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차그룹이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논란을 보면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28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당시 칭찬일색이던 여론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현대모비스 분할·합병비율과 존속·분할법인 본질가치 등 기업 가치평가와 관련해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어서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개최한 분할·합병 비율 설명회에서도 분할기준에 대한 세법상 적정성, 자본사장법에 따라 산출된 합병 비율과 함께 분할 부분의 본질가치 산정방식이 언급됐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즉 수익을 위해선 의결권 행사에도 적극 나서는 엘리엇도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지난 4월 23일 ‘현대 가속화 제안(Accelerate Hyundai Proposals)’을 통해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의 미래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의 이유와 현대글로비스와의 주식 교환비율에 대한 논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가치평가 문제를 꼬집었다. 참여연대는 자체적으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모비스 분할법인의 영업이익, 총자산이익이 모비스 존속법인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낮게 평가하고, 모비스 분할법인의 합병 이후 매출총이익과 5년 뒤 영구 성장률을 너무 낮게 추정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모비스 분할부분 수익가치 산정에서 영구 성장률은 1%로 계산됐다. 참여연대는 현대모비스의 분할사업부가 미래 수익률이 1%보다 높은 2% 수준에 이를 것이라 판단한 것. 

이러한 의혹과 의견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비율 등 가치평가가 낮게 나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의 가치는 약 9조27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주가수익비율(P/E) 기준으로 7.7~8.9배 수준이다.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부품(A/S) 사업의 절반을 넘기면서 받은 가치평가 치고는 낮은 수준이다.

현대모비스 분할부분의 수익가치 산정 과정에서 가중평균 자본비용(WACC)은 12.58%로 지나치게 높게 평가돼 있다. WACC은 기업의 자본 조달 방식 중 타인의 자본과 자기의 자본에 대한 비용을 가중평균해 산출한 개념이다. WACC이 높아지면 가치평가 결과 값이 낮아진다. 12.58%의 수치는 현대차그룹이란 거대기업에 속한 회사치고 높은 편이라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 WACC 산정 과정에서 자기자본비율은 16.82%로 높고, 타인자본비율은 3.73% 밖에 안된다. 의문을 남길만한 수준이다. 

분할·합병 비율 등 가치평가 논란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 가치평가에 사용되는 수치가 모두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치평가는 과거 경영실적과 미래 가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특정한 가치 산정법을 이용해 주관적으로 데이터를 뽑아낸 결과다. 상대가치 산정 시 어떤 기업을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핵심으로 봤는지, 어떤 가치 산출방식을 썼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세계 일류 회계법인이 가치를 산정하더라도 그 수치가 논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치평가에 이용된 수치가 설득력 있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이 ‘설득력’이라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을 근거로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삼일회계법인이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의 최대 고객 중 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삼일회계법인이 현대차그룹 오너가의 부담이 적은 쪽으로 보유주식의 미래가치와 합병 비율을 산정한 것은 아닌지 설왕설래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서둘러 현대차그룹이 미래 청사진을 빠르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확한 사업 로드맵과 함께 존속 모비스와 현대차그룹의 성장 가능성을 주주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명확히 하는 리더십을 전면에서 보여준다면, 주주들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신뢰하고 베팅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