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재 페이스북은 초유의 정보유출 논란으로 휘청이며 평판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의회 합동 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미국 TV 방송사 CBS가 페이스북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무려 63%의 응답자가 "페이스북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페이스북의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는 기저에는 '돈'을 위해 개인정보관리를 확실하게 관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깔려있으며, 자연스럽게 '페이스북 = 못 믿을 기업'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대목은 광고 비즈니스에 임하는 페이스북의 자세가 '못 믿을 기업'이라는 일각의 지적과는 달리, 의외의 상생을 내포하고 있는 점이다.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페이스북의 메이드 바이 유 페어(Made by You Fair)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페어에 고객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페이스북이 책임진다?
페이스북은 27일부터 이틀간 서울 성동구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프리마켓 형식의 메이드 바이 유 페어를 열었다. 페이스북이 직접 초청한 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스위트몬스터와 한나패드, 로우로우 등 26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해 페이스북 온라인 플랫폼을 뛰쳐나와 현실에서 직접 소비자들과 교류했다. 모든 비용은 페이스북이 부담했다.

27일 현장을 찾았다. 페어가 열리는 장소가 지하철 역과 거리가 먼 편은 아니었지만, 워낙 건물 내부에 위치해 다소 찾아가기 어려웠다. 그러나 입구에는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위치해 있어 간단히 동선을 찾을 수 있다.

▲ 스위티몬스터 부스에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페어에 참여한 26개의 중소기업은 대부분 젊은 층을 겨냥한 중소기업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스위트몬스터. 아이스크림과 솜사탕 등을 판매하는 디저트 프랜차이즈 기업이며 페어의 가장 정중앙에 위치해 인기도 많았다. 스위트몬스터는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국내 23개 매장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등 6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유기농 면생리대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한나패드도 있다. 현재 국내 면생리대 제조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저력있는 기업이다. 한나패드 관계자에게 페이스북 마케팅의 강점을 물었더니 재미있는 답이 돌아온다. 관계자는 "꾸준히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페이스북 마케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으나 "소위 생리대 파동이 불거지며 친환경 생리대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자,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인지하고 있던 우리 한나패드를 많이 찾았다"고 회상했다.

현재 한나패드는 2014년 페이스북 광고 후 매출은 이전에 비해 2배 늘었으며, 현재 글로벌 시장에 진출에 5개국에서 판매중이다.

핸드메이드 아이템 거래 플랫폼 아이디어스는 앱 생태계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페이스북 마케팅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강조했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앱 다운로드 증가를 비롯해 많은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 유기농 면생리대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한나패드 부스에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김진아 페이스북 이사 "크리에이티브가 중요"

페이스북은 페어와 함께 마케팅 세미나를 열어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 중심에서 김진아 페이스북 중소기업 한국 담당 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는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번 페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김 이사는 페어의 목적에 대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해"라고 답했다. 페이스북은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마케팅의 영역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페어를 통해 페이스북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직접 소비자들과 교감하며 소통의 장을 만들도록 도와준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열리는 마케팅 세미나는 3000명 정원이 일찍 마감될 정도로 대성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국내 중소기업,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하고 있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플랫폼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세미나와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김 이사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 의미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것"이라며 "사회공헌을 우리의 플랫폼 내부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말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은 불우이웃 기부나 봉사활동 등으로 진행된다.  페이스북은 자기들의 플랫폼 속성을 살려 말 그대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사회공헌과 연결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돌아보면 페이스북이 상생의 키워드로 발표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페이스북을 기본으로 한다. 전국 주요 도시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공적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돕기 위해 마련한 2017 Mobile Moves Business 로드쇼와 중소기업을 위한 모바일 동영상 광고 제작 교육 비디오 투 고(Video To Go) 모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기반이다. 카카오의 소셜임팩트 사회공헌과 비슷한 개념이며, 호불호가 갈리지만 최근 가장 의미있는 사회공헌 중 하나로 각광받는 중이다.

▲ 김진아 페이스북 중소기업 한국 담당 이사가 페이스북 전략을 말하고 있다. 출처=페이스북 코리아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알고리즘 변경을 통해 지인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한편, 상업적 콘텐츠의 접근을 상대적으로 낮게 만드는 변화를 추구했다. 페이스북의 기본 가치인 '연결'로 보면 당연한 변신이지만 비즈니스 파트너, 특히 페이스북을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에게는 악재다. 도달율이 낮아지면 더 많은 금액을 써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페이스북의 정신인 '세상을 가깝게 만드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알고리즘 변화는 개인의 관계형성에 도움이 되며, 자연스럽게 개인과 회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알고리즘 변경으로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더욱 소통을 많이 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이 부흥하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한편 깊어지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 개인의 의미있는 소통이 많아질수록 페이스북의 깊이가 깊어지며, 그 중심에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도 연결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과 개인의 연결 강화가 기업 페이스북 마케팅의 위기가 아닌, 진정성있는 마케팅 전략과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라는 설명이다.

얼핏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마케팅 주체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이사의 조언이다. 김 이사는 "단순하고 기계적인 마케팅은 어렵다"면서 "자기만의 마케팅 메시지가 분명해야 하며 끊임없이 잠재 소비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요한 것은 창조성. 김 이사는 "마케팅 주기가 빨라지고 있지만 특화된 창조성만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마케팅 사례로 2주에 1회 꽃배달을 하는 '꾸까'를 언급했다. 김 이사는 "꽃은 특별한 날에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서비스며, 니치시장을 잘 공략한 모델이라고 본다"면서 "브랜드 철학이나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살아있는 마케팅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 대한 '자랑'도 나왔다. 김 이사는 "24시간 후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서비스를 통해 브랜드 메시지를 이색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마케팅 전략 변화는 어떤 방향성을 보여줄까.

최근 네이버는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증진시키는 다양한 전략을 공개했다. 자체 플랫폼 강화는 물론 상생의 패러다임까지 잡아내는 전략이며, 네이버는 데이터 분석툴과 자동 해시태그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페이스북은 어떨까. 김 이사는 "글로벌 기업의 특성상 마케팅 플랫폼 고도화를 단기간에 발전시키기는 어려운 감이 있다"면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페이스북의 초유의 정보유출 논란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페이스북을 마케팅 툴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정보가 페이스북에 모조리 공개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하다. 김 이사는 "데이터는 수집되지만 페이스북은 확인할 수 없다"면서 "컨설팅 등 필요할 경우가 생기면 파트너의 동의를 전제로 제한된 정보는 열람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마케팅 플랫폼과 페이먼트 서비스의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낮은 태국에서는 서비스 타진을 하고있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이 페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오프라인 공간까지 제공하며 열성적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퍼주지 못해 안달인 이유가 궁금하다. 김 이사는 "중소기업 파트너가 우리를 통해 성장하면 페이스북의 좋은 광고주가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를 위해 SNS에 익숙하지 않은 기업들을 대상으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중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의 소상공인 정책을 관통하는 플랫폼 강화 정책과 비슷하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김 이사는 페이스북의 '이상'을 말했다. 바로 세상을 연결한다는 사명이다. '페이스북은 기업이며, 이윤 극대화를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는데 그 동기가 '세상을 연결한다는 사명'이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자 김 이사는 "나도 입사 전에는 같은 생각을 했지만, 페이스북은 태생부터 원래 그런 곳"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처음 페이스북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될 무렵,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원래 회사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남겼다"면서 "페이스북은 원래 그런 곳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상을 지켜나가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