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바하다’는 고등어 두 마리란 뜻입니다. 일본에서 청탁 뇌물로 고등어 두 마리를 주는데서 왔다고 합니다. 일본말로 ‘사바(サバ)’란 고등어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는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란 뜻으로 ‘고등어(皐登魚)’라고 하기도 했고요,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푸른 무늬를 가진 물고기’라는 뜻의 ‘벽문어(碧紋魚)’라고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 먹는 고등어 이름의 유래는 참 많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한 가지 덧붙이려 합니다.

필자가 자주 찾는 음식점인 ‘산간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음식점 브랜드 ‘산간고’는 ‘산으로 간 고등어’의 약칭입니다. 식당 벽에는 ‘고등어가 산에 간 이유는?’라는 액자가 붙어 있습니다. 참 궁금해집니다. 이유가 뭘까요? ‘산으로 간 고등어’ 전설에 답이 있습니다.

“옛날 남해 바다에 용왕이 살았다. 날마다 잔치를 열던 용왕은 결국 몸에 탈이 났다. 약이란 약은 다 썼지만 용왕의 병은 깊어만 갔다. 마침내 신하들은 육지로 나가 약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용궁 말단관리 ‘저등어’를 육지로 보냈다. 그런데 육지로 가던 저등어는 어느 어부의 그물에 잡히게 되고, 어부의 집으로 가는 중에 바구니에서 필사적인 탈출을 한다. 육지에 떨어져 두려워하는 저등어 앞에 산신령이 나타나 산꼭대기에 있는 ‘산나물’과 육지 사람들이 몸보신용으로 먹는 참나무숯으로 구운 ‘고추장숯불구이’를 용왕의 병을 낫게 한다고 알려준다. 저등어는 우여곡절 끝에 산꼭대기에서 산나물을 구하고 내려오던 중 그 어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부에게 다시 잡힌 저등어는 간곡하게 용궁의 처지를 얘기하자, 어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숯불구이를 산나물과 함께 싸서 저등어에게 주었다. 마침내 저등어는 산나물과 고추장숯불구이를 구해 용왕의 병을 낫게 했다. 그런데 육지에서 겪은 고난으로 저등어는 정신을 잃고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용왕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저등어 집안을 고등어로 승격시켰다.”

브랜드 산간고가 내세우는 아이덴티티는 ‘프리미엄 화덕 생선구이 전문점’입니다. 메뉴 구성은 생선구이로는 고등어, 민어조기, 갈치, 임연수어, 삼치가 있고, 여기에 고추장숯불구이가 있습니다. 고등어와 환상궁합을 이루는 반찬으로 봄동 겉절이, 곤드레 나물, 산상추 나물, 영월 더덕무침, 곤드레 된장국, 목이버섯 잡채, 알타리김치, 샐러리 장아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등어가 용왕의 병을 고치려고 산꼭대기에서 채취한 여러 산나물과 어부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비법으로 만든 고추장숯불구이가 산간고의 메뉴에 있습니다. 그리고 고등어를 비롯한 여러 생선구이가 있습니다. 바로 고등어에 얽힌 스토리와 산간고 메뉴가 잘 어우러져 있는 셈이죠.  

<산간고의 고등어구이, 임연수어구이, 고추장숯불구이, 산나물 (촬영 : 김태욱)>

산간고의 저등어 이야기는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란 뜻의 ‘고등어(皐登魚)’나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푸른 무늬를 가진 물고기’라는 뜻의 ‘벽문어(碧紋魚)’하고는 결이 아주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등어(皐登魚)와 벽문어가 오래 전부터 구전되었거나 자료에 근거한 이름이라면, 저등어 이야기는 ‘산으로 간 고등어, 산간고’의 브랜드 스토리입니다.

브랜드 스토리는 기업이 브랜드 이름을 만들면서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게 하고, 재미를 주며, 브랜드가 지닌 의미를 알려주려는 의도가 담긴 브랜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는 브랜드 이름 ‘산간고’의 뜻을 알고 웃음을 짓고, ‘저등어가 고등어가 된 이유’를 알고 고등어구이와 산나물이 환상의 궁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어구이, 임연수어구이, 고추장숯불구이 그리고 가지가지 산나물과 저녁을 먹고 나오면서 산간고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산으로 간 고등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첫 쪽을 펼치니 다음과 같은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산이 완성한 고등어의 맛, (중략) 고등어는 산나물과 함께 했을 때, 완벽한 음식으로 재탄생됩니다. 이것이 고등어가 산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