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트인> 정금종·길창군 외 8명 지음, 디자인하우스 지음

[이코노믹리뷰=최혜빈 기자]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를 가르치는 한호택 교수는 이들에게서 “아무 데도 기대지 않고 남루할지라도 스스로 집을 지었으며, 초라할지라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들개 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스스로도 과거 삼성에서 일한 시절, ‘회사를 뛰쳐나가 자유롭게 들판을 누비는 들개’를 꿈꿨고, 그 꿈을 좇아 소설을 쓰기 위해 회사를 나왔지만 결국 다른 회사에 입사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한 교수는 CEO 제자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고, 그렇게 해서 10명의 스타트업 CEO들이 자기의 스타트업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묶은 것이 책 <스타트업 스타트인>이다.

책에는 이들이 고난을 겪고 결국 뛰어넘은, 현재도 진행 중인 스타트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쓰여 있다. 스타트업 1년 차인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대표는 그 시절 흔하지 않은 ‘워킹맘’ 엄마 밑에서 자라왔고, 그 때문에 자기는 결혼을 하면 ‘집을 지키는 엄마’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새로운 독립’이라고 생각했던 결혼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그는 결혼이 ‘새로운 방식의 속박이며 굴레’이고 ‘시집이라는 새로운 직장에 입사’를 했는데 ‘퇴사가 인정될 수 없고, 이해할 만한 업무 매뉴얼도 없으며, 원인 모를 괘씸죄가 난무하는 평생 직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자괴감에 시달린 그는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블로그를 개설해서 자기의 이야기를 쓰고, 도서관의 기자단 창단을 지원하는 간사로 자원봉사를 했다. 주부들을 모아 함께 사용하는 공동 모임 공간 ‘섬(SUM)’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냈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모아 <엄마 난중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엄마의 은퇴식’이라는 이름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공식으로 ‘엄마로서 은퇴’한 뒤 자기만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엄마학교협동조합’은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엄마를 돕는’ 협동조합이다. “사람이 꼭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일하는 자기의 모습에 행복해 하고, 가정 안에서 고립된 가정주부들을 연결하고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친다. 책에는 이외에도 애견을 사랑하는 디자이너의 애견용품 도전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일하는 초보 창업가 등 저자들이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 담겨 있다. 부제는 ‘솔직 담백 발랄 처절로 쓴 CEO 열 사람의 창업여정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