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우 기자]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고용불안과 양극화 등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선도를 제시하고 경영평가제도 개편방안을 공개했다. 기존 경영평가의 기준이 효율성과 경쟁력에 있었다면 이제는 사회적 가치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도입된 지 10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편이다. 참여정부가 발의해 2007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은 1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현재의 틀을 유지해왔다.

경영평가제도 개편안에는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지표가 신설됐다. 이 지표는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 및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5개 종목으로 구성했다. 사회적 가치 구현은 공공기관의 경영관리 평가 배점(55점) 중 가장 많은 배점(22점)이 배정됐다.

공기업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 채택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부터 개편된 평가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은 공공서비스 제공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경영평가단의 구성도 바뀐다. 기존 행정·경영학과 교수 중심에서 앞으로는 시민·사회단체 참여를 확대한다. 국민참여에 대한 평가항목과 우수 사례를 시민평가단이 직접 평가한다.개편안에 따라 앞으로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의 핵심이 기존 ‘효율성’에서 ‘사회적 가치’로 이동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부채를 감축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효율성을 높인 곳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적 기업의 물품을 구매하는 등 사회적 가치 관련한 평가가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발의한 법안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4년 6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공공기관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기업의 경영성과는 실적과 주가로 평가됐다. 그러나 고용불안과 부의 양극화 등 사회문제가 대두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성찰과 함께 사회적 기업의 중요성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 가치를 포함한 공유가치(Shared Value)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구성원 간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기업 대비 취업유발계수가 높아 고용창출 및 유휴인력 활용이 가능하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 촉진되면 사회안전망 강화,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복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기업 고용자 수는 약 37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약 1.4%에 불과해 선진국 대비 사회적 경제 활성화는 미흡한 상태다. 사회적 기업의 활동을 촉진하고 기업이 삶의 반려자이자 동반자로서 반려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력단절여성, 은퇴자 등 유휴인력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소득 및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로, 사회적 가치 창출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 및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기업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기업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4월 19일 경주 드림센터에서 경상북도 지역 사회적 기업 40개사를 초청해 사회적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품 구매상담회를 개최했다. 상담에 앞서 구매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사회적 기업 우선구매 제도에 대한 교육도 했다.

김태곤 한수원 동반성장팀장은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구현을 위해 앞으로도 사회적 기업 판로 확대를 위한 구매상담회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온누리 사랑 프로젝트를 통해 저소득 가구와 사회복지 시설의 바닥 난방, 벽체 단열, 창호, 도배 장판 교체로 난방 열효율을 개선해 주고 있다. 또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연료전지와 가스냉난방기(GHP), 도시가스 빨래건조기 설치를 지원하는 ‘천연가스 수요 창출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 에너지 복지 향상과 가스 수요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5년 국내기업 최초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부터는 기부중심에서 탈피해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회공헌사업으로 교육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스마트스쿨 사업을 도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2년까지 5년간 총 340억원을 투자해 ▲사회적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 기업 육성 ▲재취업 일자리 창출 모델 구축 ▲소상공인 창업 지원 등을 집중 추진하고 신규 일자리 3000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SK그룹은 ‘10만 사회적 기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