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펀딩 양태영 대표(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최근 P2P 투자자들이 원금 상환 예정일이 돼도 투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부동산 중심 P2P 금융이 연일 화제다. 업계에서는 급성장한 부동산 P2P 대출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P2P 대출시장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테라펀딩이다.

P2P 금융이란 돈이 필요한 사람이 기존의 금융회사가 아닌 온라인상에서 P2P 회사를 통해 대출을 신청한 후 P2P 금융회사가 이를 심사 후 공개하면 불특정 다수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흔히 부동산 P2P 대출이라고도 한다.

테라펀딩은 지난 2014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동산 담보 P2P 대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 등 중소형 주택 공급 프로젝트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소액 투자자들을 연결해주는 부동산 P2P 금융 플랫폼이다.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뒤 3년 4개월 만인 지난 3월 누적대출액 3000억원을 돌파하며 독보적인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지난 4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라펀딩 본사에서 양태영 대표를 만났다. 그는 업계 1위라는 지금의 테라펀딩이 있기까지 경험했던 여러 차례의 실패담을 담담하게 말했다.

부산에서 경매로 처음 부동산에 발을 들여놓았던 양 대표는 8년간 경매투자를 접고 2012년에 처음으로 창업을 시도했다. 플랫폼 사업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교육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했지만 결국 처음 창업은 아쉽게 접었다. 이후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은 직방과 같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부 갈등으로 실패로 끝났으나 이를 통해 양 대표는 현재의 테라핀테크를 만들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바로 이성웅 테라핀테크 부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테라펀딩이 만들어지던 2014년 미국에서는 P2P 금융업체인 렌딩클럽(Lending Club)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기업가치가 86억달러(약 9조9000억원) 규모로 인정을 받고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우리은행의 기업가치가 7조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금융권도 아닌 대출업체의 기업가치가 기존 금융권의 가치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반대편 나라인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P2P시장 발전에 불을 지폈다.

양 대표는 “전체 건설시장의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건물을 지을 때 대부분 대출을 받아서 지을 만큼 자금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시장”이라며 “그동안의 부동산 대출 시장이 1금융권이 취급하고 있는 저금리, 대부업체로 불리는 고금리 시장으로만 구축됐지만 P2P 금융이 들어서면서 중금리 시장이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 년에 주거형 건물을 완성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00조원 가까이 된다”면서 “아파트가 60조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고 나머지 32조원 정도가 다세대와 다가구,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에 들어가지만, 이 같은 중소형 주택들은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을 이용해 공사 초기에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건물을 지으려면 프로젝트 파인낸싱(PF)이 필요하지만 시행사 및 시공사가 열악해 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어렵고 저축은행 등을 통해 대출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저축은행마저 PF대출 규모는 3조4000억원대에 불과했다. 32조원 중 자기자본 20%를 제외하면 25조원을 대출받아야 하지만 금융기관에서 취급하고 있는 규모가 4조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양 대표는 “현재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 대출 시장은 시장규모가 크지만 기존의 금융권에서 커버하지 않는 영역이었다”면서 “이 시장을 타깃으로 P2P 대출업계가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양 대표는 강조했다. 시공사와 시행사 모두 신용 보증이 돼있지 않고 열악하다 보니 돈을 빌려준 측에서 개발신탁사의 역할을 해야 했다. 대출된 돈이 공사에 제대로 투입되지 않으면 공사 완공이 늦어지고, 결국 연체로 이어지거나 부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테라펀딩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공사기간 산정 알고리즘을 회사에서 직접 만들었다. 공사가 만기시점에도 완공이 안 되면 결국 연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사기간 산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탓이었다. 다른 P2P 부동산 금융 업체와는 다르게 건설인력도 전체 직원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양 대표는 “한 사업장에서만 완공이 늦어져도 연체율이 급격하게 증가한다”면서 “지난해 연체율이 8%대까지 올랐던 때가 사업장 2~3곳이 완공 시점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출을 신청하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영세하고 신용등급이 보장돼 있지 않은 점은 대출심사에 앞서 정성평가를 통해 보완한다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즉 대출을 심사하기 전 해당 사업지의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모아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차주만 상담을 받지만, 테라펀딩은 대출이 접수가 되면 이해관계자를 모두 불러서 인터뷰를 시행한다”며 “사업이 잘 됐을 경우 이익을 가져가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며, 토지주와의 관계부터 시행사와 시공사 간 관계 및 도급계약 조건, 수익률 등을 전부 인터뷰하는데, 이때 사업주들의 시행 및 시공능력과 신뢰도 등이 모두 드러난다”고 언급했다.

최근 P2P 대출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화두에 오르면서 양 대표는 규제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을 우려했다.

양 대표는 “당국에서도 P2P 금융이 대안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성장보다 규제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이 쌓이는 등 부동산시장이 침체현상을 보이는 것에 대해 테라펀딩은 의외의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양 대표는 “시장이 침체되면 물량은 줄어들 수 있지만 다세대나 연립주택은 등락폭이 심하지가 않다”며 “2007년 금융위기 이후 2008~2009년 아파트는 인허가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다세대·다가구는 그렇지는 않았으며, 설령 절반 물량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시장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회사 성장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테라펀딩이 지난 한 해 집행한 대출규모는 1700억원에 이른다. 양 대표는 연간 대출규모를 1조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양 대표는 “현재로서 회사가 현금상 순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발생하는 이익을 재투자하면서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면서 “테라펀딩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를 높여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