, 마그네슘의 3가지 원소를 활용해 만들어졌다. 내식성뿐만 아니라 내알칼리성, 내스크래치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 포스코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영국 강관 제조사인 톱튜브스와 파이프용 포스맥 공급 협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인도에서 태양광 구조물 강재 마케팅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