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A씨는 2008년 세무대리업무 신규 등록을 하고 해당 업무를 하던 중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세무대리업무 등록을 취소하고 기존의 등록도 더 이상 갱신해 줄 수 없다는 내용의 처분을 받게 되었다. 이에 A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위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심에서는 패소하였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항소를 제기한 A씨는 소송이 진행되던 중 서울고등법원을 통해 세무사법 제6조, 제20조 제1항, 제20조의 2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2007년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B는 법인세법 및 소득세 상 세무조정계산서를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변호사’만이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신들의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그 위헌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지난 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세무사의 자격과 관련한 세무사법 제3조 규정 중 변호사(제3호) 항목이 삭제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 이전까지 변호사는 이번에 삭제된 세무사법 제3조 제3호에 따라 세무사의 자격을 자동 부여 받았지만, 국세청의 세무사 등록 거부로 ‘세무사로서의 자격은 있으나, 세무사로 등록하여 활동이 불가능한’상황이었다. 그런데 위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2018. 1. 1.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로서의 자격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관련기사☞[바뀐 신상이야기] 변호사의 업무영역은 어디까지인가).

그러나 세무사의 완승으로 끝날 것만 같던 변호사와 세무사 간의 영토분쟁은 지난 26일 헌법재판소의 세무사법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앞서 살펴본 두 사례 모두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손을 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 날 헌법재판소 6인은 “세무사 업무 중 조세에 관한 신고 신청, 청구 등의 대리, 세무조정계선서와 그 밖의 세무 관련 서류의 작성, 조세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세무관서의 조사 또는 처분 등과 관련된 납세자 의견진술의 대리,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개별공시지가 및 단독주택가격·공동주택가격의 공시에 관한 이의신청의 대리 등의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법 및 이를 해석·적용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헌법과 민법,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법률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적용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는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법률 전문직인 변호사에게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헌법률심사 대상이 된 각 조항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변호사가 누려야 할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일 뿐 아니라, 소비자가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헌법재판소는 판단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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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2003. 12. 31.부터 2017. 12. 31. 사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2003. 12. 31. 이전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세무대리 업무와 세무조정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개정 세무사법으로 2017. 12. 31.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세무사로서의 등록과 활동에 제약이 가해지지만, 이에 대해서도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변호사업계와 다른 전문 자격사 업계 간의 영토 분쟁 해결책으로서 다른 전문 자격사 업계와의 ‘교통정리’를 제시하고 있다. 즉 다른 전문 자격사 업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던 전문가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해당 분야의 실무를 잘 아는 전문 변호사로 거듭 난다면, 기존 전문 자격사 업계의 시장 수요마저 흡수해 결국 ‘시장’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당초 도입된 취지와 달리 법학전문대학원 내에서는 현재 전문화 교육이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다가, 최근 법무부가 각 법학전문대학원 별 변호사시험 합격률까지 공개한 마당에 과연 법학전문대학원이 이 같은 본래의 소임에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적지 않아 당분간 변호사업계와 다른 전문 자격사 업계 간의 업무범위를 둘러싼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