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앱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미국의 로봇 기업인 베어로보틱스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함께 로봇 경쟁력을 미래 로드맵으로 설정한 배달의민족이 푸드테크 기술력 제고를 위해 베어로보틱스 투자를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 배달의민족이 베어로보틱스에 200만달러 투자를 단행했다. 출처=배달의민족

이번 투자는 베어로보틱스의 ‘시드 라운드(Seed Round)’ 투자 유치의 하나로 발행된 전환사채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베어로보틱스는 구글 출신의 하정우 대표가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로 레스토랑을 탈바꿈한다’는 모토로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2017년 설립한 신생 스타트업이다.

배달의민족은 미국의 선도적인 로봇 기술과 로봇 개발 업체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서비스 로봇 시장에 간접 참여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최고전략책임자(CSO) 오세윤 부사장은 “음식 관련 분야 로봇 산업에서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투자를 결정했다”며 “배달의민족이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로봇 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배달의민족이 걸어온 길을 보면 베어로보틱스 투자의 행간이 보인다.

국내 배달앱 시장을 석권한 배달의민족은 특유의 강력한 브랜딩 효과로 시장 장악력을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지난해 총 매출 1626억원, 영업익 217억원을 기록하며 스타트업 업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여세를 몰아 공격적인 인재영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약 200명을 채용해 현재 구성원수가 자회사를 포함해 총 700여 명에 이르며 올해도 개발, 기획, 영업, 마케팅, 디자인, 홍보 등 다양한 직군에 걸쳐 약 400명의 충원을 목표로 채용을 진행하는 중이다.

배달앱 시장 장악력 강화에 이어 인공지능과 로봇 경쟁력을 중심에 둔 푸드테크 기술력도 고도화시키는 중이다. 먼저 인공지능이다. 올해 1월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 프렌즈와의 연동을 바탕으로 음성 주문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배민데이빗’이라는 이름으로 1차로만 100억원을 투자해 우수 인재를 확보하며 자체 역량을 키워왔으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와 공격적인 인공지능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2016년부터 네이버 아미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 배달의민족 주문을 네이버 클로바에서 할 수 있다. 출처=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 최고제품책임자(CPO) 김용훈 이사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음성인식 비서 기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고객에게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배민 클로바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크다”면서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친구와 대화하듯 재미와 편리함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민데이빗이 인공지능 전략의 선봉이라면, 딜리는 로봇 경쟁력의 대표주자다. 배달의민족은 올해 3월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을 공개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구상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은 하반기 실질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며 최대 10년을 고려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단계 프로젝트는 실내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 기반의 로봇을 시연 테스트하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2017년 7월 고려대 정우진 교수가 이 이끄는 연구팀과 파트너십을 맺고 준비했으며, 현재 시제품이 1대 완성됐다. 2단계 실내외가 혼합된 공간에서의 시연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 예정되어 있다.

▲ 배달의민족 음식배달로봇 딜리. 출처=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중심으로 푸드테크 큰 그림을 그리는 현재, 베어로보틱스 투자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레스토랑 주문, 서빙 전용 로봇을 출시해 화제가 된 베어로보틱스의 기술력이 배달의민족이 꿈꾸는 '현실의 푸드테크 세상'에 상당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