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미국 정부가 30일(현지시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하기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철강의 대미 수출은 추가 관세 부과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판재류를 수출하는 기업보다는 강관류를 수출하는 기업의 물량 제한 폭이 더 커 강관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은 관세 면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세부 사항은 곧 마무리될 예정이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는 추가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1달 늘려 6월 1일까지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한국은 지난 3월 말 미국과의 협상에서 철강 관세부과 조치 면제를 이끌어 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따른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12개국 중 처음으로 추가 관세 면제국이 된 것이다. 추가 관세 면제국이 된 대신 한국은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지난 3년간 대미 철강 수출 평균량인 383만t의 70%인 268만t을 올해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3월 26일 브리핑을 통해 철강 관련 한미 협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김 본부장은 “한국이 가장 먼제 국가 면제를 받아 불확실성을 해소했고, 한국이 미국 철강 수출 3위 국가임을 보면 어느 나라보다도 불리한 상황 속에서 협상을 잘 했다”면서 “우리 대미 철강 수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김 본부장은 당시 “수출선 다변화, 내수 확대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해 협상을 통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업체들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30일 백악관이 한미간 합의를 확정함에 따라 올해 우리 철강의 대미 수출은 추가 관세 부과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가 3월 말 밝힌 우려처럼 판재류를 수출하는 기업보다는 강관류를 수출하는 기업의 물량 제한 폭이 더 커져 강관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은 비상상황에 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판재류의 경우 올해 쿼터 확보량이 지난해 대비 111%로 오히려 늘어났지만, 유정용강관을 포함한 강관류 쿼터는 지난해 수출량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강관류 대미 수출량은 2015년 149만t, 2016년 94만t, 지난해 203만t이었다. 최근 3년치 평균 수출량의 70%로 해 올해 수출 쿼터를 보면 104만t으로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3월 26일 한미FTA재협상, 대미 철강 관세 부과 등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강관 주력 업체들 어떻게 쿼터 분배하나

강관을 대미 주력 수출품으로 하는 업체들 중 대표적인 기업은 휴스틸과 넥스틸이다. 휴스틸은 전체 수출 물량 중 7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주력 품목은 유정용 강관이다. 넥스틸도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중 90%이상이 미국 차지였다. 현대제철, 세아제강도 강관류가 대미 수출의 주력은 아니지만 일정 물량을 미국에 수출 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추가 관세는 면제됐지만  지난해보다 줄어든 강관류 쿼터에서 어떻게 분배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협회, 업체들이 함께 쿼터 배분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1일까지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휴스틸 관계자는 “우선 철강협회에서 총괄로 업체들을 모아서 쿼터 분배와 관련한 미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어떻게 분배를 해야 할지 큰 가닥은 업체별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넥스틸 관계자도 “현재 협회를 통해 지난해 수출 물량 등 관련 정보를 취합 중”이라면서 “물량 분배를 위한 기본적인 자료 수집 단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현제 품목별로 해당 업체들이 모여서 쿼터 배분 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고 최종적으로 어느 업체가 어느 정도의 쿼터를 가져갈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정부에서 밝힌 것처럼 우선 업체끼리 쿼터 분배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 만큼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수출 물량 기준을 잡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은 미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당장 오늘부터 쿼터 분배가 안된다고 해서 올해 수출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올해 안에 업체별로 쿼터를 분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서 다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관을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은 조금 더 빨리 쿼터 분배가 마무리돼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쿼터 분배를 빨리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배에 철강 제품을 싣고 출발한 후 미국에 내리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업계 자율 분배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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