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 ‘역전세난’ 공포가 눈앞에 다가왔다. 입주물량 증가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 초까지만 해도 갭투자로 뜨거웠던 강북 노원, 마포 등 전세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이다.

2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기준 서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6.2%로 올 초 60%대로 하락한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강북지역의 경우 올 초에만 해도 노원구 71.4%, 서대문 76.7%, 성북 80.8%, 마포 72.3% 등 당시 서울 전체 평균 전세가율이 69.3%로 낮은 시기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세가율을 유지했지만 상황이 반전된 상태다. 전세가율이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금의 비율이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일수록 아파트 매매에 필요한 자기자본 비중이 낮기 때문에 갭투자 지역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실제 마포구의 경우 4월 전세가율은 68.0%로 70%대 벽이 무너졌다. 노원구 역시 지난 3월까지 70%대를 유지했지만 4월 들어서면서 69.5%로 60%대로 하락했다. 서대문구와 성북구는 70%대 전세가율을 유지중이지만 전월 대비 각각 0.7%포인트, 1.8%포인트 떨어지며 하락속도가 높다.

이들 지역은 올초 까지만 해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문의가 끊이지 않았던 지역들이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가 2억원 이내로 적었기 때문이다. 노원구 중계동의 경우 지난 2월 중계그린 아파트 전용면적59㎡는 3억20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같은 면적 아파트의 3월 전세가격은 2억4500만 원이었기 때문에 8000만 원만 있어도 갭투자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4월 같은 면적 아파트 전세가격은 한 달 사이 1억 원 이상 떨어진 1억1000만 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 대출상담원인 박모씨는 “마포 같은 경우 갭투자 용도로 투자하기 위한 대출 상담 문의가 올 초에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미도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올 초에 비해서 전세매물 문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전세 수요가 부족하다보니 보통 500만~1000만 원 정도 가격이 낮춰서 전세가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몰렸지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및 안전진단 강화 등의 규제로 주택시장이 위축된 것이다. 결국 전세수요가 부족해지면서 전세가격이 하락, 결국 전세가율이 낮아졌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대비 높을 경우 이익을 보는 갭투자 입장에서는 투자처를 잃고 있는 셈이다.

역전세난으로 인한 전세가격 하락은 세입자들로 하여금 전세기간 만료 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증가시켰다. 이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의 증가로 이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공급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은 2013년 출시 당시 451가구만이 가입했지만 올 1분기만 1만8516가구가 가입을 했다.

서울 강남구는 50%대 전세가율이 붕괴될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 강남구 4월 전세가율은 50.6%로 이는 2013년 이후 5년 만이다. 서초구 및 송파구도 각각 53.6%, 54.1%로 송파구의 경우 1년도 채 되지 않아 10%포인트가 떨어졌다. 특히 송파구를 중심으로 향후 강남, 강동, 광진구 등 주변 일대 전세가율 하락이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510가구 대단지로 미니신도시급 규모를 자랑하는 송파헬리오시티가 오늘 12월 입주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서울 송파구에서 당시 잠실주공 재건축 아파트 1만5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를 하면서 주변 지역이 역전세난으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헬리오시티 입주로 인한 역전세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당시 강동구의 한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1억5000만원 넘게 내려가기까지 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헬리오시티 입주로 연말에 국지적으로 송파구를 비롯해 인근 지역의 전세가격이 조정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전세가율은 매매가격과 함께 연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강남지역의 경우 그간 전세가율이 높았던 원인 중의 하나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컸던 만큼 매매가격이 소폭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세가율이 급격히 변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