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희준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2일 문정인 외교안보 특보의 주한미군 철수 관련 글에 대해 평화협정 체결과는 무관하다는 뜻을 밝히며 제동을 걸었다. 문 특보의 발언으로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주한미군은 병력은 2만8500명이지만  전투기와 공격헬기, 탱크와 장갑차,다연장포와 자주포 등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U2 고고도정찰기와 군사위성을 활용해 한국군이 수집할 수 없는 대북 정보를 보유해 남한의 대북 전력 우위 유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주한미군, 평화협정 체결과 별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말을 전달한 뒤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문 특보는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 이란 제목으로 한 기고문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에도 제약이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에 대한 보수파의 강력한 반대가 있을 것이며 이는 문 대통령에게 주요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앞길에 놓인 장애물을 잘 알고 있으며, 그의 오랜 목표에 신중하고 인내심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글에 대해 야당권은 공세를 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라는 판문점 선언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반도 핵우산 철폐를 의미했던 것인지 문 대통령께서 국민 앞에 분명히 대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은 문 특보를 향해 "김정은 특보냐"고 물으며 문 대통령에게 해임을 촉구했다. 박주선 공동대표는 최고중진회의에서 "북한도 주장하지 않는 주한미군 철수를 대통령 특보가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평화협정이 주한미군 철수로 연결되면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그가 문 대통령의 뜻을 미리 밝힌 것이 아닌가"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특보는 특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다. 문 대통령이 특보에 임명한 것도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에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한미군 문제는 문 대통령도 이미 발언한 바가 있다”면서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 2만8500명, 그리고 막강한 전력

한반도에는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한미 양국 국방부는 지난달 주한미군이 기존의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미8군사령부 소속 약 2만명과 미7공군 소속 약 8000명, 주한미해군 약 300명, 주한미해병대와 주한미특전사 각각 100명 등이다. 유사시에는 병력 69만명, 함정 160여척, 항공기 2000여대가 미국 본토에서 추가로 지원 투입된다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현재의 주한미군 병력 수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미국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다. 주한미군 병력수는 해마다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결정된다.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 논평 요청에 "공식적인 주한미군 수는 여전히 2만8500명이며 일본 주둔 미군의 수는 5만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병력 규모는 훈련과 다른 전개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국방부도 공식 입장을 내고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주기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의 병력수는 순환배치 및 훈련 등으로 일시로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역에 분포하는 50여 개 미군 부대의 90% 이상(용산 기지는 6월 하순부터)이 2021년 여름까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내리·동창리·함정리 일대에 조성되는 평택기지로 모두 이전할 계획으로 있다. 평택기지는 완공되면 여의도 면적의 5배인 14.67 km²의 면적에 최대 8만여 명의 미군을 수용할 수 있는 미국 외 아시아 지역 최대 미군기지로 변신한다.

▲ 주한미군 보유전력.출처=국방백서 2016

주한미군은 F-16 전투기와 탱크킬러 A-10 등 항공기 90여대, 아파치 공격헬기 등 헬기 104대, M1에이브럼스 전차와  M2브래들리 장갑차  등 180여대, 팔라딘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60문,  패트리엇 지대공미사일 60발 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국방백서 발간 이후 아파치 공격헬기와 A-10 탱크 킬러 등이 추가배치됐다. 

한마디로 주한미군 병력은 적지만 전력은 막강하다. 미 육군 보병사단은 전차 전력이 한국군의 군단전력을 웃돌고 포병전력또한 군단급을 능가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코노믹리뷰에 "우리군은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지만 군사위성을 활용한 대북 정보 자산은 미군에 여전헤 의존하고 있다"면서"이런  자산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