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철은 지구 중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금속 중에서는 알루미늄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금속이다. 원소 중에서도 산소, 규소, 알루미늄 다음으로 많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타 금속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성형이 쉽고, 다른 금속과 섞어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철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철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사용되는 철은 국가 중추 산업에서 꼭 필요한 소재일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 기반이 된 미래 산업에서까지 중요한 소재로 인식되고 있다. 무게가 가벼운 달 탐사 로봇에서도 중요 부분은 철로 제작되고, 우주선에서도 발사체의 주요 소재는 철이다.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도가 높고, 높은 온도와 압력, 진동과 충격으로부터 잘 견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용접과 성형이 편리하다는 점도 철이 지닌 매력으로 꼽힌다.

한국은 철강 강국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생산은 2016년 기준 6860만t으로 세계 6위의 철강생산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은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첫 발을 떼기 시작했다. 부산제철소(현 동국제강)의 최초 전기로설비가 1963년 도입되는 등 여러 민간기업이 활발하게 철강산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 철강산업은 1998년 외환위기 시기에 몇몇 업체들이 부도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포스코가 2007년에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그대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파이넥스(FINEX)공법을 적용한 설비를 세계 최초로 준공하고, 현대제철이 2010년 2기의 고로를 준공하는 등 발전을 거듭해 왔다.1970년 철강공업육성법 제정을 계기로 일관제철 사업에 대해 정부출자와 육성자금이 조성됐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제1기 고로가 1973년에 준공돼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고, 이후 4기 고로까지 건설되면서 상공정 부문의 국내 자립도가 크게 향상됐다. 이후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는 자동차, 건설, 기계, 전자 등 철강 수요산업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포항제철 광양제철소 종합 준공(1992년) 등 양적 성장을 이뤄낸다.

철강협회가 발표한 철강산업의 국민경제기여도를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수출 비중은 전 산업의 5.8%를 차지하고 있고, 수출 규모는 277억달러(29조8410억원)에 달한다.

 

철강산업 이대로는 안 된다… ‘초격차 전략’ 필요

철강산업이 국내 중추 산업임에도 현재 놓여 있는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국, 인도 등 후발국의 추격이 매섭고, 대미 수출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우리 철강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려다 제외했지만 미국 업체들이 언제든지 한국을 물고 늘어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게다가 안으로는 전방 산업인 조선, 자동차, 건설 등에서 수요가 줄고 있어 돌파구를 찾아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게 만든 기술 격차를 확실히 보여주는 ‘초격차 전략’을 철강 산업에서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 수요는 1974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9.6%의 성장세를 이어오다, 2008년 이후 수요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철강 수요 증가율은 연평균 –0.4%에 그쳤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의 올해 철강산업 전망을 봐도 내수에서는 큰 긍정요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에서 “철강산업 내수 부문은 철강재 소비를 견인했던 건설업 경기가 둔화되고, 그 외 수요산업의 회복세도 미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글로벌 철강재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성장과 중국 정부의 공급통제에 기반해 양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철강협회(WSA)도 지난달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1.8% 증가할 것이고, 내년에는 0.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조강설비 가동률이 과거보다 낮은 70%대에 머물고 있어 ‘공급과잉’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여 장기적 위험요인은 그대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당연한 말이지만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통해 현재의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우리만이 할 수 있고 고부가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처를 적극 파악해 고객들의 ‘니즈’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점으로 지목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의 정은미 산업경쟁력연구본부장은 “다양화되고 고기능화된 수요에 철강업체들이 진입해야 한다”면서 “공급자 입장보다는 미래 수요를 함께 창출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수요처를 파악해 함께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철강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짜더라도 최소한 5년 이상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면서 “현재 인구절벽, 디지털화, 하이브리드(융합)라는 3가지 변화 요인을 바탕에 두고 이것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향으로 철강업체들이 기술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고급강과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를 만들어도 4차산업혁명시대 로봇에 필요한 소재처럼 고객의 니즈를 잘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실장도 “철강산업의 전방산업인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의 경기가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 속에서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저렴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이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