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진종식 기자] 삼성화재가 지난 11일부터 책임개시일이 발효되는 개인용, 업무용 자동차보험료를 0.8%씩 인하한다고 밝히면서 자동차보험 시장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소리없는 고객 유치 전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이 싸움은 자동차보험시장을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선전포고한 전쟁이기 때문에 나머지 중소형 보험사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정한 목적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중지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향후 자동차보험시장에 파란이 예상된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에 대한 의식 개선으로 사고율이 줄고 따라서 손해율이 하락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개선되어 이익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으나 이같은 단순한 이유만이 아니라 목표를 정한 포석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수보험료 시장점유율 1.6% 하락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도말 자동차보험 시장의 원수보험료 총규모는 16조8165억원이다. 이중 4개 메이저 보험사가 전체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시장점유율의 80.1%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화재가 4조8036억 원으로 28.5%를 점유하고 있으며 현대해상은 19.7%(3조3292억원), DB손보가 19.3%(3조2529억원), KB손보는 12.4%(2조0985억원)를 각각 점유하고 있다.

삼성화재에 의해 촉발된 보험료 인하 경쟁은 일단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장차 시장 점유율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전까지는 회사의 이익을 까먹게 되는 정책이므로 삼성화재가 그 만큼 절실함과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영업전략이라 할 수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라 지난 2015,2016,2017년 사이의 시장점유율 변동 추이를 보면 삼성화재는 37.2%→37.0%→35.6%로 1.6%포인트 소폭이긴 하지만 점유율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해상의 점유율은 2015,2016,2017년 사이에 23.9%→24.2%→24.6%로 0.7%포인트 오르며 매년 상승세를 유지했다. DB손보도 22.7%→23.0%→24.1%로 1.4%포인트 상승하며 점유율 상승세를 높여가고 있으며, KB손보는 16.1%→15.6%→15.6%로 소폭 하락했지만 점유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16,17년 사이의 시장점유율 추세를 보면 삼성화재가 빼앗긴 실지 회복을 위한 결전을 마음 먹게한 이유가 확연히 드러난다.

RBC비율 하락은 또 다른 결전 이유

삼성화재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결전을 마음 먹게한 또 다른 이유는 RBC비율의 큰 폭 하락에서도 찾을 수 있다.

RBC[Risk-Based Capital ratio: 지급여력비율] 비율은 ‘지급여력비율’이라고 말하며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처럼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전체 가입자의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이다.

요구자본에서 가용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험회사의 자본및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이므로 손해율의 증가로 지급보험금이 많은 경우 RBC비율이 하락하면 경영 악화에 따른 위기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 등 긴급한 경영정상화 조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말 기준 손해보험사별 RBC 현황에서 삼성화재는 동년 3분기말 대비 4분기말 RBC비율이 36%포인트 하락하여 중대형보험사 중 가장 큰 비율이 하락했다.

삼성화재의 RBC비율은 324.8%로 10대 보험사의 평균 RBC비율 190.1%를 1.7배 상회하는 탄탄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요 보험사중 RBC비율이 크게 하락한 보험사는 메리츠화재가 9.7%포인트 하락, 나머지 4개 보험사는 4%대 이하 비율로 하락했고 그외 4개 보험사는 평균 8.3%가 상승했다.

보험사 중 가장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화재 이지만 연도말 RBC비율이 전분기 대비 36%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라면 중대한 위기로 발전하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대목이다.

보험업계의 한 전문가는 "업체마다 상황 인식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초과하는 상황은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으로 안다“ 면서 “자동차보험 시장에 보험료 할인 경쟁이 불 붙게 된 원인은 지난 해 하반기에 중소형 보험사들이 할인 특약을 늘리고 보험료를 인하하며 시장 점유율이 분산되었기 때문에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고객을 잃은 삼성화재로서는 잃어버린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한 무한경쟁에 나서는 것이며 원수보험료 시장점유율 1위 회사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당연한 행동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