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6일 나란히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두 전자거인의 아킬레스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무적인 실적을 발표했으나 그와 비례해 불안요소도 감지되고 있다.

반도체의 삼성,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걱정’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0조5600억원, 영업이익 15조6400억원을 기록하며 훨훨 날았다. 반도체에서만 영업이익 11조5500억원을 기록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록을 세웠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이 전통적 메모리 반도체 비수기인 1분기의 출하 감소도 압도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삼성전자 D램은 11라인의 생산 제품 전환으로 전분기 대비 출하량이 감소했지만, 32GB이상 고용량 서버 D램과 저전력 LPDDR4X 기반의 uMCP, HBM2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 집중해 실적을 개선했다. 낸드플래시는 64단 3D V낸드플래시 공급이 탄탄하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된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스마트폰이다. IM부문은 매출 28조4500억원, 영업이익 3조7700억원을 기록해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갤럭시S9 판매량이 크게 살아나지 못했다. 전작인 갤럭시S8 성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도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 신화가 흔들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하드웨어 폼팩터 개선의 문제. 최근 출시된 갤럭시S9은 갤럭시S8과 비교해 외관상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증강현실 이모지를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으나 하드웨어 폼팩터의 더딘 진화에 대한 비판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한계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역성장이 유력하다.

하드웨어 폼팩터의 문제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역성장 가능성은 삼성전자는 물론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역으로 말해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다. 플렉서블 스마트폰 등에 대한 기술개발이 빨라지는 가운데, IM부문의 고민도 더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IM부문에 대한 고민이 내외부의 문제가 혼재되어 있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사업도 비슷한 이유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디스플레이 매출 7조5400억원, 영업이익 4100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역성장을 시작하며 차기 디스플레이 라인업인 중소형 OLED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완전한 OLED 시장’이 열리지 않는 대목은 뼈 아프다. 하반기에는 모바일용 OLED 패널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며 플렉시블 제품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주력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LCD에 있다. 중국 기업들의 LCD 패널 양산이 시작되며 일종의 시장 교란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 6년만의 적자를 기록하며 휘청인 이유도 중국 발(發) LCD 박리다매 전략 때문이다.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며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경쟁력도 당분간 ‘어두운 터널’을 건널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TV 시장의 확대와 OLED 시장 장악력을 가다듬어야 할 때라는 평가다.

▲ 고객이 갤럭시S9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LG전자 ‘스마트폰 어찌할꼬’

LG전자는 26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15조1230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TV와 가전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H&A사업본부는 매출액 4조9239억원, 영업이익 5531억원을 냈으며 HE사업본부는 매출액 4조1178억원, 영업이익 5773억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투톱의 지위를 굳혔다.

B2B사업본부도 매출액 6427억원, 영업이익 788억원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한 가운데 미래성장동력인 자동차 전장사업의 VC사업본부도 경쟁력을 가다듬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 8400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을 기록했으나 글로벌 완성차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당일 글로벌 프리미엄 헤드램프 선도기업 ZKW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깜짝발표도 했다. 1조4440억원을 들인 대형 빅딜이다. 인포테인먼트 기기와 전기차 솔루션, 안전 편의장치 세 가지 분야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을 확대한 VC사업본부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LG전자는 최근 오픈한 융복합 연구개발단지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와 연계해 자율주행 분야 차세대 제품 개발 등 글로벌 자동차용 조명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설이 제기되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함께 자율주행차 전장부품 전략을 추구하는 LG전자의 대표적인 결단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휴대폰과 스마트폰의 MC사업본부다. MC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1585억 원, 영업손실 1361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영업손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해 1분기 제대로 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시에 따른 마케팅과 같은 제반 비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핵심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아 영업적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초 LG V30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버전인 LG V30S 씽큐만 출시했다. LG V30이 지난해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부에서 발을 뺀’ 분위기다. 최근 가동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센터’를 통해 고객 사후지원을 강화하며 스마트폰을 일종의 장기 플랫폼으로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아직 성공여부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MC사업본부의 관건은 5월 공개되는 LG G7씽큐다. 지난해 MC사업본부의 수장이 된 황정환 부사장이 만든 최초의 스마트폰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LG G7씽큐가 무너지면 MC사업본부의 영업적자가 다시 심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LG전자 MC사업본부가 LG G7씽큐에 사활을 건 이유다. LG전자는 22일 LG G7 씽큐를 구매할 경우 고객이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최고 수준의 중고가격으로 보상해주는 LG 고객 안심 보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LG전자가 중고 스마트폰을 보상하는 프로모션은 이번이 처음으로 6월까지 진행한다. 대상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출시된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정했으며 LG G5, LG V10, LG G4, LG G3, LG G2, LG 옵티머스 G 등 총 6종이 대상으로 최대 12만원까지 보상한다. 여기에 타사 제품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 LG전자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출처=LG전자

노치 디자인 등 일부 스펙이 공개된 가운데, 수퍼 브라이트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이 기술을 통해 LCD의 백라이트 투과율을 높여 크기와 해상도가 같은 다른 디스플레이보다 더 밝고 소비전력 효율은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글로벌 팝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있는 ‘방탄소년단’을 LG G7씽큐 모델로 선정해 글로벌 전략에도 나설 채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