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지난 2007년 선보인 애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며 세상을 바꿔놓았습니다. 웹의 시대를 마감하고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 된겁니다. 스마트폰은 한마디로 들고 다니는 슈퍼컴 입니다. 이 디바이스로 소셜네트워크(SNS)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국경도 시공도, 거짓말까지도 초월하는 생활혁명이 시작된 겁니다. 온 오프라인의 사업이 스마트폰 사업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그리고 너무도 많은 사업들이 스마트폰을 매개체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11년이 흘렀습니다. 시장이나 산업군에서는 스마트폰을 대신할 새 디바이스를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그간에 태블릿 PC가 등장했고 뒤이어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줄줄이 출현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마트폰을 대신할 대장주는 여전히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디바이스로 자율 주행차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변신을 서두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기차로 움직이는 자율 주행차는 교통체증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고, 교통사고에 대한 인간의 실수를 최대한 잡아주는, 그야말로 알아서 '사고 제로'를 지향합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기는 당초 2020년에서 2025년으로 전망이 달라지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이라면 대부분 이 분야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늦어도 10년뒤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자율주행차가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또 다른 플랫폼의 출현이라는 의미 때문입니다. 운전을 안해도 되는 자율주행차 내부는 또 하나의 커다른 플랫폼이라는 겁니다. 운전자가 라디오만을 듣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 무엇이든 할수 있는 자동차 공간이 플랫폼이 되는 겁니다. 컨텐츠를 즐길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이 탄생하는 겁니다.

지난 2월 블룸버그 통신은 '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부동산 지형도'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될 경우 그 동안의 부동산에 대한 가치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기사는 영국의 예를 들며 기업들이 소유하고 싶어할 물류창고의 최적지로 영국 중앙부의 '골든 트라이 앵글지역'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고 예측합니다.

섬나라인 영국은 가장 중간지인 골든 트라이앵글지역이 제일 땅값이 비싼 곳으로 기업들에게 정평이 나있습니다. 영국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야 전국을 하루만에 배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물류창고가 몰려있습니다.  

자율주행 트럭이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잠을 자지 않는 자율 주행 트럭은 좋은 위치의 물류창고가 필요없어지게 됩니다. 어찌보면 물류창고도 필요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자율주행 트럭이 공장과 매장을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물류창고의 필요성이 없어집니다. 그야말로 공장 문에서 매장(가정) 문까지 door to door 배송이 가능합니다.

기업 물류에만 자율주행차 혁신이 일어날까요. 이런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요. 서울 도심에서 1시간 반 거리의 외곽지역에서 출근하는 A씨는 아침이면 예약해놓은 자율주행차가 도착했다는 신호를 듣고 일어납니다. 그리고 대충 출근 복장을 챙기고 씻은 다음 그대로 자율주행차에 몸을 실습니다. 자율주행차 안에는 간단한 아침식사와 그리고 지난 밤 벌어졌던 뉴스, 그리고 A씨의 이메일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출근길에 지난밤 뒷목이 뻐근해서 혈압도 체크하고 주치의와 그결과를 토대로 영상 진료도 진행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어느덧 회사앞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합니다. 차안에서 그날 해야할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출근 준비를 마치는 겁니다.

손님을 하차시킨 자율주행차는 다음 고객을 위해 출발합니다. 그런데 A씨의 회사에는 10년전에 그 많던 주차장이 모두 리모델링을 통해 다른 시설로 교체가 됐습니다. 주변 회사들이 주차장들도 다른 편의시설 등으로 리모델링된지 이미 오래입니다. 이 역시 자율주행차가 일반화되면서 나온 현상입니다. 24시간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는 잠시 대기할 공간만이 필요하지 주차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도심 곳곳에 자율주행차가 충전하는 모습들이 발견됩니다. 자율주행차를 소유한 렌터카 업체들이 충전과 정비를 위해 설치한 스테이션들입니다. 도심 아파트 단지에도 주차장들이 보이지 않는 곳이 많이 생겨납니다. 자연스럽게 부대시설이 더 확장되고 분양가격도 주차장 공사비만큼 싸졌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공기오염이 적고 숲이 우거져 있는 외곽의 전원풍의 주택들이 환경 프리미엄으로 더 비싸집니다.

컨텐츠 사업은 더욱 번성합니다. 자동차에 머무는 시간은 오디어사업만의 전용이었는데 이제는 비디오 사업이 대부분 장악합니다. 자율주행차로 비디오형 컨텐츠 사업은 더 번성할수밖에 없습니다. 헬쓰케어 사업은 자율주행차의 최대 수혜사업입니다. 차내에서 대부분의 건강검진이 가능하고 온라인 면대면 진료도 차내에서 가능합니다. 항공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장거리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대륙 횡단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겁니다.

대부분의 차량 이용자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자동차 실 소유자들은 급속히 줄어듭니다. 현재 렌터카 업체들의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같은 자율 주행차 리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차량 공유업체들도 자율 주행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메이커의 강자들도 너도 나도 차량 공유사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유통업체들도 고객의 쇼핑시간이 차량을 이용하는 시간만큼 늘어나게 됩니다. 온라인 쇼핑은 그래서 향후에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e러닝 시장도 수혜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할 듯 합니다. 넷플릿스의 컨텐츠가 자율주행차에서 제일 인기 메뉴가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시장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차원이 다른 경쟁이 벌어질 겁니다. 10년전 스마트폰시장이 열리면서 광속도로 달려온 시장을 기억하시고 계신가요. 자율주행차가 만들어낼 산업 생활 생태계는 또 한번 세상을 바꿔놓을 겁니다.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무선 인터넷 혁명을 열 리얼타임 5G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의 경제는 기술을 선점하거나, 그 기술에 태울 컨텐츠를 선점하거나입니다. 이 두가지만 살아남을 글로벌 경제는 지금 전쟁중입니다. 한국, 기술 우위인가요 컨텐츠 우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