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대략 발표된 가운데,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좋은놈'도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미래를 확실하게 담보하지 못하는 '나쁜놈'도 일부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미래 성장동력을 확실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이상한 놈'도 존재한다. 기업이 이상하고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놈...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맹공에도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매출 510억40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3.26달러에 이르는 깜짝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매출 499억6000만달러, 순이익 1.26달러를 크게 상회한 성적이다. 6년여 만에 가장 높은 매출 증가세를 기록하는 한편 2분기 연속 10억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자랑했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매출이 54억4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에게 반도체가 있다면 아마존에게는 클라우드가 있는 셈이다. AWS의 이번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수치다.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11%를 기록해 마의 10% 벽을 넘었다. 영업이익만 보면 19억3000만달러, 전체 영업이익의 73%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추격하고 있으나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다.

아마존은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지난해 오프라인 신선식품 체인점인 홀푸드를 인수한 후 아마존 제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체성인 이커머스 사업의 운영 마진율이 워낙 낮은데다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의 연 회비를 기존 99달러에서 119달러로 높여 수익성도 담보했다는 평가다. 아마존 시가총액은 7700억달러를 넘겨 꿈의 1조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애플이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출처=픽사베이

애플도 파죽지세다. 애플은 1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609억달러를 거두며 우울한 시장 전망을 비웃었다.

아이폰X가 포함된 아이폰 판매대수는 총 5220만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것에 그쳤다. 그러나 단말기 평균판매가격이 728달러를 기록해 수익성에 큰 도움을 줬다. 고가의 아이폰X가 생각보다 잘 팔리지는 않았지만, 애플 팬덤을 중심으로 지갑을 여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매출이 21%나 상승했다.

아이패드와 기타 분야 매출도 일반적인 태블릿과 웨어러블 시장의 성장세를 상회했으며, 무엇보다 서비스 매출이 1분기 9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나친 아이폰 의존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애플은 10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발표하며 미래 성장 동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애플의 하드웨어 전략과 소프트웨어 동력은 당분간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오버더탑(OTT) 사업자인 넷플릭스는 지난달 18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매출 3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요금을 인상했으나 1분기 신규 가입자가 무려 742만명이나 늘어나며 승승장구했다. 당분간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의 최강자 지위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콘텐츠 분야에 올해에만 총 15억달러를 투자하며 자체 콘텐츠는 물론, 외부 콘텐츠 수급에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 올해 초 넷플릭스가 자기들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나쁜놈...IBM, 테슬라(유력)
IBM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다. 매출 190억72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5% 늘어났다. 최근 6년간 매출이 줄어들었으나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 매출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순이익은 16억79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4% 줄어들었다. 일회성 경비가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설명이지만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IBM의 진짜 위기는 '미래'다. 미국 달러화 약세와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등에 대한 호조로 반짝 매출 상승을 견인했으나 '다음'이 없다는 것이 심각하다. 실적 전망 자체가 부진해지며 주가는 1분기 실적 발표 직후 약 5% 떨어졌다. 최근에는 한국IBM이 본사에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을 보내 문제가 됐으며, 이러한 현상 자체가 IBM의 위기를 보여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테슬라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최근 파산설이 나올 정도로 위기와 직면했다. 최근 우버와 함께 자율주행차 사고까지 내며 기술력에도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 테슬라 모델X 차량 사고 현장. 출처=갈무리

이상한 놈...구글, 페이스북, MS, 트위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달 24일 매출 311억6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9.93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다. 주력인 광고 사업이 위력을 발휘한 가운데 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 266억4200만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유튜브 강세도 여전하다. 지금은 날을 세우고 있으나 한 때 동반자였던 우버의 주식을 지금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실적 상승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며, 픽셀 스마트폰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군도 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광고 매출 의존이다. 애플이 아이폰 매출에 이어 서비스 분야 매출을 전략적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충격에 대비하는 반면, 알파벳은 여전히 구글 광고 매출이 심각하다. 알파벳의 구글 광고 매출이 266억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전체 매출의 85%를 자치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광고 비즈니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는 가운데, 알파벳은 사업 다각화가 절실한 상태다. 마크 메이하니 애널리스트는 26일 "시장이 아직 구글의 규제 리스크를 저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오라클과의 안드로이드 법정 공방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점도 장기적으로 보면 리스크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26일 올해 1분기 매출 119억70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1.69달러라고 발표했다. 3월 기준 활동 이용자수도 월 활동 이용자는 22억명, 일 활동 이용자는 14억5000만명으로 전년 대비 동일하게 13% 올랐다. 준수한 성적이다.

정보유출 논란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리스크다. 올해 1분기 매출에 정보유출 논란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시기로 보면 아직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만약 페이스북을 둘러싼 정보유출 논란이 사회적인 반감을 자극하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의 비전을 설명하는 중이다. 출처=페이스북

MS는 지난달 31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268억2000만달러, 주당 순이익 0.95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지능형 클라우드 부서, 즉 AWS를 추격하는 MS의 클라우드 경쟁력은 전년 대비 17% 성장한 79억달러 매출을 기록해 순조로운 흐름을 보였다. AWS가 시장 점유율 32%를 차지한 가운데, 애저는 15% 중반의 점유율이 예상된다. 오피스 365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한 점도 고무적이다.

MS는 올해 1분기 전반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뚜렷한 반등요인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경쟁자들이 인공지능 등 새로운 ICT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으나 MS의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업계에서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MS의 실적발표 직후 주가가 오히려 1% 떨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위터는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6억649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간 활동 이용자 수도 3억3600만명을 기록해 증가세다. 2분기 연속 상승세를 탔다. 최근 오픈형 SNS의 정체성을 살려 부활의 날개짓을 시작했다는 평가다. 다만 규모의 경제로 보면 페이스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완벽한 부활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