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새롭게 부대배치가 되어 이루어지는 ‘전입신고식’은 일반 면접을 포함한 첫 만남에 필요한 시사점을 알 수 있는 기회다 된다.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오는 군대의 작은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해 보자.

 

첫 만남과 신상털기

신병이 전입왔다는 반가운 소식에 소대원이 내무반에 집결한다. 30여명 정도 전원이 계급순으로 내무반에 일렬로 걸터앉아 신고식을 시작한다. 군기잡기부터 시작하여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반가움’의 표시이기도 하다.

- “열중쉬엇! 차리엇! 좌향좌! 뒤로돌아!
- “어? 동작봐라!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최고의 긴장상태에서 혼줄을 빼게 만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질문이 날아온다. 그 중에 처음과 끝이 의미있는 압권이다.

그러면서 약 1시간 가까이 신상 100%를 캐묻는다(신상털기). 앞으로 2년여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할 사람이기에 충분한 상호 이해를 위한 것이다.

35년전 소대장, 중대장으로 복무할 때 재미있게 봐왔다. 이 시간은 순수 병사들끼리 이루어지는 일들인데, 필자는 늘 옆에서 지켜보는 행운이 있었고, 그런 활동의 취지와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왔다. 지금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고 한다.

- “집이 어디야?” 혹은 “어디서 왔어?”
- “천안입니다” 바로 질문(일종의 ‘시비’)이 이어진다 “천안이 다 너 집이야?”
- “아닙니다!” ... “그러면?” … “충남 천안시 동남구입니다”
- “어, 참! 동남구가 다 너 집이냐고?” ... “아닙니다!” ... “그러면?”... 그때야 정신이 번쩍 든다
-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753번지입니다” 그제서야 “알았다”고 한다.
1시간여 동안 숱한 질문들이 오간다. 신병의 곤혹스러움은 말을 못한다.
이젠 마지막 질문이다. 반드시 마지막에 한다. 그 답변에 따라 행사가 끝나기 때문이다.
- “누나 있어?” … “있습니다” … 전원이 호기심에 귀가 쫑긋한다.
- 최고참의 질문이 이어진다. “몇 살인데?” … “31살입니다” … “에이!” 모두가 실망한다. 참석자 모두에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 일부는 “야, 너 고참 놀리냐?”… “아닙니다” 그러면서 마무리가 된다. 이젠 일상적인 군대생활이 시작이 되는 것이다. 신병은 있는 그대로 대답했을 뿐이다.
- 본인 나이 21살, 누나 나이 31살… 집안에서 늦둥이로 태어난 것 뿐이다. 좀더 요령있게 대답을 했다면 “예! 누나 있습니다. 나이는 31살, 결혼했습니다” 라고 한숨에 이어서 답을 했으면 어떨까? 고참들의 쓸데없는 상상력 발휘가 필요없을 테니까”

 

두 질문이 가진 중요한 시사점

신병 길들이기는 앞으로 이어지는 ‘공동체’라는 군대생활에 기초가 된다. 30여명의 소대원끼리 촘촘한 역할 분담으로 내무반생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무반청소, 화장실 청소, 식기 씻기, 군화닦기, 훈련준비 등등을 포함한 쉴틈없이 이저지는 다양한 활동. (요즘은 개인화 되는 중 바뀌었다고 하지만 상당부분은 공동생활의 역할분담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이라는 조직’의 기본인 역할분담(분업)으로 성과를 내는 것과 정확히 일치가 되는 것이다.

첫번째는 ‘구체성’에 관한 것이다. 본인에게 분담된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것은 공동체생활 습관의 제1계명일 것이다. 비록 신병의 일이지만 한 부분만 소홀해도 전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1,22살의 어린 나이로 대개가 단체생활의 경험이 없어 본인 눈높이로 일을 처리하고 나면 엉성한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신병 때 ‘구체성’을 주제로한 선배들의 집중적인 교육이 이어지는 것이다.

두번째는 ‘상대방 헤아리기’에 관한 것이다. 고참들이 왜 ‘누나’를 묻겠는가? 조만간 전역을 앞둔 상황에서 동생뻘 되는 신병과의 연고로 여자친구 만들고자 하는 의도다. 그런 마음을 헤아리는 것과 그냥 답을 하는 것과는 어떨까?

즉, 취준생을 떠나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기본이다.
①  조직내부, 외부 관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고객만족태도’와
②  조직구성원간 역할분담이 전제가 된 각 개인의 ‘꼼꼼함과 책임감’

 

한 걸음 더 나가는 답변

말이 나온 김에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차별화시켜 보자.

- “네 집은 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753번지/ 천안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것을 감안한다면 집 근처의 중요한 건물이나 공공장소를 빗대어 설명하자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해를 빠르게 하며, 설령 천안을 모른다고 해도 더 이상의 질문이 필요없어질 것이다.
- “네, 누나가 있는데 31살이고 결혼했습니다. / 그런데, 옆집에 누나 있습니다”
얼마나 절묘한 답인가? 상대의 희망사항을 헤아린다는 뜻이다.
그러면 당장 다음 질문이 나온다. “혹시 사진 있나?”…”예,있습니다”..

당장 최고참 옆자리를 비운다. 그리고, 와서 옆자리에 앉으라고 하며 어깨동무하며 사진을 보자며 전입신고식이 마무리되며, 자리를 뜰 차례이다. 전화번호가 필요한 것이다. 옆에 있는 다른 고참들이 들으면 전역이 2달 남은 본인보다 먼저 휴가나간 사람이 전화를 걸어 중간에 채가기 때문이다. 신병에게 좀더 잘 보이기 위해 둘만의 장소인 PX를 들러 콜라와 치킨을 사준다. 그것도 최고참이... 부대원 중 최고의 상전(上典)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농반진반(弄半眞半) 여담으로 여학생들에게 부탁을 한다. 혹시 최근에 군대에 간 후배들의 이름을 들먹이며 처음 듣는 남자가 전화를 한다면 잘 대해주기 바란다. 모두가 이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 후배의 군대생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