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이수희 지음, 부키 펴냄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한다. 과거 부모 세대에서 여성은 20대에 결혼해서 주부가 되었고 남성은 밖에서 경제 활동을 했다.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 각 한 명으로 구성된 4인 가족이 이른바 ‘정상적인 가족’으로 불렸다. 저자는 한때 자기도 그런 ‘정상’ 가정을 꿈꿨다.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다가 결혼한 뒤, 그는 곧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결국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주변의 성화로 여러 차례 난임 시술을 받았고, 그 때문에 건강이 악화돼 결국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부부의 충분한 숙고 끝에 아이를 가지지 않기로 결정하고, 엄마가 되지 않기를 선택한 저자는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은’ 삶을 방해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맞닥뜨렸다. 이 책은 그들에게 전하는 긴 설명서다.

세상은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폭력적이다. 저자는 “타인은 나를 ‘애 낳기 싫은 사람’ ‘어딘가 아픈 사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사람’ 같은 시선으로 대한다”고 심리 측면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진지한 고민 끝에 결정한 자기 삶의 방식에 대해서, 그는 이른바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지라퍼”들의 자격 없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폭력은 이어진다. 기혼자들은 임신과 동시에 초음파 사진과 아이의 사진으로 SNS를 꾸미는 것이 일상이다. 폭력은, ‘기혼자이면서도 마땅히 가져야 할 아이가 없다면 문제’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남에게 드러내는 것 역시 해당된다. 가벼운 일상 사진에 댓글로 “너도 얼른 아이 가져”라며 인사를 하거나, 반려동물 사진 아래에 “동물 너무 좋아하면 아이 안 생긴대”라는 댓글을 보며 저자는 “(이런 댓글이) 제발 한 번으로 끝나기를” 기도할 정도다.

흔히 임산부나 자녀를 둔 엄마들은 사회에서 배려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이들에게는 육아라는 공통 세계가 있으며 그 안의 언어와 규칙이 있다. 기혼 여성으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에 안에서, 자녀가 없는 여성은 종종 타자화되는데 그 방향이 극단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저자는 “무자녀 여성들은 상황에 따라 동정‘받아야’ 하는 존재였다가,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이 없는 상대를 깎아내리면서 노후에 자기가 더 살 만할 거라 합리화하다가도, 육아 때문의 자신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초라함을 느끼면 갑자기 상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비난하는 애어른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가 아이가 없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이 들어 어떡하려고, 쯧쯧…”이라는 노후에 대한 염려다. 저자는 이에 대해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예쁜 자식이 있는 반면 속 썩이는 자식도 있고, 덕분에 화목한 가정도 있지만 가족 간 등지고 사는 가정도 있다. 게다가 “취업난과 열악한 최저임금 탓에 독립은커녕, 학자금 대출부터 생활비까지 부모에게 떠안기고 있는” 현재의 20대가 과연 앞으로 10~2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더 이상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자식이 없으면 나이 들어 외롭다’는 말은, 이런 현실을 생각하지 않고 막연한 이미지만으로 던지는 소리에 불과하다”라고 저자는 잘라 말한다. 부부가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 주변에서 축하와 응원을 하는 것처럼,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한 부부에게도 똑같이 응원하고 축하하면 되는 일이다.

책에는 아이 없는 삶을 선택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을 부부 관계, 가족 관계, 사회, 변화로 나누어 정리했다. 부부 관계에서는 ‘아이의 존재가 우리 부부에게 어떤 의미인가?’ ‘부부 둘의 관계를 평생 노력하며 유지할 수 있겠는가?’ ‘배우자가 떠나면 홀로 된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한다.

가족 관계에서는 해야 할 고민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을 가족들에게 누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가족들의 폭언이 반복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내 부모님이 또는 배우자의 부모님이 나에게 폭언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사회 측면에서는 ‘사회에서 반복되는 편견과 불공평한 상황을 유연하게 흘려보낼 수 있겠는가?’를, 변화 측면에서는 ‘나 혹은 배우자의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없는 삶을 선택했다고 해서 ‘비주류’ ‘비정상’으로 분류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며 차별하는 것을 이제 멈춰야 한다. 저자는 출산은 선택의 문제이며, 각자 다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어야 함을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의 부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삶의 방식’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