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콘신에서 수천 에이커의 인삼 농장을 운영하는 농장주 폴 쉬는 인삼이 중국의 표적 관세 대상이 되면서 농장의 미래를 우려하고 있다.        출처=  WordPress.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44년 동안 폴 쉬(Paul Hsu)는 눈보라와 암과 싸워가며 미국산 인삼 재배에 성공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인삼 뿌리는 전통적으로 만명 통치의 영약(elixir)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동안 번창해 왔던 그의 농장 <쉬 진생 엔터프라이즈>(Hsu’s Ginseng Enterprises Inc.)의 생존이 자연 재해가 아닌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전쟁이라는 인재(人災)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 천 에이커에 달하는 그의 농장은 위스콘신주 한 복판의 적색 화강암 채석으로 유명한 도시 워소(Wausau)에 있다. 이 곳에는 맨하튼의 68배나 되는 면적에 약 200여 농장이 밀집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인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삼은 지난 세기 동안 평평하고 비옥한 이 지역의 주력 상품이 되었으며, 세계화가 미국 경제 전체에 어떻게 정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미국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은 양국간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지난 15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삼은 세계 1, 2위 경제 대국 간 교역량의 극히 작은 부분으로, 지난 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1304억 달러(141조원)의 0.02%에 불과하다.

그러나 4월 2일부터 중국이 최소 2000억 달러의 상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겠다는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미국 농산물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산 인삼도 철퇴를 맞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시장에 밖에서의 가격까지 함께 위협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삼 교역에 미국이 차지하는 부분은 아주 적다. 그러나 미국산 인삼의 유명세 탓에 미국산 인삼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폴 쉬의 아들 윌 쉬는 지적했다.

윌 쉬는 도시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아버지가 전립선 암을 앓고 있는 데다 지난 2010년 봄 눈보라가 농장을 덮치면서 농장이 황폐화 되자 농장을 복구하기 위해 돌아 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인삼이 생산량이 가장 작은 나라(미국)에서 나온다는 것 자체가 세계화의 상징이 된 까닭에, 중국은 미국 인삼이 보복 관세의 안성 맞춤 표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중국의 관세는, 항공기 제조업체 같은 대규모 수출 업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농업 벨트의 콩, 수수, 돼지 등을 키우는 농축산업계와 중소 업체들을 광범위하게 표적으로 삼고 있다.

위스콘신의 인삼은, 전세계 공급량의 약 10% 밖에 되지 않지만 그 중 85% 이상이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더구나 위스콘신주는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고향이다. 그는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오래 동안 비판적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반대하며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위스콘신주 인삼협회 재키 펫 회장은 중국 유통업자들이 캐나다 인삼으로 구매선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미국산 인삼은 일본의 고추 냉이(와사비)처럼 기질 특성(氣質 特性)이 강한 뿌리 식물로 캐나다 중부, 중국 북동부, 위스콘신주 마라톤 카운티 중심에 자리 잡은 중서부 평원 등 전 세계적으로 재배 지역이 그리 많지 않다.

대만인 이민자 폴 쉬는 1974년에 어린 가족들을 이끌고 미국에 정착했다. 14명의 형제 자매 중 열째인 쉬는 1972년에 집으로 보낸 3 파운드의 인삼이 병든 어머니의 건강을 좋아지게 하자 인삼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면역 체계를 강화해 주는 등 치유 효과가 있는 인삼은 작게 썰어서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끓여서 차로 마실 수도 있고,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캡슐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마라톤 카운티는 오대호의 빙하가 퇴각하면서 생긴 비옥한 토양과 서늘한 기후로 맛과 모양에서 양질의 인삼을 재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지역의 인삼에는 캐나다 인삼에 비해서는 50%, 중국산 인삼보다는 두 배나 되는 프리미엄 가격이 붙는다. 그러나 미국산 인삼 한 뿌리를 수확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이 걸린다.

이 지역의 농부들은, 중국의 수요가 없다면 그러한 까다로운 농산물이 미국에서 재배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 세기 전 미국 인삼의 초기 구매자들은 뉴욕 항구 지역에 있는 홍콩 상인들이었다.

▲ 계절 노동자들이 위스콘신주 워소(Wausau)의 인삼 농장에서 인삼을 수확하고 있다. 미국산 인삼 가격은 캐나다 인삼보다는 50%, 중국산 인삼보다는 두 배나 높다.    출처= AgWeb

중국 최대의 인삼 생산지인 지린(吉林)에서 인삼 소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양 홍이는 중국에서 미국산 인삼의 브랜드 인지도는 "중국의 값싼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과의 차이와 같다"고 말한다.

위스콘신의 농민 공동체는 미국산 인삼의 이런 강점을 이용해 인삼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진화했다. 원래 인삼은 한 번도 심은 적이 없는 땅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인삼이 같은 땅에서 경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농민들은 위스콘신의 풍부한 토지를 이용해 경작 가능한 땅을 효율적으로 쉬게 하거나(休地)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50년 전에는 이 지역에서 중국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현재 위스콘신 인삼위원화 웹 사이트에는 중국어 문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고, 일부 재배 농가에는 중국인 고객 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안내원을 두고 있다.

중국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산 인삼 수입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인삼의 가격은 파운드당 120달러(13만원)로 옥수수 가격보다 무려 1700배나 비싸다.

그런데 세계화의 후퇴가 인삼 같은 특수 영역의 이점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 농민들은, 인삼 가격 상승은 단기적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인삼 대신 균류인 동충하초나 제비집(제비 둥지를 말린 것으로 수프의 건더기로 씀) 같은 중국 전통 의약품으로 떠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위스콘신 농민 공동체가 큰 타격을 입어 생계 수단까지 잃을까 봐 우려한다.

마라톤시 인삼약초협동조합의 제프 루이스 사무국장은 "관세가 오래 지속된다면 2010년의 눈보라보다 더 치명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생산과 판매가 줄어들면 일부 생산자는 업계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삼 교역으로 인한 미국의 일자리는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스콘신의 농부들은 이번 가을 추수에서 수요가 크게 덜어질 것에 대비하고있다. 아시아 구매자들이 (관세 부과에 따라) 가격 할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폴 쉬는 "무역 전쟁에서 승리는 없다”면서 관세가 자신의 농장에서의 고용에까지 피해를 주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