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회원국 연간 노동시간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연간 2113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1위인 멕시코(2246시간)와 차이는 133시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 2113시간을 1년 중 순수 근무일 230일로 계산해 나눠보면 하루 노동시간은 9.19시간에 이른다. 물론 이는 좋은 쪽으로 해석할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에게 직장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이에 최근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 임직원 복지나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일’과 다양한 ‘즐거움’의 접점을 찾고 있다. 이쯤 되면 반려자·반려동물·반려식물처럼 늘 곁에 있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직장 앞에도 ‘반려(伴侶)’라는 표현을 붙여도 될 듯(달가워하지 않는 직장인도 있겠지만)하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자기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어떤 것을 바라고 있으며,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을까. 직장인들의 반려기업에 대한 인식과 우리 사회의 반려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담아봤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바라는 것은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는 지난해 근로자의 날 직장인 회원 582명을 대상으로 “근로자들이 (직장에) 진짜 바라는 것은?”이라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직장인들이 현 사업장에 가장 바라는 점 1위는 ‘사내 복지 증대’(15%, 87명)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남들이 쉴 때 같이 쉬는 것’(11%), ‘경영진들의 태도 개선’(11%)이 공동 2위에 올랐고, ‘합리적인 인사평가 시스템 구축’(10%), ‘퇴근시간 보장’(9%)이 각각 4,5위에 올랐다. 경영진들의 태도 개선 요구를 제외하면 임직원 복지나 근무요건과 관련된 요구가 가장 많았다.

다른 취업 포털의 조사에서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는 지난 2월 신입사원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944명을 대상으로 ‘취업할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을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직원 복지가 잘돼 있는 기업’이라는 응답이 전체 43%(408명)로 가장 많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인가’라는 응답은 40.7%(384명)로 두 번째로 많았다. 이처럼 요즘 근로자나 취업준비생들은 연봉보다 복지나 근무환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이와 같은 임직원들의 ‘니즈’를 어떤 방법으로 충족시키고 있을까. 여러 복리후생이 특히 잘 갖춰져 있는 기업으로는 신세계그룹(이하 신세계)이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올해 1월부터 시행했다. 여기에 신세계는 “주 단위 근로시간은 단축되지만 기존의 임금과 임금 상승률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파격 조건을 달았다. 그 다음으로 복지 체계가 잘 잡혀 있는 기업으로는 롯데그룹(이하 롯데)이 있다. 물론 롯데는 수많은 계열사가 있어 임직원 복지의 세부 내용은 직군마다 차이가 있지만 본사인 그룹이 나서서 직원들의 안정된 생활 보장을 강조하고 있어 거의 모든 계열사들은 다양한 복리후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롯데그룹 남성 육아휴직자 교육 프로그램 '대디스쿨' 출처= 롯데그룹

롯데는 임직원들에게 지방 근무자들을 위한 사택(社宅) 제공,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 지원 등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롯데는 지난해 1월 국내 대기업 최초로 모든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지난해 롯데그룹을 포함한 전 계열사의 남성 직원 1100명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1100명은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 수의 약 10%에 이르는 수치다.

한편 CJ그룹(이하 CJ)은 임직원들에게 모든 CJ계열 오프라인 매장 상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 시 직원 할인을 적용한다. 아울러 CJ는 임직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뒀다. CJ는 5년 이상 근속한 임직원 전원에게 해외로 나가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글로벌 노크’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노크는 어학연수, 글로벌 직무교육이나 체험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해외 연수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함께가치’ 사회공헌, 임직원들에게 ‘보람’을

다양한 복지로 임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뜻을 모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으로 구성원들에게 보람을 선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기아자동차가 있다.

기아자동차의 모든 사회공헌활동은 전 임직원들의 참여를 기본으로 각 직원의 자율적 봉사 활동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전체 임직원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케이 챌린저 위크(K-Challenger Week)’ 봉사주간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활동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어린이 통학로, 주택가 보도, 경로당 진입로에 옐로카펫이나 야광벽화를 그려 안전보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

▲ 기아자동차 사회공헌 프로그램 '케이 챌린저 위크'. 출처= 기아자동차

봉사활동에 참여한 기아자동차 한 임직원은 “우리의 봉사활동이 아이들이 다니는 길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번 활동은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활동에 참여하는 다른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보험업체 메트라이프는 전 직원들이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손쉬운 자원봉사(Hands On)’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손쉬운 자원봉사는 지역사회 이웃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을 점심시간을 활용해 짧은 시간 동안 꾸준히, 오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메트라이프는 ‘지역사회 저소득 가정 아동들의 건강한 생활 지원’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다. 지난 2월에는 메트라이프 임직원들이 직접 만든 친환경 원목 사물함을 각 지역 ‘민영 지역아동센터’에 기증했다. 아울러 메트라이프는 ‘일과 가정의 조화’라는 조직문화 슬로건에 맞춘 가족과 함께 하는 자원봉사 활동도 지난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