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3% 고지를 넘은 뒤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10년물 금리가 3% 도달 후 안착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단기채인 2년물 금리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이 같은 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금리는 장중 3%를 넘어선 뒤 추가 상승해 3.027%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를 나타내는 BEI(명목 국채 금리에서 물가채 금리를 뺀 것)가 동반 상승하며 지난 23일 장중 3%를 상향 돌파했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국채 공급 증가 우려가 맞물리며 10년물 금리는 이날까지 상승세를 계속했다.

채권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 개막 이후 오랜기간 3%선 아래에서 움직였다.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선건 지난 2014년 1월 이후 4년 3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금리를 일제히 낮추면서 채권금리 역시 동반 하락했다.

최근의 채권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국제 유가와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놓여있다. 지난 11일을 기점으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박스권을 상향 돌파하며 이날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68.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 FF(Fund Futures·연방기금)금리에 반영된 올해 추가 3회 인상 가능성은 36.2%로 기존 2회 인상 가능성과 동일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 최근 채권금리는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가능성,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따라 동반 상승하고 있다. 출처=IBK투자증권

국채 금리 3.2%까지 오르다 박스권 형성 예상…이상 급등은 없을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 국채 금리가 3% 안팎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 폭은 급격하지 않을 것이며 최대 3.2% 수준까지 오른 뒤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이 형성될 거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냇웨스트 마켓의 존 브릭스 전략 책임자는 2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3.5%까지 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연말까지 3.2% 수준으로 오르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 속도는 점차 주춤하면서 3%를 중심으로 당분간 박스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6월 FOMC에서 점도표가 4회로 상향된다 해도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추가 금리 상승분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리는 일시적으로 오버슈팅(Overshooting∙금융자산의 시장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폭락)했다가 장기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현상) 후 이내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 역시 “연준의 추가 3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금융 시장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라며 “다만 금리 상승 속도가 가속되지 않고 조절을 해 나간다면 시장도 균형을 점차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시장은 이미 미국의 연내 4회 인상 가능성을 선 반영하고 있다.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점도표를 상향하더라도 선반영된 상태에서 추가 상승은 기술적으로 제한적이다. 출처=IBK투자증권

국제유가·금리 상승 리스크는 상존..."국내 금리 상승 동조화 잦아들 것"

다만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과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여부에 따라 상승폭은 커질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향후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키 드라이버는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과 연준 점도표 상향 여부, 금리 상승이 경기에 주는 부담 등이 될 것”이라며 “주요 분기점은 6월 12~13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OPEC 총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채 금리는 2.76%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낮지만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경우 자금이 유출될 수 있어 금리 격차를 줄여야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횟수는 연내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보이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금리가 전고점을 돌파해 유의미하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김지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국내 금리도 미 금리를 따라 상승 동조화를 보일 수 있지만, 국내 통화정책 전망이 상향되지 않는 이상 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여건을 근거로 판단할 때 올해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1회에 그칠 것"이라면서 "국고 3년 금리와 10년 금리의 고점은 2.35%, 2.90%를 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하반기로 갈수록 극명해지는 한·미 통화정책 기대로 인해 한·미 시중금리 역전폭 확대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