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마트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국 식품 체인점 아스다(Asda)의 과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The Groc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세계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가 혼자서는 세상을 다 차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월마트가 영국과 브라질에서 수백 개의 매장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월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월마트가 지난 수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곳이다. 동시에 월마트는 그동안 미국 대기업을 피해온 유망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인도 전자 상거래 스타트업에 수십억달러를 쏟아 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 세계에 매장을 만들고 현지 업체를 인수해온 월마트는, 이제 경쟁이 치열한 시장 인도에 합작 회사를 세워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연 매출 5000억달러(530조원)의 회사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월마트가 미국과 해외에서 할인 식품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마존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월마트는 영국의 식품 체인점 ‘아스다’(Asda)의 과반 주식 지분을 ‘J. 세인스버리’(J Sainsbury PLC)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월마트는 새 회사의 지분을 40%만 보유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또 브라질 사업의 지분도 사모펀드인 ‘어드벤트 인터내셔널’(Advent International)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상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이 월마트의 브라질 비즈니스 지분 80%를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월마트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로 성장한 ‘플립카트’(Flipkart Group)의 과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이 협상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으며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플립카트’는 지난해 펀딩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가 116억달러(12조4000억원)으로 평가되었다고 주장했다.

위 3건의 거래가 모두 성사되면, 1만2000여개의 매장 중 6300개 매장을 해외에 두고 있는 월마트의 지형이 크게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회사의 해외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미국 내 매출에 크게 못 미쳤다. 월마트는 현재 총 매출의 3분의 2와 대부분의 이익이 미국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1일에 해외사업 담당임원을 교체했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를 위한 컨퍼런스 콜에서 “포트폴리오에서 더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북미 핵심 지역과 중국, 인도를 포함한 주요 성장 시장에 중점을 둔 우선순위를 설정했습니다.”

월마트 주가는 1월 말 109.98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약 20% 하락했다. 미국 온라인 판매 확대에서 회사가 거둔 초기 성공이 환호했던 투자자들이 아마존과의 전투에 들어가는 비용과 최근 분기에 온라인 성장이 완화된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최근 재무제표 결과에 따르면, ‘J. 세인스버리’와 월마트의 합병으로 약 500억파운드(73조5000억원) 짜리 영국 식품 기업이 새로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가치 81억6000만달러(8조6000억원)로 평가되는 ‘J. 세인스버리’도 지난 4월 28일 월마트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월마트는 현재 영국에 600곳의 ‘아스다’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회사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회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월마트는 1999년에, 국제 사업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의 일환으로 ‘아스다’를 회사 역사상 최대 금액인 108억달러(11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또 1995년에 브라질 시장에 진출했다. 브라질 슈퍼마켓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월마트는 현재 브라질에서 81억3000만달러(8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브라질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슈퍼마켓 그룹이다. 브라질에 46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월마트는 여전히 이 나라에서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애를 먹고 있으며, 2년 전에는 약 60개의 매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월마트는 2009년 인도에 처음 매장을 열면서 월마트의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2013년에 결국 이 계획을 보류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베스트 프라이스>라는 이름의 매장 21곳을 오픈했다.      출처= wal-martindia.in

맥밀런 CEO가 2014년 월마트의 CEO가 된 후, 회사는 온라인 성장,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인수, 기존 매장 개선에 돈을 지출하는 대신 매년 미국 매장을 늘리는 것을 중단했다. 2016년 말에 월마트는 스타트업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하는 데 33억달러(3조5000억원)를 썼다.

맥밀런 CEO는 해외에서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현지 유력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데 주력했다.

월마트가 약 440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이 회사는 2016년에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지분 손 바꾸기를 위해 전자상거래 벤처기업 ‘이하오디앤’(一號店)을 ‘징동닷컴’(JD.com)에 매각했고, 이제는 현지 식품 배송, 창고 및 그 외 벤처 사업에서 중국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월마트는 일본에도 약 33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일본 최대 온라인 소매 업체 ‘라쿠텐’(Rakuten Inc.)과 합작 회사를 만들고 온라인 식품 배송과 디지털 서적을 제공하고 있다.

월마트 임원들은 인도가 가장 중요한 전장(戰場)이라고 말한다.

“인도는 앞으로 10, 20, 30년 후에도 인도 시장에 진출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할 만큼 성장 기회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서는 아직 외국 회사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한 규제함에 따라 매장 확대가 막혀 있어 몇 년 동안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월마트는 2009년 인도에 처음 매장을 열면서 월마트의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물건을 팔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2013년에 결국 이 계획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베스트 프라이스’라는 이름의 매장 21곳을 오픈했고, 앞으로 50개를 더 오픈할 계획이다. 이 회원 전용 매장은 미국의 ‘코스트코’(Costco)나 ‘샘스 클럽’(Sam’s Club) 같은 창고형 체인과 유사하지만, 인도 정부의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운영할 수 있다.

월마트는 또 아시아 3위 경제국 인도에서 더 확실한 발판을 다지기 위해 온라인 스타트업 ‘플립카트’와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 13억 인구 중 아직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는 인구 수가 늘면서 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포레스터’(Forrester)에 따르면 인도 온라인 소매 규모는 지난해 약 200억달러(21조3000억원)에서 2019년에는 350억달러(37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13년에 인도에 진출한 아마존은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플립카트>를 위협하고 있다.      출처= Business Today

2007년 두 명의 전 아마존 직원이 시작한 ‘플립카트’는 이미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 ‘텐센트’(Tencent Holding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Corp.)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자본을 모았으며 소파에서부터 신발, 스마트폰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

월마트의 ‘플립카트’에 대한 관심은 방어적인 측면이 있다.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가 인도에 50억달러(5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고 2013년 인도 진출 이후 급격한 성장을 보이며 ‘플립카트’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