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미혼 직장인 김 모 씨(31세, 여)에게 삼시세끼를 제때 챙겨먹기란 쉽지 않다. 아침을 거르기는 일쑤고, 점심시간에는 밀린 업무를 처리하거나 길어진 미팅에 식사 시간을 놓치는 일이 많아 인스턴트 음식으로 급히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균형 잡힌 영양보다는 허기를 달래기 바쁘다.

현대인의 건강은 ‘열량과잉’과 ‘영양결핍’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태에 놓였다. 먹을 게 넘쳐나고 섭취 열량도 높아졌지만 오히려 영양섭취는 부족한 ‘21세기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에너지 필요 추정량 대비 에너지 섭취량이 125% 이상인 사람과 75% 미만인 사람은 대략 인구의 절반으로 나타났다. 즉 에너지를 기준보다 적거나 과잉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건강기능식품 회사 한국암웨이가 지난해 5월 20세 이상 59세 미만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한국인의 건강한 식습관 파악을 위한 태도 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식습관의 현주소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은 조사 연령이 낮을수록 하루 평균 두 끼를 먹으며 인스턴트를 선호한다. 반면 채소와 과일 섭취는 부족해 이는 영양결핍 문제로 이어진다.

▲ 가구형태별 하루 평균 아침식사 비율. 출처= 한국암웨이

하루 평균 식사 횟수를 묻는 문항에서 점심, 저녁 식사를 먹는 응답자는 96%에 가까웠다. 반면 아침 식사를 챙기는 응답자는 65.3%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아침 식사 비율이 낮아졌다. 20대에서 아침 식사를 먹는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59.2%다. 1인 가구의 아침식사 비율은 53.5%에 불과했다.

인스턴트식품 섭취 비율은 20대가 9.4%로 세대 중 가장 높았다. 가구 형태로는 1인 가구가 11.9%로 2인 이상 가구보다 높았다. 이를 통해 혼자 사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편의성을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식문화가 정착한 것을 알 수 있다.

▲ 세대별 인스턴트 섭취량. 출처= 한국암웨이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유된 채소·과일 섭취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4.3%에 불과했다. 실제 섭취 횟수는 주 평균 4.5회 수준이었다.

응답자의 영양에 대한 관심과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의 인지도는 높았다. 답변자의 98%가 ‘균형 잡힌 식사가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과일·채소에 함유된 ‘식물 영양소’에 대한 관심도 설문에선 응답자 중 61%가 ‘관심 있다’고 답했다. 향후 섭취 의향은 65.4%에 이른다. 대부분 건강에 대한 관심도 있고 채소·과일을 통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싶지만 실생활에서는 실천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판 영양실조는 잘 못 먹어서가 아닌 ‘잘못 먹어서’다. 바쁜 일상 속 인스턴트 또는 간편식으로 빠르고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대부분의 인스턴트 간편식은 기름지고 달고 짜고 고열량인 반면, 영양성분은 부족한 것이 많다. 대부분의 가공식품들은 제조 과정에서 영양소가 크게 손실된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간편식 시장은 현대인들의 영양실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편의와 영양을 맞바꾸는 현대인의 식습관이 간편식 시장을 키우는 근본 이유인 것이다.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합성조미료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하게 만들어 영양소가 풍부한 자연의 맛을 멀리하게 만든다. 뭘 먹어도 스낵 같은 맛을 느끼는 미각 장애 ‘도리토 효과(The Dorito Effect)’가 나타나는 것이다. <도리토 효과>의 저자 마크 샤츠커는 인공적인 맛을 만들어내면서 맛과 영양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양희 한국암웨이 부사장은 “식물영양소는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이 식사로 충분히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균형 잡힌 식사와 오색 식물영양소의 고른 섭취는 장기적으로 영양 불균형을 완화하고 만성 질환과 성인병 발병 위험을 낮춰 국가적인 의료비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헌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민건강 영양조사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영양소가 결핍되는데 이는 빵,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 중심으로 열량을 채우기 때문”이라면서 “열량과 영양은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양균형을 위해서는 채소 섭취를 늘리고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